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재단 장학생들이 고려인 어린이들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농협재단 장학생들이 고려인 어린이들과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농협재단(이사장 김병원)이 주최하는 여름철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이 올해에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고려인마을에서 펼쳐졌다. 농협재단이 여름철 해외 봉사활동을 벌이는 것은 올해로 3년째. 지난해까지는 2년간 베트남의 농촌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한 베트남을 피해 러시아 고려인마을에서 진행됐다.

올해 봉사활동에는 농업인 대학생 자녀들로 구성된 장학생 봉사단 2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8월 5일부터 11일까지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고려인마을의 마을회관 등에서 시설물 개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또 고려인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국어, 민속놀이, 단군신화 등의 연극 공연, 한국 음식 조리법 등을 가르쳤다. 대학생 봉사단원들은 마지막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K팝, 태권도 시범, 난타 및 사물놀이 공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했던 고려인 안젤라(12)양은 “한국 대학생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농협재단 측은 봉사활동을 마치며 마을에 옷 200벌과 노래방 기기 2대를 기증했다.

우스리스크 고려인마을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재이주한 고려인들이 정착해 사는 마을.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는 원래 고려인들이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스탈린은 1937년 고려인이 일본인과 외모가 비슷해 간첩을 색출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연해주를 떠난 고려인은 모두 17만명.

소련이 붕괴하고 중앙아시아공화국이 독립한 이후, 고려인 자손들은 현지인들의 차별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자 1991년 러시아 정부는 고려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추진하고 보상금도 지급하는 한편 원래 살던 연해주 지역으로 다시 이주해 살도록 허용했다. 현재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는 5만명가량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아나톨리 고(64)씨도 1937년 아버지 때에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했다가 2002년 다시 러시아 극동 우수리스크로 재이주했다. 65년 만에 아버지가 살던 곳으로 귀환한 것. 고씨는 러시아에 온 뒤로 “‘너네 민족 땅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 군복무를 모스크바에서 했다는 고씨는 “고려인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는 대체로 좋다”고 평했다. 그는 민족차별 때문에 귀환했지만 형제들은 아직도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고씨의 맏아들은 미국에서, 둘째 아들과 11명이나 되는 친조카들은 모두 한국에서 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한국어를 아주 잘한다. 고씨도 “한국이 많이 도와주었다”며 “한국 덕분에 집도 일자리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고려인마을에는 대한주택건설협회가 2000년 주택 33채를 지어 우정마을을 조성했으며, 한 민간단체가 한글학교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고려인마을은 우수리스크에서도 워낙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는 데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도 거의 없기 때문에 조국의 관심이 절실하다.

키워드

#여행
우태영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