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깨끗한 물만을 강조해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힘들다. 시장에서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은 기본이고 맛과 건강까지 따진 물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생수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탄산수, 해양심층수에다 일본에서 건너온 수소수까지 가세해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생수 박사 1호인 이상선 박사의 말이다.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6000억원. 이 박사의 말대로 생수시장은 매년 10% 이상씩 커지고 있다. 특히 탄산수 시장규모는 최근 3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2012년 130억원에서 2014년 400억원, 2015년 1000억원대로 3년 만에 무려 8배 가까이 늘었다. 탄산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해양심층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매출은 127억원에 그쳤지만 정부가 해양심층수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심층수를 활용한 신제품 기술 개발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예산에 올해 20억원을 투입했다. 일본의 경우 해양심층수시장은 3조원대에 달한다. 현재 강원도 속초를 중심으로 동해청정수를 이용한 해양심층수 생산업체는 4곳이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히트상품인 수소수(水素水)까지 국내에 상륙했다. 수소수는 이미 일본에서 2014년 기준 200억엔(약 206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뒤늦게 수소를 식품첨가물로 허용하면서 수소수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해졌다. 현재 시중에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의 식품관. 생수코너에는 30종이 넘는 각종 생수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국내 탄산수를 집어든 20대 여성에게 “왜 탄산수를 골랐냐”고 물어보자 “특별한 이유는 모르지만 친구들이 많이 마셔서 사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40종 가까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500mL 기준으로 1000원대부터 7000원대까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격도 성분도 천차만별인 만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이진효 과장은 “탄산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국내 브랜드도 많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후발주자 격인 수소수, 해양심층수는 프리미엄시장에서 아직 큰 부분은 아니지만 시장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밥 한 끼 값보다 비싼 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더 이상 물을 ‘물’로 봐서는 안 된다. 어떤 물이 좋은지, 가격의 차이만큼 효능에도 차이가 있는지 국내 프리미엄생수의 대표 격인 탄산수부터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해양심층수, 가장 최근 등장한 수소수까지 그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탄산수

90%의 물과 최대 10%의 탄산가스로 만들어진 물이다. 탄산수는 신체 미네랄 균형을 잡아줘 변비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탄산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소개된 탄산수의 종류는 수입 22종을 포함해 30종이다. 그중 소비자가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은 트레비, 페리에, 산펠레그리노, 초정탄산수 등 20여종이다. 유럽은 탄산수 시장이 전체 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탄산수는 엄밀하게 물이 아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탄산수가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첨가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첨가물이 들어가면 음료로 분류된다.

일반 생수의 경우 환경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음료로 분류된 탄산수의 경우는 식약처에서 관리한다.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다 보니 제품을 생산할 때 표시하는 표기법도 차이가 난다. 생수는 ‘먹는물 관리법’에 따라 무기질 함량 등이 의무적으로 표시된다. 반면 탄산수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성분만 표기하게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성분 표시만 봐서는 좋은 탄산수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유럽은 탄산수도 물로 분류가 돼 있어 미네랄 함량을 포함해 탄산 함량 수치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반면 국내 제품의 경우 탄산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미네랄과 탄산 함량 표시가 전혀 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천연인지 인공인지도 알 수가 없다.

“유럽 탄산수는 대부분 천연인 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탄산수는 수돗물이나 담수를 정제한 물에 탄산가스를 인공적으로 주입한 인공 탄산수다. 천연 탄산수는 장기간 화산암반 퇴적층을 통과하며 풍부한 미네랄을 흡수하게 되는데, 탄산수의 효능으로 알려진 연구결과는 천연 탄산수에만 해당한다. 인공 탄산수에 사용되는 정제수는 말 그대로 정수과정을 거치면서 미네랄까지 함께 걸러진다고 보면 된다.” 이상선 박사의 말이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인공 탄산수는 수돗물과 담수 등을 정제해 만든 영양가 없는 물로 만들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인공 탄산수이다. 이 박사가 추천하는 탄산수는 초정탄산수이다. 초정탄산수는 세계광천학회가 선정한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힐 정도로 미네랄 함량이 높은 편이다.

이 박사는 “탄산수 함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탄산 3% 미만은 위장질환을 가진 사람, 6% 이상은 탄산음료를 대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에서 탄산수가 인기가 많은 것은 기름진 식단 때문이다. 채소 위주의 한식에는 탄산 함량이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이 더 어울릴 수 있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워터바에서 한 여성이 해양심층수를 고르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3월 2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워터바에서 한 여성이 해양심층수를 고르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심층수

태양광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해저 200m 이상의 깊은 바닷속에서 생산하는 청정수를 말한다. 인이나 질소 등의 영양분이 풍부한 반면 지상에서 들어오는 유해물질이 적은 게 특징이다. 해양심층수는 높은 미네랄 함량과 청정성 때문에 화장품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해양심층수 매출은 127억원으로 개발면허를 받은 업체는 7곳 정도다. 현재 국내에서는 강원도 동해지역이 뛰어난 수질을 자랑하고 있다. 동해에서 해양심층수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대표업체는 강원심층수, 글로벌심층수 등 4곳이다.

