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융프라우 지역을 구석구석 관광하려면 융프라우철도 노선을 잘 활용하면 된다. 철도 요금은 노선별로 다르고 VIP패스의 경우 종류에 따라 혜택이 다양하다. 융프라우 지역에서 2일 이상 머무르면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VIP패스를 활용하면 좋다.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 홈페이지(jungfrau.co.kr)에 들어가면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고, 여행 기간에 따라 1~6일(160스위스프랑부터)까지 다양한 패스권을 구매할 수 있다.
융프라우 지역을 누비는 관광기차에 ‘삼성 갤럭시S5’ 광고판이 붙어 있다. ⓒphoto 유승률 사진작가
융프라우 지역을 누비는 관광기차에 ‘삼성 갤럭시S5’ 광고판이 붙어 있다. ⓒphoto 유승률 사진작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어디쯤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스위스 융프라우 여행의 관문인 인터라켄에 도착한 것은 지난 6월 14일이었다. 스위스 직항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공항을 경유한 탓에 인천공항에서 20시간이 넘게 걸려 찾아간 인터라켄에는 유럽인보다 아시아인이 더 많아 보였다.

아시아인 중에서도 인터라켄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 그 뒤를 이어 한국, 일본, 인도, 대만, 태국 관광객이 순위다툼을 하고 있었다. 중동 관광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유럽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유럽 관광객은 계속 줄어든 탓에 융프라우 관광 매출의 대부분이 아시아인 지갑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관광마케팅도 아시아 고객에게 맞춰져 있었다. 인터라켄의 최대 면세점인 ‘키르호퍼’의 한국인 매니저 박민철씨는 “키르호퍼의 총매출 90%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키르호퍼 직원 250명 중 중국인 직원만 100명이고 아시아인 직원이 80%에 이른다. 한국인도 16명 있다”고 전했다.

융프라우 지역을 누비는 철도로 융프라우에 오르는 한국 관광객은 연 10만여명. 그중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융프라우를 찾는 경우 1박2일 코스가 대부분이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을 거쳐 융프라우를 찍고 가는 일정이다. 이들은 인터라켄 오스트(동역)에서 융프라우 철도를 타고 ‘톱 오브 유럽’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역에 다녀온다. 융프라우와 함께 알프스의 3남매로 꼽히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해발 3454m의 높이까지 기차로 올라 융프라우 턱밑에서 만년설을 바라보고 오면 알프스를 다 보고 온 듯하다. 그러나 융프라우의 관광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융프라우에는 ‘톱 오브 유럽’을 비롯해 꼭 봐야 할 ‘TOP 4’가 있다.

TOP 1 톱 오브 유럽, 융프라우요흐

‘톱 오브 유럽’ 융프라우요흐역에서는 한여름에도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톱 오브 유럽’ 융프라우요흐역에서는 한여름에도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1893년 철도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 첼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구상을 했다. 해발 2061m에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해발 4158m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암반을 뚫고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톱니바퀴의 힘에 의존해 산을 오르는 기차를 보면 구에르 첼러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또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놀라울 뿐이다. 한 구간에서 번 돈으로 다음 구간을 연결하며 16년에 걸쳐 완성한 철도 덕분에 지상에서 구름 위의 천국을 오르는 데는 불과 2시간20분이면 가능하게 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세 계절을 거슬러 올라갔다. 초여름 날씨인 인터라켄을 출발해 산악마을을 오르다 보면 끝없는 야생화 밭이 펼쳐진다. 목초지에 방목한 소떼들과 삼각형 지붕을 얹은 샬레풍의 목조주택이 만들어 내는 봄 풍경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만년설 덮인 겨울이 나타난다.

융프라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파란 하늘 사이로 당당하게 솟은 봉우리를 보여주는가 하면 한순간 눈보라를 날리며 구름 뒤로 숨는다. 이곳의 연 평균 기온은 영하 9.7도. 융프라우요흐역에서 승강기를 타고 3571m에 자리한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22㎞의 알레취 빙하가 발 아래 펼쳐진다. 구름에 가린 융프라우가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는 역내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얼음궁전, 융프라우 파노라마, 초콜릿 공장, 알파인 센세이션 등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시설들을 다 둘러보는 데만도 1~2시간이 훌쩍 간다. 5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는 눈썰매, 트롤리안(자일 타고 빙하 위 날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스노 펀도 개장을 한다. 인도 요리 전문 볼리우드, 스위스 요리 전문 크리스탈 레스토랑 등 5개의 식당에서는 유리창 너머로 손에 잡힐 듯 알프스를 보면서 구름 위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에게 융프라우의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년설 보며 먹는 컵라면이다. 필수코스처럼 컵라면을 먹지만 어떻게 한국산 컵라면을 팔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의 송진 이사는 융프라우철도 측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힘든 시기를 겪는 한국인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융프라우요흐 철도 티켓을 구매하면 컵라면 쿠폰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티켓을 구매할 때 한국인 여권을 보이면 컵라면 쿠폰을 주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7~8스위스프랑(약 1만원)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철도회사 측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서비스를 계속해야 하는지 매년 ‘컵라면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TOP 2 톱 오브 스위스, 쉬니케 플라테

