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천왕봉의 해넘이. 정상 부근에서 백패킹을 하면 아침에 해맞이를 할 수 있다. ⓒphoto 정정현
비슬산 천왕봉의 해넘이. 정상 부근에서 백패킹을 하면 아침에 해맞이를 할 수 있다. ⓒphoto 정정현

해는 늘 뜨고 진다. 하지만 해가 바뀌는 이즈음,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약간의 고생을 감수하면서 해를 보려 한다. 굳이 이렇게 해넘이와 해맞이를 하는 것은 그런 매듭을 통해서라도 그동안 얽히고설켰던 마음의 실타래를 풀고,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고 살아보자는 소소한 바람 때문일 게다. 산에서, 길에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조금은 특별한 곳들을 소개한다.

■ 명산명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곳, 대구 비슬산

당연한 말이지만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그렇다고 송년 해넘이를 위해 서해로 갔다가 신년 해맞이를 위해 다시 동해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짐을 꾸려 산으로 올라가 보자. 산 정상에서 백패킹을 하며 해넘이와 해맞이를 모두 하는 것이다.

대구 비슬산(1082.8m)은 대구·경북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산이다. 동쪽으로는 영남알프스가 바라다보이고 서쪽으로는 황매산과 가야산이, 남쪽으로는 화왕산, 북쪽으로는 대구 팔공산 등 내로라하는 명산명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특히 서쪽 방향, 유려한 S라인을 그리며 흐르는 낙동강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낙조는 비슬산이 감춰 놓은 특급 비경이다.

비슬산은 높이에 비해 산행 거리가 짧아 오후 3~4시쯤 오르기 시작해 낙조를 볼 수 있다. 정상인 천왕봉에는 백패킹을 할 수 있는 터가 있어 낙조를 보고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 해맞이를 할 수 있어서 백패커들에게는 최고의 신년 산행지로 손꼽힌다.

비슬산 산행 들머리는 유가사 기점과 비슬산자연휴양림 기점이 인기 있다. 유가사 기점은 수도암~도성암~도통바위~정상, 병풍듬~정상, 수성골~남릉~정상으로 가는 세 가닥 코스가 대표적이다. 수도암 코스는 도통바위~정상까지 산행(2시간)을 할 수도 있고, 유가사~도성암 2㎞ 구간은 콘크리트 길이어서 차를 가지고 도성암까지 간 후 산행을 시작하면 한 시간 안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다면 대견사까지 간 다음, 북쪽 능선을 타고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대견사는 중국 당나라 문종이 세숫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를 보고 찾아낸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명당으로 수려한 낙동강 조망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5.8㎞ 구간은 친환경 산악 전기자동차인 ‘반딧불이 전기차’가 운행해 편하게 오갈 수 있다.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편도 40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상황에 따라 운행 여부가 달라지므로 휴양림에 미리 문의(053-659-4400)하는 편이 좋다. 정상 부근에 야영지로 삼을 만한 너른 터가 여럿 있다. 인원이 많으면 정상 빗돌 뒤편의 헬기장을 이용한다. 인원이 적다면 정상 빗돌 아래 바위지대도 괜찮다.

교통

승용차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으로 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상리 테크노단지 도로를 따른다. 단지를 빠져나가면 왼쪽 테크노순환로 12길을 따르면 유가사로 올라서고, 곧장 뻗은 테크노순환로 10길을 따르면 휴양림 주차장으로 간다.

대구시내에서 유가사까지는 일반버스 600번과 달성 5번 버스가 운행한다. 대구지하철 대곡역 부근 유천교 정류소에서 비슬산자연휴양림까지 가는 버스는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운행한다. 서부정류장에서 유가사나 휴양림까지 택시를 타면 8000원 정도 나온다. 문의 현풍호출택시 053-611-2525

문수산 정상 북쪽 안부 쉼터에서의 야영. 염하와 불빛 반짝이는 강화도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문수산 정상 북쪽 안부 쉼터에서의 야영. 염하와 불빛 반짝이는 강화도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 수도권 최고의 조망, 김포 문수산

경기도 김포시의 문수산(376m)은 강화도 일원의 서해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수도권에서 알아주는 ‘조망의 산’이다. 문수산에서는 빼어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동으로는 고양시에서 서울시와 인천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일원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북으로는 임진강과 예성강 건너 북녘땅, 서쪽으로는 강화도, 그리고 남으로는 김포시를 거쳐 인천시도 빤히 바라보인다. 문수산은 이렇게 빼어난 조망과 함께 정상 북쪽 아래에 백패킹하기 좋은 아늑한 공간이 있어 낙조 산행을 즐기려는 산꾼들에게 인기가 좋다.