바닷속 200m 이상의 수심에서 끌어낸 해양심층수는 바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탈염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정 때문에 일부에서는 ‘해양심층수’에 함유된 미네랄이 인위적 화학제품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강원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양심층수센터 측에 따르면 해양심층수는 물리적 과정을 거쳐 탈염수와 소금, 미네랄로 분리가 된다. 이때 탈염된 물과 미네랄을 적절한 비율로 제조하면 ‘먹는 해양심층수’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탈염과정 때문에 분리된 미네랄을 다시 물에 적절하게 넣을 뿐이지 그 어떤 인위적인 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다.

정부도 ‘먹는물 관리법’을 통해 ‘해양심층수에서 나오는 물질 이외에 그 어떠한 물질도 추가로 넣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가 시장에서 접하는 해양심층수는 첨가물이 들어있는 음료가 아니다. 해양심층수는 일반 생수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일반 생수의 경우 500mL를 기준으로 평균적인 미네랄 함량은 L당 마그네슘 1.7~5.4㎎, 칼슘 2.5~20㎎, 칼륨 1.4~5.3㎎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해양심층수의 경우 미네랄 함량은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글로벌심층수 ‘딥스’의 경우 500mL를 기준으로 마그네슘 24~36㎎, 칼슘 8~12㎎, 칼륨 7~13㎎이다.

해양심층수의 미네랄은 마그네슘과 칼슘의 함량을 나타내는 ‘경도’로 따질 수 있다. 현재 국내법상 세부규정에 따르면 경도 300 이하로 맞추게 돼 있다. 실제 해양심층수 원수(源水)의 경우는 경도가 훨씬 높다.

글로벌심층수의 홍창희 총괄상무는 “원수의 경우 경도가 6000에 이른다. 법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오히려 미네랄 함량을 낮추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고경도가 가능하다. 성분 비율도 중요한데 우리 제품의 경우 마그네슘, 칼슘, 칼륨의 비율을 태아의 양수와 같은 3 대 1 대 1로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수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물이 수소수이다. 수소수는 이미 일본을 비롯한 중국에서는 건강한 물로 각광받고 있다. 2014년 기준 일본 수소수시장 규모는 일본 전체 생수시장의 10%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수소수는 ‘애니닥터수소수’ ‘퓨수소수’ 등 2곳에 불과하다. 식약처에서 지난해 2월부터 수소를 식품첨가물로 허용하는 바람에 수소수의 시장 진입이 늦어졌다. 수소수는 수소의 항산화작용으로 인해 노화를 방지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수소수는 알려진 대로 효능이 좋은 것일까. 한국물학회 회장인 연세대 원주의대 이규재 교수의 설명이다. “수소는 400편 이상의 논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대표적인 항산화제다. 지구상의 원소 중에서 제일 적은 게 바로 수소인데, 이를 마시게 되면 수소가 몸에 있는 활성산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 노화방지에 좋다.” 이 교수는 H(수소)가 몸에 들어가면 불필요한 O(활성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면서 이뇨작용을 통해 활성산소를 몸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원리라고 덧붙였다.

수소수 역시 인위적으로 수소를 주입시키는 제조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능성 음료로 분류된다. 애니닥터 수소수의 관계자는 “수소수의 적정 수소량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본을 기준으로 0.5~1.2ppm을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수소수의 제조방식은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만 추출해 모으거나, 마그네슘과 같은 알칼리 금속을 물에 담가 수소를 발생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제조방식은 안전해서 의학적으로 문제는 없다. 다만 수소가 활성산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과다섭취할 경우 오히려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까지 제거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는 상황이다. 과다섭취하기보다는 하루 1L 이내의 수소수를 먹는 것을 권장한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기능성 물이 넘쳐나고 효능에 대한 논란도 많은 만큼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방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상선 박사는 “해양심층수 등 기능성 물들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물을 관리하는 법이다. 물은 최적의 온도가 약 10도 내외일 때 육각수 형태를 띠게 되는데 이때가 최상의 물이다. 되도록 페트병보다는 유리병에 보관하는 게 좋다. 비싼 돈을 들여 산 프리미엄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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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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