‘톱 오브 스위스’ 쉬니케 플라테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알프호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톱 오브 스위스’ 쉬니케 플라테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알프호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융프라우 지역의 속살을 보려면 하이킹을 해야 한다. 수많은 하이킹 코스가 있지만 대표 코스는 76개이다. 이 중 한 곳을 꼽으라면 ‘톱 오브 스위스’라고 불리는 쉬니케 플라테이다. 매년 5월이 되면 1893년에 개통된 톱니바퀴 철도를 따라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다. 해발 1967m에 위치한 이곳은 비밀의 화원이다.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알프스에서 자생하는 600여종류의 야생화가 자생한다. 겨울을 견디고 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야생화는 5월부터 10월까지 시기를 달리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야외 식물원 같은 야생화 천국에서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세 봉우리가 정면으로 보인다. 이곳을 보면 스위스를 모두 본 것이라고 해서 ‘톱 오브 스위스’라고 부른다.

하이킹 코스는 산정호수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바흐알프 호수까지 이어진다. 종주 코스는 총 6~7시간이 걸린다. 천상의 화원을 더 즐기고 싶다면 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수도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스위스의 전통악기인 알프호른의 연주를 들으면서 스위스식 ‘마운틴 마카로니’ 요리를 즐길 수 있다.

TOP 3 톱 오브 인터라켄, 하더 쿨룸

‘톱 오브 인터라켄’ 하더 쿨룸의 전망대.
‘톱 오브 인터라켄’ 하더 쿨룸의 전망대.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관광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오스트역에서는 융프라우 지역 구석구석과 연결된 기차가 매일 관광객을 실어나르느라 바쁘다. 융프라우 지역의 산악마을로 올라가기 위해서도 이 기차역을 거쳐야 한다. 모두 융프라우로 올라가기 바쁘지만 인터라켄 시내에서도 융프라우 지역의 기막힌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호수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인터라켄은 튠 호수와 브리엔즈 호수 사이에 있다. 융프라우에서 내려온 빙하가 브리엔즈 호수를 거쳐 다시 튠 호수로 흘러간다. 인터라켄 시내에 있는 산인 하더 쿨룸에 오르면 두 호수와 함께 인터라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멀리 융프라우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융프라우가 ‘유럽의 지붕’이라면 하더 쿨룸은 ‘인터라켄의 지붕’이다.

해발 1322m 하더 쿨룸에 오르는 데는 딱 8분이면 된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아찔한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기차가 하더 쿨룸 정상까지 데려다 준다. 360도로 경치를 볼 수 있는 레스토랑 앞에 공중에 매달린 듯한 전망대가 놓여 있다. 구름이 몰려올 때면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는 인터라켄의 중앙에 있는 넓은 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이 공원은 인터라켄 시민의 자부심이다. 융프라우 경관을 해치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아 아예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하더 쿨룸을 오르는 기차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행한다.

TOP 4 톱 오브 어드벤처, 휘르스트

‘톱 오브 어드벤처’ 휘르스트 정상에서는 ‘절벽의 워킹’을 준비 중이다.
‘톱 오브 어드벤처’ 휘르스트 정상에서는 ‘절벽의 워킹’을 준비 중이다.

융프라우에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엽서 같은 풍경 속에는 짜릿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산악마을 그린델발트에서 6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25분 정도 올라가면 사계절 액티비티의 천국인 휘르스트 정상에 내린다. 해발 2168m에 있는 휘르스트역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다. 이 절벽에서부터 심장 떨리는 모험이 시작된다. 절벽을 따라 보행로를 만들어 아득한 빙하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클리프 워크’가 오는 8월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겨울 스키족들은 이곳에서 다시 리프트를 타고 해발 2500m 오베르요흐에 올라가서 그린델발트까지 융프라우 최고의 슬로프를 즐긴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베터호른, 슈렉호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등 해발 3000~4000m의 산봉우리 속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시속 80㎞의 플라이어를 타고 케이블카 아래쪽 정거장인 슈렉펠트역까지 청정 바람을 온몸에 맞으면서 내려오는 기분도 짜릿하다. 다음 역인 보어트에서는 페달 없이 서서 타는 자전거인 트로티바이크가 기다리고 있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들의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아기자기한 산악마을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붙은 속도가 아찔하다.