문수산 산행은 강화대교 동단 삼거리 성동검문소 부근 남문에서 출발해 전망대~홍예문~팔각정~헬기장~정상~북문~성동검문소를 잇는 원점회귀 코스(5.5㎞, 약 4시간)가 인기가 좋다. 남문에서 북쪽으로 약 800m 떨어진 문수산산림욕장을 기점으로 삼아도 된다.

문수산산림욕장에서는 관리도로를 따르다가 데크계단길이 조성된 평화누리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울창하고 산길은 가파르게 이어져 능선삼거리(성동검문소 0.5㎞, 정상 1.7㎞, 애기봉 7.5㎞)에 올라붙는다. 삼거리부터 문수산성길이 시작된다.

산성 길을 따르노라면 염하강 건너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이곳의 조망은 그야말로 파노라마다. 전망대를 지난 이후 문수산 정상을 바라보며 산성길을 따라 산행한다. 산성길 중간에 위치한 육각정 쉼터도 빼어난 조망 명소다.

문수산성 끄트머리에 올라서 있는 정상을 바라보며 산성길을 따르면 암문인 홍예문 앞에 닿는다. 이곳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정상까지는 0.4㎞ 정도지만 내년 1월 2일까지 정상의 장대가 공사 중이어서 정상 출입이 안 된다. 대신 정상 옆으로 우회로를 따라 데크 전망대까지 갈 수 있다. 정상 너머 북쪽의 안부는 아늑한 야영지다. 예전 군부대 자리였던 안부에는 널찍한 평상 데크가 놓여 있고 앉은뱅이의자와 작은 식탁까지 갖추고 있어 ‘수도권에서 가장 조망 좋은 백패킹 명소’다.

하산은 데크에서 북쪽으로 조금 가서 용강리삼거리에서 서쪽 능선을 따라 북문 쪽으로 하거나(북문 1.8㎞), 산성길을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간 후 동아문 지나 서쪽 능선 하산길(북문 1.4㎞)로 내려오면 북문에 닿는다. 북문에서 문수산산림욕장 입구까지는 약 1㎞, 성동검문소까지는 1.5㎞ 거리다.

교통

서울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가 48번국도로 갈아탄 후 김포와 통진읍을 지나 강화대교 방면으로 직진한다. 강화대교에 닿기 전 성동검문소사거리가 있고 이를 조금 지나 성동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문수산산림욕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신촌역이나 홍대역, 홍대역에서 강화운수 3000번 직행좌석버스를 타고 성동검문소사거리에 내리면 된다. 영등포역에서 강화운수 88번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덕적도 비조봉 부근에서 바라본 서해 낙조. ⓒphoto 정정현
덕적도 비조봉 부근에서 바라본 서해 낙조. ⓒphoto 정정현

■ 백패커들의 성지, 덕적도 비조봉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덕적도(德積島)는 8개의 유인도와 3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덕적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덕적도는 백패커들에겐 ‘성지’와 같은 섬이다. 여의도 4.5배 면적의 섬 80%를 소나무가 덮고 있어 솔향기가 가득하고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사철 풍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산이 섬 대부분을 차지한 만큼 등산을 즐기기에도 좋다. 섬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은 해발 200~300m대에 불과하지만 산행 내내 서해 바다를 볼 수 있어 조망은 해발 1000m급 산 못지않다.

덕적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국수봉(314m)이지만 정상부에 군 시설이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상시 통제되기 때문에 덕적도 산행은 대개 비조봉(292m)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비조봉 정상에는 비조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백패킹을 즐기기에 좋다. 이곳에서는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고 달과 별을 보기에도 그만이다. 접근도로가 잘 나 있고 짤막한 코스를 택하면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비조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여러 곳 있다. 대개 등산객들은 밧지름 해변이나 서포리, 면사무소가 있는 진리, 진말에서 운주봉을 거쳐 비조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여객선이 도착하는 진리바다역에서 가장 가까운 기점은 옹진농협 덕적지소에서 오르는 코스로, ‘덕적북로 133번길’ 이정표가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비조봉까지 30분이면 닿는다.

산 남쪽 밧지름 코스도 즐겨 이용한다. ‘밭지름’이라고도 불리는 마을 도로변 송호펜션에서 서포리 방향으로 30m쯤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정상까지 30~40분 걸린다. 서포리해수욕장 뒤편의 덕적면 종합운동장 게이트볼장 쪽에서 출발하면 서쪽 능선을 타고 1시간 정도면 비조봉까지 오를 수 있다.

