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드론용 무음송풍장치 기술을 공개한 탁승호 박사.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27일 드론용 무음송풍장치 기술을 공개한 탁승호 박사.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27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공공기관의 드론 도입 동향 및 발전 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공군사관학교, 국정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드론 도입과 관련된 공공기관 현황 및 문제점, 드론 발전과 도입 방안, 경찰용 드론의 활성화 방안 등의 발표가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의 이목을 가장 끈 순서는 탁승호 박사(62·수퍼하이터치 대표)의 드론 신기술 발표. 그는 이날 자신의 25년간 연구 결과라며 소리 없이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무음송풍장치 기술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드론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비행한다. 보통 프로펠러 4개 이상을 이용해 수직으로 이착륙한다. 앞뒤, 좌우로 움직이고 싶을 땐 프로펠러의 기울기를 조종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드론은 이런 방식으로 최대 2.6㎏의 무게를 들어올려 30분간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드론은 프로펠러가 작동하면서 내는 소음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반적으로 드론을 띄우면 지하철 소음 수준을 넘는 80데시벨(㏈)의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날 탁 박사가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드론에는 프로펠러가 없다. 탁 박사의 드론은 바람을 일으켜 비행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드론과 같지만 바람을 일으키는 방법이 다르다. 프로펠러 대신 구멍이 뚫린 여러 장의 디스크를 회전시켜 바람을 일으킨다. 디스크를 돌리면 디스크 표면에 견인작용이 발생, 디스크 중앙으로 공기가 유입되며, 유입된 공기는 디스크 사이를 통해 밖으로 빠르게 분출된다. 디스크의 넓이가 커질수록 풍량도 정비례로 커진다. 이렇게 발생된 바람은 원형노즐간격 조정기술을 통해 드론의 추진장치가 된다.

이 같은 무음송풍장치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는 프로펠러 없는 선풍기 ‘다이슨’이 유명하지만, 이날 탁 박사가 선보인 기술과는 원천기술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다이슨은 일본에서 개발한 소음상쇄 기술을 사용하지만 탁 박사의 무음드론 기술은 100년 전 미국의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테슬라 터빈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탁 박사에 따르면, 드론에 프로펠러가 없으면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장점이 많다.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도 드론을 띄울 수 있게 된다. 무음드론은 기존 드론보다 풍력도 더 세다고 한다. 탁 박사의 신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드론의 최대 무게인 2.6㎏의 약 두 배 무게를 40데시벨 이하의 소음으로 30분 이상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경찰과 국정원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향후 잠수함이나 군사용 무인항공기에 적용될 경우 북한과의 스텔스(stealth) 경쟁에서 큰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드론 신기술을 발표한 탁 박사를 행사 하루 전날 서울대 캠퍼스 내에 있는 탁 박사 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무음송풍장치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검토를 막 마친 상태라고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발표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잠수함의 추진체 등군사용으로 쓰일 경우 해전(海戰)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널리 공유돼야 하는 것이고 군사용뿐 아니라 무음 헤어드라이기처럼 일반인에게도 이롭게 사용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탁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무음드론이 드론시장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론이 규제 대상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소음이기 때문이다. 드론은 벌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따 이름을 지었을 만큼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 도심가 등에서의 비행이 금지돼 있다. 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군사용 드론의 경우는 소음이 100데시벨을 훨씬 넘기 때문에 침투나 정보수집을 위해 은밀히 띄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무음드론은 이러한 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탁 박사가 자신의 무음드론에 사용한 원천기술로 소개한 테슬라 터빈은 무엇일까. 테슬라 터빈은 세르비아 출신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100년 전에 고안한 기술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에디슨과 견줄 만큼 타고난 발명가로 다상 유도 모터, 레이더, 전기 교류시스템 등 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가 100년 전 개발한 터빈은 당시 기술력으로는 압력과 공기마찰에 의한 열 배출을 해결해 줄 하우징 기술과 고속회전을 버텨줄 베어링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프로펠러 없는 터빈의 다양한 사용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탁 박사와 니콜라 테슬라와의 ‘인연’은 1990년에 시작됐다. 1990년 미국과 이라크 간의 걸프전이 한창일 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이었던 탁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엔지니어 잭 포셀의 연구소에서 유전에 붙은 불을 끌 수 있을 만큼 강한 워터제트를 공동 연구했다. 그때 니콜라 테슬라의 제자인 포셀로부터 니콜라 테슬라의 연구 메모를 건네받으며 테슬라 터빈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았다. 탁 박사는 “테슬라 터빈 원천기술 자체는 이미 공개된 것이지만 이것을 드론이나 다른 것에 적용하는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탁 박사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발명가다. 성균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과기부에서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 프랑스에서 컴퓨터 아키텍처를 공부하고 돌아와 산업연구원에서 근무하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학교 IC카드 센터장을 지내며 교통카드 등 다양한 IC카드를 개발했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는 “일단 어떤 기술을 개발하면 상품화할 수 있게 관련 기술을 연달아 개발하기 때문에 특허출원을 몇 개 했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특허기술이 노출되면 골치 아픈 일들이 생겨 등록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명을 통해 드론의 저변확대나 사람들의 안전사고 방지와 같은 좋은 일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뤄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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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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