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월 31일. 대리운전 앱인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됐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까운 곳의 대리운전 기사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출시 전부터 5만명의 대리운전 기사가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드라이버를 보는 몇몇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마음은 편치 않다. 2014년 4월 대리운전 앱 ‘버튼대리’를 출시한 버튼테크놀로지 구자룡 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얼마 전에는 한 벤처캐피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었는데 무산됐습니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앱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돌고 난 뒤의 일입니다.” 근 2년 동안 ‘버튼대리’ 앱 다운로드 건수는 30만건에 달했다. 대리운전 업체 한 곳 한 곳과 접촉해 네트워크를 쌓아온 결과다.

“어떤 회사든 이 업계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에 들어오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넓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마치 ‘카카오택시’처럼 이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입니다.”

#2. 지난해 주간조선 2356호에는 ‘우후죽순 택시앱, 최후의 승자는?’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막 출시됐던 택시앱들을 설명하는 기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후의 승자는 ‘카카오택시’다. 지난 1월, 카카오택시 출시 이전 업계 1위였던 ‘리모택시’는 폐업했다. 카카오택시가 출시되면서 기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모두 카카오택시로 몰렸고 대대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했던 리모택시는 결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3. 지난 몇 주간 IT·스타트업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는 ‘송금서비스’다. 얼마 전 출시된 카카오의 송금서비스가 지난해 2월에 출시돼 누적 송금액만 1000억원을 넘긴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서비스 앱 ‘토스’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펌뱅킹(Firm Banking)망 계약’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은 물론 ‘1원 인증’ ‘1원 송금’ 등 인증 방식이 유사하다는 게 토스의 설명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관계자는 “토스와 유사한 카카오 송금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긴장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카카오 송금서비스의 가장 큰 무기는 월간 사용자가 4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300조 O2O시장 노리는 카카오

잠시 여기서 미국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해보자. 구글(Google)은 지난 5월 시가총액 4930억달러(약 587조원)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구글이 애플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에만 집중한 애플과 달리 여러 수익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구글의 수익사업은 주로 대형 M&A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의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 mind)를 3억파운드(약 5182억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투자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M&A를 함으로써 사업을 다각화했는데, 지난해 무인자동차나 AI 등 미래 사업에서 거둬들인 매출액만 4억4800만달러(약 5345억원)에 달한다.

월 평균 이용자 수가 16억5000만명에 달하는 SNS 페이스북도 올 1분기에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53억8000만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개했다. 핵심적인 원동력으로 꼽히는 것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에서 거둬들인 수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시 국내로 시선을 돌려 매달 이용하는 사람이 4000만명에 달해 가히 ‘전 국민의 SNS’라고 불릴 만한 카카오톡을 살펴보자. 포털사이트 ‘다음’과 SNS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는 어떤 식으로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을까. 요즘 카카오의 사업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O2O(Online To Offline)’이다.

O2O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서비스를 말한다. 직접 장보러 가는 대신 클릭 몇 번만으로 생활필수품을 배달받는 게 O2O이다.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태우러 오는 게 O2O다. 우리나라 O2O시장 규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내에서 이뤄지는 상업 거래액이 1000조원인 점을 고려해 볼 때 3분의 1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 O2O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택시가 시발점이다. 카카오드라이버가 5월이 지나기 전에 출시됐고, 6월 중에는 헤어숍 예약을 도와주는 카카오헤어숍이 출시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에는 가사도우미 서비스인 카카오홈클린과 주차장 예약을 돕는 카카오주차 서비스가 출시된다. 일시적이었지만, 산지(產地)의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카카오파머 서비스가 개시된 적도 있었다.

문제는 카카오의 O2O시장 진출이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카카오의 대리운전 서비스가 기존 대리운전 업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아니다. 이미 대리운전 O2O시장을 개척하고 있던 스타트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진출하는 O2O시장이 모두 다른 스타트업에 의해 시장 개척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다. 즉 ‘골목상권 침해’라는 것은 카카오가 그랬듯 몇 명의 인재와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침해한다는 얘기다.

O2O시장 전문가인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성공한 O2O 기업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공했습니다. 카카오도 처음에는 그런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돈이 될 만한’ ‘실패하지 않을 법한’ 곳에 혁신 없이 진입합니다.”

카카오 측에서는 카카오가 새로 시작하는 O2O 서비스는 오래전부터 기획 중인 것이었고 전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출시하는 서비스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즉 ‘기존 스타트업 잡아 먹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바쁜 직장인을 대신해 미용실과 네일숍 등의 예약을 도와주는 앱 ‘헤이뷰티’를 지난 1월 출시한 임수진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 카카오헤어숍이 나온다고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맛보기로 공개된 앱 소개를 보니 우리 앱과 유사한 점이 굉장히 많아 보여 걱정입니다. 비슷한 기능에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앱과 카카오 앱 중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할지,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대기업이 된 카카오, 경영도 대기업식?

