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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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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살아 있는 세포로 신체 장기까지 3D바이오프린터의 진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안면 일부와 귀. 인간의 세포나 단백질 등을 배양한 재료를 쌓아올려 만든다. photo www.notettup.com
3D프린터의 변신과 활용 범위가 놀랍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순 기계 부품을 복사하는 신기한 물건 정도로만 인식되던 3D프린터가 건축물을 비롯해 인체에 들어가는 장기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활용성이 높아졌다. 특히 ‘3D바이오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세포를 죽이지 않고 살아 있는 상태로 출력해 쌓아올린, 즉 ‘살아 있는 세포를 잉크’로 쓰는 기술이다. 이는 신체 일부나 장기를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
   
   
   ‘3D 조직’으로 신약 독성 시험
   
   장기 이식은 수많은 생명을 살린 기적의 기술이다. 하지만 타인의 조직을 이식할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바로 거부반응이다. 장기 기증이 드물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또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하고 어려운 수술인 만큼 위험성도 높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어 온 것이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장기 이식. 거부반응이나 이식 장기의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이식 장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줄기세포를 그냥 심장 근육세포나 간세포로 유도 분화한 후 증식시킨다고 하자. 과연 해당 장기가 만들어질까. 벽돌로 건축물을 만드는 이치를 생각해 보자. 건물을 지을 때 벽돌 하나만 아무렇게나 쌓아서는 금방 무너지고 만다. 시멘트, 철근 등 여러 건축 소재들이 들어가야 제대로 완성이 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장기도 세포만으로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 수 없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3D바이오프린터 기술이다.
   
   세포 하나하나를 벽돌처럼 쌓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3D바이오프린터를 이용해 세포를 포함한 젤리 같은 성분을 적층(積層) 방식으로 쌓는 것이다. 젤리는 인체 온도(36.5도)에서 녹는 하이드로겔(hydrogel)로,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한다. 높은 온도에서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세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존 환경도 제각각이어서 이를 모두 충족하는 하이드로겔을 만드는 일은 보통 기술이 아니다.
   
   3D바이오프린팅의 원리는 3D프린팅과 같다. 3D프린팅은 3차원 공간 안에 재료를 각각 배치한 후, 높이 방향으로 하나씩 쌓아올려 제작한다. 하지만 출력에 사용되는 물질이 다르다. 인체에 이식을 해야 하는 만큼 환자 자신의 세포나 단백질 등을 배양하여 재료로 쓴다. 하이드로겔로 일단 원하는 모양을 만든 다음 세포를 증식, 분화시켜 3차원 조직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세포와 조직을 사용했기 때문에 신체 이식 후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
   
   최근 미국의 재생의학 업체 오가노보(Organovo)는 3D 간 조직을 바이오프린팅하여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간세포와 간 성상세포, 내피세포 등으로 이뤄진 인공 간 조직을 3D바이오프린터로 출력해 42일 동안 살게 하는 데 성공한 것. 이때의 간 조직 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2007년에 설립된 오가노보가 가장 먼저 만들어낸 것은 살아 있는 조직을 모아 새로운 동맥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2009)였다. 바이오잉크라는 구(球) 형태의 수백 마이크론(100만분의 1m) 크기의 세포 물질을 젤리 상태의 바이오페이퍼와 함께 쌓아올리면서 영양을 공급해주면 약 2주 뒤에 세포 간 결합이 일어나 튜브 같은 혈관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에는 ‘3D 인공 신장’ 조직을 바이오프린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르면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영국의 재생의학 교수인 알렉산더 사이펠리안은 3D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인공 귀 출력에 성공했다. 이 인공 귀는 이식받는 사람의 피부 아래에 있는 혈관과 결합해 몸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즉 출력을 통해 만들어진 귀가 몸과 결합해 귀의 기능을 온전히 해낼 수 있다.
   
   3D바이오프린팅으로 출력해낸 신장과 혈관, 간 등의 인공 장기는 신약 개발에 시험용으로 쓰일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평면의 2차원 간 조직으로 독성 실험을 하여 신약을 개발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간과 흡사한 3D 간 조직으로 신약의 독성을 시험한다면 부작용이 줄어 한층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 미국의 재생의학 업체 오가노보가 세포나 단백질을 활용해 3차원 조직을 만드는 장면.

   동물실험 대체할 ‘인공 신체’가 목표
   
   그렇다면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궁극적 목표는 뭘까.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신체’를 만드는 것이다. 인공 신체는 동물실험이나 인체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있고, 생체이식용 장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팀은 인체의 핵심인 간, 심장 등 장기의 일부를 3D바이오프린팅 한 후 이들을 서로 연결해 ‘인공 신체’를 구현하는 일에 성공했다. ‘오가노이드(organoid·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의 최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3차원 세포집합체)’로 불리는 초소형 장기이다. 심장의 경우 비록 길이가 0.25㎜밖에 되지 않지만 전기로 자극하면 쿵쿵 뛰고, 박동 속도 또한 실제 심장과 같다. 아탈라 교수팀은 또 심장에 혈관과 폐도 추가하고 살아 있는 심장 세포를 배양해서 수축하는 근육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의 ‘인공 신체’ 연구는 어떨까. 서울성모병원 이종원 교수팀은 인공 신체를 만들어 코와 콧구멍이 없는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코·기도 지지대를 3D바이오프린터로 출력해 여섯 살짜리 안면기형 환자의 코를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한번 망가지면 재생이 안 되는 척수도 3D바이오프린팅 연구 대상이다. 그 주인공은 김정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 환자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척수의 성분이 되는 신경세포와 성상세포를 만들고 있다. 이 척수 조직의 출력 여부는 세포 생존에 필요한 하이드로겔 제작이 관건이다. 척수 환경을 충족하는 하이드로겔은 필수다.
   
   ‘차세대 제조산업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3D프린팅. 그 미래는 어디까지일까. 3D프린팅을 통해 앞으로는 탈모 걱정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탈모 유전자를 교정한 모근세포를 3D바이오프린터로 만들어낸 뒤 두피에 이식하면 감쪽같이 굵고 검은 머리카락이 솟아오르지 않을까. 최근에는 형상기억까지 하는 4D프린팅 기술도 개발되었다고 하니 그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진보 덕분에 우리의 삶이 좀 더 윤택하고 행복해질 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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