비조정 아래에는 멋스럽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서쪽으로 문갑도와 소야도가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이고 북쪽으로는 부드러운 산 능선과 골짜기 너머 국수봉이 바라다보인다. 비조정 옆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비조정보다 좀 더 아늑한 곳을 원한다면 북쪽 바위지대를 지나 진리 갈림목의 능선 안부가 좋다. 비조봉 동쪽 암릉 끄트머리의 조망데크(약 160m)도 비박 장소로 적당하다. 주변에 남쪽으로 탁 트인 너럭바위 지대도 야영하기에 좋은 장소다.

교통

인천항연안부두터미널에서는 고려고속훼리가 1일 3회(08:00, 09:00, 15:00) 출항한다. 약 1시간20분 소요, 요금 편도 2만3750원. 단, 사전에 출항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문의 고려고속훼리 1577-2891, www.kefship.com 차를 실을 수 있는 대부해운 여객선은 08:00 출항. 요금 편도 1만3200원. 도선료(편도) 소형차 기준 4만8200원. 문의 대부해운 032-887-6669, www.daebuhw.com

안산 방아머리여객선터미널에서는 1일 2회(08:00, 14:10) 출항. 편도 9800원. 도선료(편도) 중소형차 기준 5만3000원. 문의 대부해운 032-886-7813. 진리바다역(도우선착장)에서 여객선 도착 시각에 맞춰 서포리행과 북리행 덕적공영버스가 1일 9회 운행한다.

■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 영덕 해파랑길 21구간

바다를 옆에 두고 해안절벽을 걷는 해파랑길 21구간. ⓒphoto 정정현
바다를 옆에 두고 해안절벽을 걷는 해파랑길 21구간. ⓒphoto 정정현

경북 영덕의 해파랑길은 우리나라에서 동해안을 대표하는 걷기길이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호랑이 등을 타고 걷는 이 771㎞의 길은 시종일관 푸른 동해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덕분에 일출을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러 해파랑길 구간 중에서도 영덕에 있는 21구간은 바다와 가장 가깝게 걷는 15.5㎞ 알짜배기 해안선 길이다. 특히 영덕해맞이공원에서부터 시작하는 덕분에 아침 일찍 해맞이를 하고 걷기를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12월부터 4월까지 제철인 영덕대게 맛집을 두루 거치는 덕분에 도중에 식도락을 즐길 수도 있다.

해맞이공원에는 창포말등대가 서 있는데, 대게의 고장 영덕답게 대게의 집게다리가 등대를 떡하니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해맞이공원 입구 큰길가로 난 걷기 전용 나무데크 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해맞이공원 정자가 있는 곳에서 해안절벽 방향으로 내려가면 속이 다 비치는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거북 등짝처럼 쩍쩍 갈라진 절벽 위로 난 보드라운 흙길을 걷는다. 대탄해변과 오보해변을 지나 노물리까지 포장도로를 걷기도 하고 작은 어촌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석리방파제에서 해파랑길 스탬프를 찍고 다시 길을 이으면 길의 백미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절벽 위를 걸었다면 이제부턴 그 절벽 바로 옆을 걷는다. 파도가 치면 그 여파에 옷이 젖을 정도로 바다가 가깝다.

해안절벽을 따라 걸으면서 경정리 마을을 지난다. 그중 경정2리(차유마을)는 ‘대게 원조마을’로 불린다. 경정2리에서 축산항까지의 4㎞ 구간은 해안경계를 서는 군인들이 오가던 길이라고 해서 일명 ‘초병의 길’로 불린다. 이제까지 걸었던 해안절벽 길과는 달리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숲에서 빠져나와 현수교인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면 죽도산(竹島山)이다. 대나무가 많아 이름 붙은 이곳에서 꼭 들러 봐야 할 곳은 죽도산전망대다. 360도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한 전망대에 오르면 축산항과 드넓은 동해 바다의 풍광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

교통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 안동나들목으로 나와 34번국도를 타고 청송·영덕 방향→영덕읍→영덕군민운동장 지나 삼거리에서 10시 방향 7번국도→영덕시외버스터미널 좌회전 하저리·푸른바다 방향→해맞이공원·풍력발전단지 이정표를 보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영덕터미널까지 1일 7회(첫차 07:00, 막차 18:30) 버스가 다닌다. 요금 2만6400원, 약 4시간20분 소요.

남해 바래길 구운몽길의 해넘이. ⓒphoto 조선일보
남해 바래길 구운몽길의 해넘이. ⓒphoto 조선일보

■ 섬으로 지고 섬으로 뜨는 해, 남해 바래길

남도의 섬 아닌 섬, 남해. 빼어난 바다 풍광으로, 바다에서 나는 맛 좋은 해산물로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경남 남해는 연말연시에도 최고의 여행지다. 이 아름다운 섬 남해의 삶과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걷기 길이 바로 ‘바래길’이다. 바래길은 어부들이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이나 갯바위로 오가던 길을 말한다.

