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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2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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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본은 약사법까지 개정 성체 줄기세포 치료기술 밀어주는데…

김대현  기자 

▲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케이스템셀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자가 분화된 줄기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걷고 싶다. 지금으로선 그게 나의 가장 큰 소원이다.” 2009년 가을 파킨슨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이성규(72)씨는 건강을 되찾고 싶은 바람이 간절해 보였다. 지난 1월 16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씨는 기자에게 “걷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으나 병세는 오히려 악화됐다. 지금 이씨는 휠체어와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이씨는 “정신은 멀쩡하지만 하체와 왼쪽 팔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파킨슨증후군을 확진받은 후에도 한동안 “어디가 아파 (병원에) 가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을 정도로 건강했다. 체인기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이던 그는 파킨슨 발병 후 1년가량 시간이 흐르자 말이 어눌해졌고 운동신경도 크게 약화됐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그는 몸에 좋다는 약과 치료법을 거의 다 받았다. 그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2010년 중반부터 성체배양 줄기세포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파킨슨 치료제라는 알약을 어렵게 구해 복용한 적이 있는데 효과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고 그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을 때까지만 해도 휠체어 신세를 지지는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줄기세포 주사를 맞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성체(성인에게서 채취한 세포)라 할지라도 배양된 줄기세포를 인체에 투여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래서 그는 주로 중국과 일본에 가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는데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나처럼 난치병을 앓는 사람들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약을 기다리다가 죽는 경우가 많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덕분인지 몰라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병세가 더디게 진행됐다. 강원도에 살았던 내 죽마고우와 사촌 매제는 파킨슨병으로 5년을 버티다가 세상을 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줄기세포가 마지막 희망인데,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주사를 맞을 수 없다. 국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호소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처럼 뇌질환이나 난치병을 앓는 환자들 가운데 성체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국내에만 2만명 이상이 있다고 한다. 마침 이날 이씨의 부인은 얼마 전 암수술을 받은 딸과 함께 줄기세포 주사를 맞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이씨 가족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회장과 정치권 인사들도 성체배양 줄기세포를 맞기 위해 중국과 일본을 찾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 결과 난치병으로 인한 고통에다가 경제적 고충이 가중되는 이중고를 겪는 환자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가성체 줄기세포 전문기업 K-STEM CELL(케이스템셀)의 박혜림 과장은 “국내 희귀 난치병 환자수는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치매, 중풍, 파킨슨, 루게릭,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배양된 성체 줄기세포가 환자의 파괴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에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배양된 성체 줄기세포를 인체에 주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성체 줄기세포를 본인에게 다시 주입하는 것만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약사법에 따라 배양된 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끝내야만 시술이 가능하다.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스템셀 김주선 대표는 “자가성체 줄기세포는 자기 몸에 존재했던 세포를 다시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화학합성의약품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면역학적 거부반응이나 세포의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의약품처럼 7년 이상 걸리는 임상을 케이스별로 모두 통과해야 시술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건 규제다”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관련 업계는 자가성체 줄기세포를 의약품이 아니라 일종의 의료기술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혈, 골수이식, 장기이식 등은 모두 의료기술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와 유사한 자가성체 줄기세포 치료 또한 의료기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김주선 케이스템셀 대표는 “배양 과정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의사의 판단과 환자의 선택이 모두 충족된다면 지금이라도 난치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도 부인하지 않는다. 경희대 의무부총장을 지낸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은 줄기세포의 치료 성과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진 의료계의 대표적 인사다. 유 이사장의 말이다. “경희대학교의 한 후배 교수가 중풍을 앓다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아 학교로 복귀한 사례가 있다. 또 내가 아는 유명 교회 목사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치매증상이 완화됐고 친구 아들도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뇌의 활동성이 좋아진 걸 직접 봤다. 미국과 일본에선 줄기세포 연구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도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줄기세포 연구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의료계에서 줄기세포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치료를 허가하는 건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황우석 박사의 배아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인해 줄기세포를 연구하거나 상업화에 나선 관계자들이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 케이스템셀이 운영하는 줄기세포 품질관리센터에서 연구원이 무균검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상업화를 독려하는 차원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재생의료법을 재정하고 약사법을 개정해 줄기세포의 치료 및 상업화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마련한 안전성과 유효성 기준을 통과하면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판에 앞서 ‘7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 ‘조건기한부 승인’을 내주기로 했다. 즉 임상3상을 거치지 않고도 조기에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춰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료보험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는 파격적 지원책도 내놨다.
   
   중국의 경우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인허가 규정이 없어 연구개발 및 상업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일부 줄기세포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유로운 개발환경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으면 곤란하다. 줄기세포가 산업으로서 가능성이 있다면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국회에서 줄기세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3선·충남 천안 갑)이 2012년 8월 대표 발의한 ‘줄기세포 등의 관리 및 이식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별도의 임상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법안은 관련부서의 소극적인 입장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장으로 있는 서울대 서유헌 교수도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본이 허용하는 수준을 우리도 따라가는 게 맞다. 특히 난치병 환자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성체 줄기세포는 성인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얻어 이를 배양하는 것으로, 황우석 박사가 주도했던 배아 줄기세포와는 전혀 다르다. 성체 줄기세포는 암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일본과 중국에서 이미 성체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 사람이 꽤 많다고 들었다. 정부도 이제 관련 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할 시점에 온 게 아닌가 싶다.”
   
   케이스템셀 같은 줄기세포 전문업체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법률적 개선을 요구하는 동시에 일부 치료제에 대해 임상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케이스템셀은 현재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인 조인트스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3상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다. 폐쇄성 혈전혈관염인 이른바 버거씨병 치료제에 대해서도 임상2상을 마쳤다. 이밖에도 골관절염, 척수손상, 무혈성골두괴사증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케이스템셀 측은 성체 줄기세포가 파킨슨병 등 일부 뇌질환 치료에 유효하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체 줄기세포의 배양 기술은 케이스템셀이 독보적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기술이전 등을 통한 수익창출 모델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케이스템셀이 보유한 특허는 총 95건에 달한다.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약사법에 따라 임상3상을 모두 거쳐야만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식약처는 줄기세포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이승훈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국처럼 임상3상을 마친 뒤 상업화하도록 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고가인 데다 안전성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담당 부처의 완고한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품의 가격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케이스템셀 박혜림 과장은 “지난 10년 동안 1만5000여명이나 되는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데이터도 확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케이스템셀 측은 가격 측면에서도 “일부 업체가 1억셀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데 억대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일반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적정 비용구조를 갖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만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줄기세포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케이스템셀은 줄기세포 전문기업인 알앤엘바이오가 사명을 바꾼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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