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성운의 일부, 일명 ‘창조의 기둥’1995년 허블 우주망원경의 WFPC2로 촬영한 것(오른쪽)과 20년 후인 2014년에 새로운 카메라인 WFPC3로 촬영한 것. photo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2014년) / NASA, ESA, STScI, and J. Hester and P. Scowen(1995년)
독수리 성운의 일부, 일명 ‘창조의 기둥’1995년 허블 우주망원경의 WFPC2로 촬영한 것(오른쪽)과 20년 후인 2014년에 새로운 카메라인 WFPC3로 촬영한 것. photo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2014년) / NASA, ESA, STScI, and J. Hester and P. Scowen(1995년)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25주년을 맞아, 영국의 과학 잡지인 네이처는 지난 4월 15일 허블이 찍은 아름다운 사진 10선을 발표했다. 허블 우주망원경 작동을 책임지는 미국의 허블 우주망원경 연구소(STScl)도 허블이 찍은 25장의 아름다운 천체 사진을 선정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4월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상공 600㎞ 궤도에 올라간 후 우주를 찍어왔다.

요즘은 디지털카메라가 일반화되었지만 전하결합소자, 즉 CCD는 1980년대 중반부터 천체 관측에나 사용되던 최첨단 기술이었다. 그 CCD 중에서 가장 최첨단 초고성능의 정밀 제작품이 허블 망원경에 탑재되었다. 그 이후 25년 동안 영상 촬영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천체 사진이 뱀자리에 있는 독수리 성운의 한 부분을 찍은 사진이다. 독수리 성운은 메시에 목록의 열여섯 번째 천체를 뜻하는 M16이라고도 부르는 성운이다.(메시에 목록은 프랑스 천문학자 메시에가 1784년까지 혜성과 혼동하기 쉬운 103개의 성단, 성운의 목록을 작성한 것이다. 메시에 사후 천문학자 메생이 6개를 추가하여 총 109개의 목록이 되었다.) 독수리 성운은 별이 탄생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창조의 기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95년 허블의 ‘광시야 행성 카메라 2(WFPC2)’로 이곳을 촬영하였고, 2014년에는 새로 교체한 ‘광시야 행성 카메라 3(WFPC3)’로 다시 관측하였다. 그동안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사진의 해상도는 훨씬 좋아졌고 좀더 넓은 영역을 한 번에 찍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외선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적외선으로 성운을 관찰하면 먼지와 가스를 뚫고 더 깊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를 돌고 있는 행성 포말하우트b<br></div>포말하우트는 남쪽물고기자리를 구성하며 동양에서는 북락사문이라고 부르는 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잘 보이는 1등성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 별 둘레에서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행성은 2004년과 2006년에 두 번 촬영했더니 행성이 위치를 옮겼음이 확인되었고, 이로부터 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의 3배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photo NASA, ESA, P. Kalas, J. Graham, E. Chiang, and E. Kite, M. Clampin, M. Fitzgerald, and K. Stapelfeldt and J. Krist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를 돌고 있는 행성 포말하우트b
포말하우트는 남쪽물고기자리를 구성하며 동양에서는 북락사문이라고 부르는 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잘 보이는 1등성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그 별 둘레에서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행성은 2004년과 2006년에 두 번 촬영했더니 행성이 위치를 옮겼음이 확인되었고, 이로부터 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의 3배 정도임을 알 수 있었다. photo NASA, ESA, P. Kalas, J. Graham, E. Chiang, and E. Kite, M. Clampin, M. Fitzgerald, and K. Stapelfeldt and J. Krist

오리온 대성운의 일부를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br>방울처럼 보이는 것들이 아기별들이다. 이 아기별들은 대개 제트와 원시 행성 원반들을 동반하고 있다. 아기별 주변에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이 접시처럼 돌고 있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은 오리온 대성운에서 이러한 원반을 다수 발견하였다. photo photo C.R. O’Dell, NASA, ESA and L. Ricci
오리온 대성운의 일부를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
방울처럼 보이는 것들이 아기별들이다. 이 아기별들은 대개 제트와 원시 행성 원반들을 동반하고 있다. 아기별 주변에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이 접시처럼 돌고 있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은 오리온 대성운에서 이러한 원반을 다수 발견하였다. photo photo C.R. O’Dell, NASA, ESA and L. Ricci

M16 성운은 지구에서 6500광년 떨어져 있고, 사진의 가장 왼쪽에 있는 기둥의 길이는 약 4광년에 달한다. 그 끄트머리에서 달팽이의 더듬이 같은 모양의 돌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천문학자들이 에그(EGG)라고 부르는 구조물이다. 에그는 달걀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데, ‘Evaporating Gaseous Globule(증발하는 기체 구상체)’의 영문 약자이다. 실제로 그 안에서 별이 태어나고 있어서 꽤 적합한 용어 선택으로 생각된다.

