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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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일반인에게 여행은 삶에서 가끔 발생하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그러다 보니 대면(對面) 거래가 많았어요. 티켓도 여행사에 가서 직접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굳이 여행사 직원과 대면을 안 해도 되게 됐죠.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도 점차 늘고 있고요. 합리적으로 여행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똑똑한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투어도 이런 고객에 맞춰 바뀌고 있어요. 이번 온라인 여행박람회도 이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기획한 행사입니다.”

지난 11월 9일,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투어 본사 8층 회의실에서 만난 인터파크투어 박진영(50) 대표의 말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양분하던 여행업계에 1999년 뒤늦게 뛰어든 인터파크투어는 올해 상반기 국내 여행사 중 국내선 송출객 1위를 기록했다. 해외 송출객으로도 하나투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계열사 중 매출과 수익이 가장 높다. 박 대표는 2005년부터 11년째 인터파크투어를 이끌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를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주인공이 바로 박 대표다. 박 대표에게 인터파크투어 성장의 비결을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파크의 온라인 고객 베이스죠. 2000만명의 인터파크 고객이 우리 회원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온라인 여행업은 고객 특성이 중요합니다. 우리 고객은 대부분 인터넷에 익숙합니다. 온라인 예약이 익숙하고 또 편해요. 반면 타사 고객들은 대면이나 전화 상담에 익숙한 분들이 많아요. 앞으로의 여행 시장에 어떤 회사가 유리할지는 자명하죠.”

온라인 여행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회원을 상대로 하지 않으면 예약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일정 변경이나 취소, 동반자 추가 등 부가 서비스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로그인에 따른 구매 기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이 불분명한 비회원 예약으로는 사후 처리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온라인 회원 수가 적은 오프라인 기반 여행사는 온라인 예약 관련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1990년 한국신용평가에 입사했다. 10년 넘게 일하다 현대카드를 거쳐 인터파크투어에 둥지를 틀었다. 인터파크투어를 맡았을 때 현재의 성공을 예측했는지 궁금했다.

“합류하기 전에 기존 사업 현황이 어떤지 들었죠. 인터파크는 온라인 기반 회사인데 인터파크투어는 시스템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되어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바꾸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인터파크는 티켓 파는 회사잖아요. 항공권도 티켓이고 호텔도 바우처는 티켓이죠. 그래서 단품(單品) 쪽은 잘될 거라고 처음부터 확신했습니다.”

박 대표가 합류하기 전까지 인터파크투어의 주 상품은 방문 고객을 상대로 한 패키지 상품이었다. 홍보도 주로 신문 광고를 통해 했다. 기존 여행업체의 경력자들로 구성된 경영진이 다른 업체에서 배운 방식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차별화되지 않은 후발주자가 기존 주자를 따라잡을 리 없었다. 박 대표는 합류하자마자 기존 시스템을 갈아엎었다. 시스템을 몇 년에 걸쳐 온라인 중심으로 모두 바꿨다. 상품 구성도 기존의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항공권과 호텔 예약권을 중심으로 한 단품으로 바꿨다. 2007년 항공권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한 이래 항공권 매출은 매년 늘었다. 2012년 5월, 이미 월매출 500억원을 넘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통틀어 여행업계 1위를 넘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도 최근 수익성 개선의 이유다. 항공권은 특성상 유통업체(여행업체)의 마진이 높지 않다. 규모가 작은 유통사는 항공권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가 정하는 가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네 슈퍼와 같은 유통업체는 라면 회사(제조업체)가 정하는 가격에 라면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는 직접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구매 물량이 워낙 많아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현재 항공권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여행사는 우리를 포함해 2개 정도”라며 “우리가 1년에 파는 항공권 금액이 1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 정도 규모는 돼야 이익이 난다”고 했다.

“종합여행사로서의 입지 다지겠다”

“온라인의 특성은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여행업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죠. 여행 전문가라 해도 오프라인에서 전 세계를 커버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여러 전문가들을 바꿔 가면서 상담할 수도 없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각 전문 인력들이 짠 정보를 비교하면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여러 개를 혹은 여러 지역을 한꺼번에 보고 고객이 직접 비교할 수가 있다는 거죠.”

인터파크투어는 지난 11월 9일부터 3주간 온라인 여행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로서는 최초로 여는 대규모 온라인 박람회다. 전 세계 지역별 패키지 상품부터 항공권, 호텔 예약, 허니문 등 인터파크가 취급하는 모든 여행 상품을 한자리에 소개한다. 인터파크투어는 박람회를 위해 웹사이트와 모바일 페이지를 따로 꾸려 운영한다. 특히 항공권 최대 77% 할인, 호텔 최대 60% 할인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준비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여행에 특화된 종합여행사입니다. 그동안 단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다 보니 저희 회사를 여행 쇼핑몰 정도로 아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상근 직원만 500명입니다. 다른 여행사 상품을 입점만 시켜 팔면 10명으로 충분하죠. 전문화된 인력이 항공사, 호텔과 직접 거래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파크투어가 내적으로 이룩한 성장에 비해 외적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파크투어가 국내선 송출객 1위를 기록한 시점이 올 상반기다. 온라인 여행업계 1위는 이미 2010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인터파크투어를 타 여행사의 상품을 떼다가 파는 회사 정도로 아는 고객들도 상당하다. 항공권과 호텔 중심 단품 판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티켓을 파는 회사라는 인터파크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이번 기회에 인터파크투어가 단품부터 패키지까지 여행의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다루는 종합여행사란 걸 보여주려고 합니다. 다른 대형 여행사에 비해 종합여행사로서의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항공, 호텔뿐만 아니라 차량 임대에서 펜션까지 여행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 협력업체가 200개 정도 되는데, 저희의 사업 현황과 위치를 시장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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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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