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간조선에 ‘드론 시장을 잡아라’ 기사를 쓰고 나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경기도 수원시가 ‘드론 특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몇몇 드론 업체가 수원에 있는데,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드론밸리’를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계획은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4월 8일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에 실린 드론 기업 3D로보틱스의 CEO(최고경영자) 호르디 무뇨스(Jordi Munoz)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그는 “심심해서 드론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권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없어” 컨트롤러와 무선조종 헬리콥터를 합쳐 5달러를 들여 드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게 연 매출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드론 기업의 시작입니다.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곧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세계적인 유통기업 아마존이나 DHL도 드론을 사용할 것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슬슬 “드론 시장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런 움직임이 정부 혹은 국가적인 필요에 의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말입니다. “지난 4월 22일 열린 드론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한국 드론 시장은 중국이나 미국만큼 크지 못했는지를요. 그동안 한국의 드론은 군사적 목적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적 목적에 맞게만 개발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르디 무뇨스 CEO는 드론 시장이 “호기심 때문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음모론에서나 접하던 기계를 나도 한번 몰아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 순간 드론을 사게 된다”는 말입니다. 1위 드론 기업인 중국의 DJI나 프랑스의 패럿, 미국의 3D로보틱스는 모두 미래의 사용자들이 어떤 드론을 갖고 싶어할까 미리 생각하고 미리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선도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지요. 앞으로 미래 ‘먹을거리’는 이렇게 시작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기술자의 아이디어를 길러주고,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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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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