융프라우의 진짜 매력은 산악마을에 숨어 있다. 융프라우 지역을 누비는 철도, 곤돌라 노선은 모두 7곳. 이들이 서는 18개 역을 중심으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을들이 자리 잡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마을 ‘뮤렌’, 자동차 없는 무공해 마을 ‘벵엔’, 300m의 폭포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 아래 마을 ‘라우터부룬넨’ 등 산악마을에서는 연중 끊임없이 축제가 벌어진다.

그린델발트에도 최근 한국의 자유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1907년에 세워진 벨베데레호텔의 3대 오너인 우어스 하우저 사장은 “몇 년 전까지는 일본 관광객이 많이 왔는데 2~3년 전부터 한국 관광객이 급증하더니 지난해에 한국인이 일본인을 앞질렀다”면서 “호텔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을 본 후 한국인과 일본인의 반응이 차이가 난다. 내성적인 일본인은 감탄사를 내뱉는 것으로 끝나는데 한국인은 당장 달려나간다”면서 “열정적인 한국인이 좋다”고 말했다.

융프라우철도 우어스 케슬러 대표

“손님이 원하는 기대 이상을 해야… 융프라우도 계속 진화 중”

“듭시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만난 융프라우철도주식회사 우어스 케슬러 사장은 술잔을 부딪칠 때마다 한국어로 건배사를 외쳤다. 케슬러 사장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한국에 융프라우가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절 융프라우 관광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이 케슬러 사장이다.

1994년의 일이다.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 송진 이사는 당시 스위스항공에 근무하고 있었다. 스위스항공이 처음으로 김포~취리히 직항을 열었다. 송 이사는 첫 취항 기념 프로모션을 고민하다 무작정 융프라우 세일 마케팅 담당자에게 “융프라우요흐행 철도 티켓을 협찬해 줄 수 없겠느냐”는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담당자가 케슬러 사장이었다. 큰 기대 없이 보낸 메일에 케슬러는 선뜻 지원을 약속했다. 1인당 150달러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대박이 터졌다. 비행기 한 대가 아닌 2대분 좌석이 팔렸다. 이후 융프라우에 한국 관광객이 오기 시작했다. 융프라우 관광의 시작이었다. 융프라우철도에 한국어 안내방송도 하게 되고 철도 할인상품도 만들어졌다.

케슬러 사장은 융프라우 산악마을 출신으로 융프라우철도에서 28년을 근무했다. 바닥에서부터 CEO까지 올라갔다. 융프라우철도주식회사는 7개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의 연합체이다. 철도뿐만 아니라 융프라우 지역 관광상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자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융프라우요흐역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위해 새로운 시설을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위해 케슬러 사장도 1년에 1~2번은 아시아 투어를 한다. 한국도 매년 방문하고 있다.

케슬러 사장은 “한 지역의 관광이 발전하려면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가 훌륭해야 한다. 20년 전부터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얼음궁전, 린트 초콜릿 공장 등을 세우고 빙하 위에서 운동경기를 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고 말하고 마케팅 포인트를 설명했다.

“손님의 기대를 만족시켜라. 이때 중요한 것은 기대에 맞추는 수준이 아닌 기대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융프라우 기념여권이나 기차에서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직접 초콜릿 선물을 나눠주는 것이 그런 노력이다. 다음은 상품보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구찌, 페라가모 등 명품의 경우 상품은 모방할 수 있지만 그들의 브랜드는 모방할 수가 없다. 다음은 스피드다. 오늘은 새로운 것이지만 내일은 퇴물이 될 수 있다. 변화나 새로운 요구에 빨리빨리 대처해야 한다.” 케슬러 회장이 준비된 대답처럼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케슬러 회장은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서 날씨가 나쁘더라도 한 시간 이상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고 모든 산마다 주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시설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하고 “현재는 성공이 아니다. 미래가 성공이다. 지금 만족하면 퇴보한다. 작은 것이라도 향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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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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