카카오가 시작하는 서비스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물론 카카오가 반드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카카오의 O2O시장 진출에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던 대리운전 기사나 자체 마케팅이 어렵던 소규모 미용실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끼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 송금서비스가 ‘토스’ 앱을 베꼈다는 논란도 그렇고, 지난해에는 새로 출시한 카카오스토리의 쪽지 기능이 한 스타트업 기능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카오가 출시하는 서비스에 대해 기존 스타트업들의 반응이 대동소이하다. “우리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디어는 거의 같다.” 버튼테크놀로지 구자룡 대표는 “카카오가 스타트업들을 주시하고 있다가 낚아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직원 3명, 5명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서비스를 론칭합니다.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쳐 나가는 일을 반복하며 이 분야에서도 ‘모바일 앱’을 이용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서서히 알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사업 좀 키워볼까 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갑자기 카카오가 등장합니다. 비슷한 서비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친숙함 등을 무기로 기존 고객은 물론 새로운 고객까지 빨아들입니다. 스타트업은 도저히 이겨낼 수 없어요.”

이런 카카오의 행보가 우리나라 대기업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과 같은 재벌 그룹은 주력 사업 외에도 테마파크·의료·단체급식·광고에 이르기까지 손대지 않는 곳이 없는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 비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한 분야의 경기가 나빠져도 다른 곳에서 메울 수 있다. 시장 입장에서는 기업의 규모를 앞세워 자금을 투입해 시장을 점유하기 때문에 독과점이 형성되고 자율 경쟁이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가 ‘한국의 구글’이 아니라 ‘제2의 삼성’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의 최근 경영 전략을 대기업과 비교해 보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과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마침 카카오는 올해 자산 5조원을 넘겨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카카오가 시도하지 않는 IT 서비스는 거의 없다. 같은 포털인 네이버도 예외는 아니지만, 네이버는 3년 전 ‘골목상권 침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부동산·맛집 등 7개 분야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 뒤로 IT 업계의 시선은 카카오에 향했다. 카카오는 신선하지만 완전히 새롭지 않은 분야에 안전하게 진출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취했다.

이상근 교수는 카카오가 O2O시장 등에 진출하는 순간, 소규모 자본으로 투자를 받아가며 성장할 스타트업에는 불리한 환경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건 일종의 불공정 경쟁입니다. 한 시장이 개척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몇몇 브랜드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카카오에는 우선 막대한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이미 형성된 잠재적 소비자들이 있죠.”

지금은 카카오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예전의 네이버가 그랬고 앞으로의 다른 대기업이 비슷한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할까요. 흔히들 ‘왜 우리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없느냐’ ‘창업을 많이 하자’고들 하는데 경험적으로 보면 창업하는 일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근 교수의 비판처럼 대형 포털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게다가 카카오가 주장하듯 O2O사업이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의 이익을 증대해줄 것이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곧 출시할 카카오홈클린에 대한 한국YWCA연합회의 논평을 들어보자. “카카오홈클린은 가사 서비스가 ‘양질의 일자리’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가사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와 함께 비공식 부문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데 카카오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없다면 카카오홈클린은 수수료 싼 유료 직업소개 사업에 불과하다.”

동맹에서 길을 찾다

카카오와 대형 포털의 침공에 스타트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애초에 카카오의 O2O시장 잠식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카카오처럼 동시에 여러 사업을 펼치는 것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살펴보면 카카오에 잠식당하지 않은 사업 분야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개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아무리 거대한 플랫폼이라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생깁니다.” 임 센터장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은 카카오가 아니라 해외 자본이 투입돼도 안 망할 수 있다”며 “시장의 자율 경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진출한, 혹은 진출을 앞두고 있는 O2O시장의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버튼대리’ 구자룡 대표는 “카카오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2년간 열심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와 고객들의 사용 경험”이라면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여러 대리운전 업체와 협력해 서비스 이용 범위를 넓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헤이뷰티’ 임수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앱과 제휴한 수도권 숍은 약 200여개입니다.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입점 업체가 필요하다는 생각 아래 많이 노력했고, 6월 중에 수천 개의 점포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또 MCN(1인 미디어 사업) 업체와 제휴해 종합 뷰티 정보를 제공하는 앱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말에는 시장에서 자리 잡은 O2O 업체들이 모여 이른바 ‘O2O얼라이언스(alliance·동맹)’를 조직했다. 야놀자(숙박)·요기요(배달)·쏘카(카셰어링)·스포카(적립)·메쉬코리아(물류) 등 5개 업체는 서비스를 공유하고 신규 O2O 스타트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노하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야놀자 앱을 통해 예약한 숙박시설에서 요기요를 통해 음식을 배달해 먹고, 쏘카에서 제공하는 차를 빌려 숙박시설을 찾아가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여러 앱을 일일이 다 깔 필요 없이 가장 많이 쓰는 앱만 쓰면서 여러 O2O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각각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공유하면서 더 혁신적이고 편리한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는 “O2O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O2O 사업은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을 정립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O2O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의 등장이 이에 대응하는 연합을 만들고 시장의 성장을 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상근 교수는 “혁신적 서비스와 시장 개척이 필요한 O2O 서비스는 스타트업 몫으로 남겨두고, 대형 포털은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O2O시장의 플랫폼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파이를 나눠 먹으려 하기보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내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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