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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3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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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친문’이 선택한 추미애 ‘친노’와의 14년 애증사

박국희  정치부 기자 freshman1828@gmail.com

▲ 지난 8월 3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photo 뉴시스
1995년 8월 27일 서울의 한 중식당. 김대중 전 총재와 당시 37살의 추미애 광주고법 판사가 마주 앉았다. 추 판사는 영국에서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앞두고 있던 DJ 측으로부터 입당 제안을 받은 터였다. 이날 DJ를 처음 만난 추 판사는 그가 “식욕이 참 좋다”는 첫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입당 면접’을 보느라 긴장이 돼서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한 자신과 달리 DJ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도 중간중간 그릇을 다 비워냈다는 것이다.
   
   
   ‘정치적 스킨십’ 부족한 세 번째 야당 여성 대표
   
   2016년 8월 2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어느덧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選) 여성 의원이 된 추 판사는 2017년 더민주의 대선 경선을 관리하게 될 신임 당대표에 당선됐다. DJ에게 발탁돼 법원에 사직서를 내고 정치권에 입문한 지 꼭 21년째 되는 날이었다. ‘대구 세탁소집 둘째 딸’이 1965년 박순천 대표, 2012년 한명숙 대표에 이어 우리 정치 사상 세 번째로 야당 여성 대표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추미애(58) 대표는 1958년 대구 태생으로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나왔다. 야권에서는 흔치 않은 정통 TK 출신이다. 사법고시(24회) 합격 후 10년간 하던 판사를 그만두고 “세탁소집 딸이 혼탁한 정치판을 세탁하겠다”며 1996년 15대 총선에 처음 출마했다.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만 5선(15·16·18·19·20대)을 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민주 소속 의원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져봤다. “추 의원과의 평소 개인적인 친소(親疏) 관계가 어떻느냐”는 것이었다. 상당수 의원들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추 의원의 당대표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광진 전 의원조차 “대변인을 맡기 전까지 추 의원과 식사는커녕 커피 한잔 같이 마셔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5선이라고 하기에는 측근이라고 불릴 만한 의원을 찾기 힘들었다. 두 명 정도가 거론됐다. 열린우리당이 분당하고 남은 민주당 시절 당직자로 추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3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갑)과, 역시 국민회의 창당멤버로 집안끼리도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초선의 신창현 의원(경기 의왕·과천)이었다. 실제 두 사람은 추 대표의 취임 이후 곧바로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과, 당대표 비서실장에 각각 임명됐다.
   
   추 대표는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전당대회에 앞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계파정치를 하지 않아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전당대회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추 대표는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이 없는 정치 인생을 21년간 의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했다. 추 대표는 더민주 최대 세력인 ‘친(親)문재인계’의 조직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하지만 ‘친문(親文)’ 의원들조차 “사실 추 대표가 언제부터 친문이었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이는 추 대표 스스로도 “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라고 인정했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 참여 때문이다.
   
   
   “추 최고! 나 좀 도와주소”
   
   ‘현직 여성 판사의 최초 야당 입문’ ‘서울 지역구 소선거구의 최초 여성 국회의원’ ‘사상 최초의 야당 여성 부대변인’ 등 추 대표는 화려하게 정계에 등장했다. 호남 출신인 DJ가 “‘대구 며느리’를 얻었다”며 총애했다. 추 대표는 초선이던 1997년 대선에서 DJ의 유세단장으로 활동했다.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했다. 지역감정이 심하던 때였다. 1992년 대선 당시 야당이던 평민당 운동원들이 대구 유세를 하다 돌을 맞기도 했다. 추 대표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유세단 이름을 ‘잔다르크 유세단’이라고 불렀다. 이때부터 ‘추다르크’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새천년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추 대표는 재선이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에까지 올랐다. “추 최고! 나 좀 도와주소.”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 안팎에서 흔들리다 추 대표를 찾아왔다. 추 대표는 그해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12월 18일 저녁 서울 종로2가 유세장.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후보 단일화를 이룬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정 대표와 단상에 올라 마지막 유세를 하던 노 후보가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일부 시민의 연호에 맞서 “속도 위반하지 말라”며 “대찬 여자 추미애 의원이 여기 있다. 국민 경선을 끝까지 지켜주고 제 등을 받쳐준 정동영 최고위원도 어떠냐”고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추 대표였지만 ‘친노(親盧) 추미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아 있던 추 대표는 2004년 총선 개입 발언으로 선거 중립 논란을 일으킨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했다. 추 대표는 훗날 “당내 최연소 의원으로서 당론으로 정해진 탄핵 찬성을 끝까지 말릴 수 없었다”고 토로했지만 한번 찍힌 정치적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한순간에 ‘친노’에서 ‘비노’ 딱지가 붙었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탄핵 역풍이 불었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악화된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사죄의 ‘3보1배’에 나섰다. 2박3일간 광주 금남로에서 5·18 망월동 묘역까지 15㎞를 간 뒤 구급차에 실려갔다. 당시 후유증으로 추 대표는 지금도 스프레이 파스를 차에 휴대하고 다닌다. 현실은 냉정했다. 추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2년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추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로 이때를 꼽았다.
   
   추 대표는 지난 8월 31일 당대표 취임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다.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씨와도 뜨거운 포옹을 했다. 추 대표는 탄핵 사건 이후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 기회 주지 않고 영영 가셨다”
   
   추 대표는 저서 ‘물러서지 않는 진심’에서 “언젠가 (노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 흉금 없는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었다”면서도 “나를 둘러싼 정치 환경 때문에 쉽게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날 봉하마을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내게 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고 영영 가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노와 애증 관계에 있던 추 대표가 친노를 계승한 친문계의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된 것은 아이러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더민주가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대선 관리를 위해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노선을 돌리고, 친문 주류에 맞선 유력한 비주류 당대표 후보였던 김부겸 의원 역시 대선 직행을 택했다.
   
   선거는 차악을 뽑는다. 당 관계자는 “친문 입장에서 볼 때 노골적으로 비문(非文)을 자처했던 이종걸 의원이나 친문과 거리를 두려 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에 비해 추 대표가 딱히 친문은 아니더라도 유일한 선택지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추 대표 역시 탄핵 이후 외로웠던 자신의 정치 역정이 떠올라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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