성운은 주로 분자 수소와 먼지로 이루어져 있다. 새로 태어나고 있는 젊고 뜨거운 별에서는 자외선이 강렬하게 나온다. 자외선이 성운에 비추면, 성운의 표면에서는 분자가 해리되어 원자가 되고 그 원자에서는 전자가 떨어져 나와 이온화된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온도와 압력이 커지면서 성운에서 이온화된 원자와 먼지 덩어리들이 분리된다. 천문학자들이 이것을 증발한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증발하는 범위가 점점 성운의 안쪽으로 확장되게 된다.

성운 속에는 물질이 응어리진 곳도, 성긴 곳도 있다. 물질의 밀도가 높은 응어리들은 자체 중력으로 오그라들게 되면 별이 된다. 이러한 물질 응어리가 자외선을 차단하면 그 뒷부분은 증발하지 않으므로 기다란 더듬이처럼 생긴 구조물이 생기는데 이것을 우리는 에그라고 부른다. 이러한 에그 안에서는 실제로 아기별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일부는 제트를 내뿜고 있음이 밝혀졌다.

‘창조의 기둥’에 있는 한 에그에서도 제트가 분출돼 나오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20년 차이를 두고 관측된 두 사진을 비교하니 이 제트의 분출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 제트는 1000억㎞, 즉 지구~태양 거리의 약 700배까지 뻗어 있고, 그 분출 속도는 대략 초속 200㎞, 즉 시속 72만㎞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리나 성운에서 관측된 아기별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제트<br>분자운의 응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오그라들면 응어리 중심에서 아기별이 탄생한다. 그 별이 생기고 남은 물질은 별 주위를 원반을 이루며 돌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원반에 수직인 방향으로 제트가 뿜어져 나온다. 허블 우주망원경 이전에도 아기별에서 제트는 관측되었으나 허블 우주망원경 덕분에 제트와 함께 원반도 관측되었다. 이 사진은 용골자리 성운에 있는 별 탄생 영역에서 발견된 에그(EGG)인데, 맨 위에 보면 좌우로 제트가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트의 끄트머리에는 제트가 주변의 성간물질과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활꼴 충격파가 보이고 있다. photo NASA, ESA, and M. Livio and the Hubble 20th Anniversary Team (STScI)
카리나 성운에서 관측된 아기별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제트
분자운의 응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오그라들면 응어리 중심에서 아기별이 탄생한다. 그 별이 생기고 남은 물질은 별 주위를 원반을 이루며 돌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원반에 수직인 방향으로 제트가 뿜어져 나온다. 허블 우주망원경 이전에도 아기별에서 제트는 관측되었으나 허블 우주망원경 덕분에 제트와 함께 원반도 관측되었다. 이 사진은 용골자리 성운에 있는 별 탄생 영역에서 발견된 에그(EGG)인데, 맨 위에 보면 좌우로 제트가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트의 끄트머리에는 제트가 주변의 성간물질과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활꼴 충격파가 보이고 있다. photo NASA, ESA, and M. Livio and the Hubble 20th Anniversary Team (STScI)

개인적으로 허블 망원경이 찍은 우주 사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진은 중력 렌즈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준 아벨 2218의 사진, 손톱만 한 하늘 조각에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들어차 있는 허블 심우주 사진과 허블 울트라 심우주 사진, M51 은하 사진, 안테나 은하 사진, 마젤란 은하에서 폭발했던 초신성 1987A의 잔해 사진, 허빅-아로 천체인 HH-30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트의 사진, 목성에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충돌한 흔적 사진 등이다.

허블의 초기 주요 임무는 외부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후퇴 속도를 측정하여 허블의 법칙을 이용해 허블 상수를 알아내는 일이었다. 허블 상수의 역수는 우주의 나이가 되므로, 이 연구는 우리 우주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과 같다. 허블 우주망원경 이전에는 우주의 나이가 100억년이냐 200억년이냐를 놓고 학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우주의 나이는 140억년 정도로 측정되었다. 그 후에는 Ia형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리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일 뿐만이 아니라,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더 멀리 있는 초신성을 발견하기 위한 관측이 수행되고 있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천문학 박사


미국의 허블 우주망원경 연구소(STScl)에서 선정한 ‘허블 25’ 목록

목성의 대적반 / 토성에 드리워진 토성 위성 타이탄의 그림자 / 토성에서 발견된 오로라 / 오리온 대성운 / 오리온 대성운 영역에서 발견된 아기별들 / 말대가리 성운의 초고해상도 영상 / NGC 5189 / NGC 6543 고양이눈 성운 / NGC 6302 등의 행성상 성운 사진 / NGC 2174 원숭이 대가리 성운의 EGG들 사진 / 1054년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인 게성운 / 복 구상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용골자리 성운의 파노라마 사진 / 남반구의 거대 구상성단 오메가 센타우리의 중심부 사진 / 적색 초거성 / 탄생하고 있는 산개 성단 / 초신성 잔해 / 별탄생 나선은하 M83 / 막대 나선은하 NGC 1300 / 서로 충돌하고 있는 은하인 안테나 은하 / Arp 273 / 스테판 사중주 / 아벨 2744 / 아벨 370 등의 은하단 / 허블 심우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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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천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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