ⓒ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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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무섭다. 특히 뒤늦게 병을 발견해 손을 못 썼다는 얘기를 이따금씩 듣는다. 폐암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가 없고, 잔기침, 가슴답답, 호흡곤란은 담배를 피우거나 피웠던 50대 이상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도 폐암에 대한 적색 경보가 울린 바 있다. 대한암협회(회장 구범환)는 지난해 12월 29일 한국인의 대표 사망원인인 암에 대해 최근 보고된 암 관련 각종 데이터와 사회적 파장도를 종합해 2014년의 3대 이슈 암종으로 위암, 대장암, 폐암을 선정했다. 폐암은 특히 고령에 많다. 발병자의 65% 이상이 65세 이상의 연령이다. 때문에 노인성 질환이라는 말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의 안중현(52) 교수는 폐 질환 관련 손꼽히는 전문가다. 건강의학잡지 헬스조선은 지난해 10월 안 교수를 호흡기질환 명의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안 교수는 1월 9일 주간조선과 만나 폐암 진단을 저수지의 물에 비교해서 얘기했다. “저수지 물이 가득 차 넘치기 전에는 사람들이 저수지 물이 어느 정도 찼는지 모를 수 있다. 폐암이 그렇다. 기침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가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폐암은 자각 신호가 없다.”

기자 사회에서 몇 년 전 돌던 얘기다. 한 중진 기자가 폐암 말기 진단을 갑작스럽게 받고 끝내 숨졌다. 50대 초반이었던 그는 기침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 갔는데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감기는 낫지 않았다. 그 병원에 계속 다니다가 어느 순간 아니다 싶어, 다른 병원에 갔다. 그런데 폐암 진단을 받았고, 그것도 치료를 위한 때를 놓쳤다. 주위의 안타까움 속에 그는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다. 안 교수는 “기침 한 번 했다고 환자들이 병원에 오는 것도 아니고, 증상이 심각하면 이미 늦고”라고 말했다. 폐암의 경우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5% 안팎이다.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확실히 효과가 있는 치료가 없다.

“20년 전에는 찾아온 환자의 10%만이 수술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조기 검진과 의학의 발전으로 수술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악화된 환자가 조금 늘어났다. 1, 2기 환자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 소세포 환자는 거의 수술이 불가능하고, 비(非)소세포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폐암은 조직학적 모양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Small Cell Lung Cancer)과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으로 나뉜다. 소세포폐암은 폐암 환자의 약 15~25%에서 발생하며,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강하여 발견 당시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폐암학회 웹사이트는 “소세포폐암은 주로 흡연량이 많은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조기에 진단 시 수술적 치료를 통하여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령자가 걸리는 건 폐암의 특성 때문이다. 안 교수는 “원인 물질에 오래 접촉한 사람이 걸리기 쉽다. 그래서 고령자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인 흡연에 오래 노출됐기 때문에 발병하기 쉽다”고 말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한국 남자의 흡연율은 1970년대 80%였다. 거의 모든 남자가 담배를 피웠다. 지금은 40%대로 내려왔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일수록 발병 물질을 오래 접했기 때문에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흡연율이 줄어든 지금의 한국 사회는 흡연 관련 폐암 발병률이 줄어들었까? 안 교수는 아니라고 했다. 이미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연장자가 되면서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 흡연율이 낮은 건 수십 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연과 폐암의 연관 관계에 대해 안 교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는 담배회사와 흡연자와의 소송에서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가 양측 간 쟁점이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안 교수는 “흡연이 원인인 건 분명하다. 법정에서 담배회사와 흡연피해자가 다투는 건, 발병 등 피해 여부를 담배회사가 충분히 제대로 알렸는지 여부이다”고 말했다. 대한폐암학회 사이트는 이와 관련 “폐암의 주 원인은 흡연”이라고 분명히 적고 있다. 대한폐암학회는 “폐암의 가장 흔한 원인은 흡연이다. 그 외 다른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방사선, 석명, 공해, 간접흡연, 바이러스가 있다. 참고로 폐암 환자의 약 15%가 비흡연자이다”라고 말했다. 거꾸로 말하면 폐암 환자의 85%가 흡연자라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담배에 대해 안 교수는 “유해하다. 금연의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자담배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잘 모르고 유해물질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고 하면서, 전자담배도 피워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혈당, 체중감소다. 다른 증상으로는 가슴통증, 숨쉴 때 쌕쌕거림, 피로, 식욕감소, 목쉼, 삼키기 곤란(연하 곤란)이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전이된 장기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의 뇌 전이 환자는 두통, 어지러움, 걸을 때 중심 잡기가 어려운 보행실조(失調) 증상이, 뼈에 전이되면 뼈에 통증이 심할 수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안 교수는 특별한 건 없다면서 “금연, 운동, 고른 섭생, 스트레스 없는 생활, 감기염증질환, 위생 수칙 지키기, 정기 건강검진 받기”라고 했다. 안 교수는 폐암의 발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그룹은 특히 정기 건강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그룹은 45세 이상으로, 흡연 경험이 있거나 폐암의 원인이 되는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어 온 사람들이다. 폐암 검진의 경우 기본적인 방법은 방사선촬영(엑스레이)이다. 안 교수는 “기본 검사를 먼저하고 이상이 의심되면 방사선 노출량이 적은 저설량CT나 흉부 CT 촬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는 해상도가 떨어지고 신체 내 기관이 겹치는 부위에 문제가 있으면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

최근 폐암 치료술에서 진전은 과거에는 항암제 치료를 위주로 했으나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가 나오고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암세포의 유전자돌연변이 치료제가 쓰이고 있고, 앞으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호흡기학회에서 이사로 5년째 일하고 있으며, 결핵퇴치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바 있다.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대해 썼다.

최준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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