바래길은 현재 다랭이지겟길, 앵강다숲길, 구운몽길 등 총 8개 코스 120㎞가 조성되어 있다. 남해엔 세 군데의 명승이 있다. 명승 제15호로 지정된 가천 다랭이마을을 잇는 길이 제1코스 다랭이지겟길이고, 창선면에 있는 명승 제71호 죽방렴을 보며 지나는 길은 제6코스 말발굽길이다. 명승 제39호인 금산을 바라보며 해안을 끼고 도는 길은 제3코스 구운몽길이다.

이 중 평산항에서 시작하는 다랭이지겟길(거리 16㎞, 약 5시간 소요)은 시종일관 해안을 옆에 두고 걷는다. 향촌전망대와 가천다랭이마을이 일몰·일출 포인트다. 다랭이마을 뒤편의 응봉산~설흘산은 가볍게 오를 수 있으면서도 남해바다의 파노라마 전망을 즐길 수 있어 일부러 시간을 내 다녀올 만하다. 특히 설흘산 정상 봉수대에서 맞는 일출은 남해안 최고의 일출 광경 중 하나이다.

구운몽길은 주상절리 해안절벽과 사철 푸르른 상록수 숲을 걸으며 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남해 제1경이며 소금강 또는 남해금강이라 불리는 금산(681m)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정상에는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는 속설 덕분에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의 일출 또한 ‘일생에 한 번은 봐야 할 일출’로 손꼽힌다.

바다 쪽에서 남해 미조항과 그 너머의 욕지도, 연화도 쪽에서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해수관음상을 바라보며 솟구쳐 오르는 금산 일출은 ‘3년 동안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장엄하고 감동적이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는 또 있다. 한글 소설문학의 선구자인 서포 김만중(1637~1692)이 유배왔던 ‘노도(櫓島)’다. 생김새가 마치 배의 노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노도는 김만중이 유배 와서 56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살았으며 이 섬에서 어머니를 위해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었다.

교통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주갈림목에서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으로 갈아탄 후 하동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해 19번 국도를 타고 11㎞쯤 가면 남해대교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도 된다. 사천나들목에서 내려 3번국도를 따라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넌 뒤 창선면을 지나면 창선교에 이른다.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첫차 07:10, 막차 19:30),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 2만3700원. 약 4시간30분 소요.

땅끝마을의 맴섬은 일출 포인트로 유명하다. ⓒphoto 해남군청
땅끝마을의 맴섬은 일출 포인트로 유명하다. ⓒphoto 해남군청

■ 우리나라 국토의 시작과 끝, 해남 땅끝마을 땅끝길

땅끝마을의 땅끝탑. ⓒphoto 정정현
땅끝마을의 땅끝탑. ⓒphoto 정정현

‘한반도 삼천리’라고 할 때 출발점이 되는 곳이 전남 해남 땅끝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지닌 해남 땅끝마을은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기에 딱 좋은 상징적인 곳이다. 남해 끄트머리에 위치해 해넘이와 해맞이를 함께 할 수 있어 매년 12월 31일~1월 1일, 맴섬 일원과 갈두산·사자봉·땅끝전망대 일원에서는 해넘이·해맞이축제를 개최한다.

남해와 마찬가지로 해남 땅끝마을 주변에도 바다를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많다. 땅끝마을 갈두항 맴섬 앞에서 시작해 강진 세곡제까지를 아우르는 ‘땅끝천년숲옛길’도 그중 하나다. 이 길은 총 52㎞로, 땅끝길, 미황사역사길, 다산초의교류길 등 3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도솔암을 거쳐 미황사까지 이르는 ‘땅끝길’은 한쪽은 바다, 한쪽은 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인 숲길이다.

갈두항에서 시작해 해안 나무데크가 깔린 목넘개를 따르면 땅끝탑에 닿는다. 탑을 보고 전망대로 올라서면 나무데크로 만든 가파른 길이 사자봉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사자봉에서 맴섬이 저만치 있다. 땅끝마을의 두 개의 섬 사이에 해가 걸린 그 장소다.

전망대에서부터 능선 위 오솔길을 따르면 땅끝호텔을 지나고 갈산으로는 육교로 연결된다. ‘땅끝천년숲옛길’이라는 커다란 이정표를 만나면 전형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도솔암까지는 약 9.7㎞ 거리다.

능선 위에 서면 동호리 앞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도솔암 4.41㎞’ 이정표를 지나서부터는 임도를 따르고 이내 도솔암에 닿는다. 천 길 낭떠러지 위의 아찔한 위치에 자리한 도솔암은 해남8경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다.

도솔암에서 달마산에 이르는 구간은 기암절벽의 모습이 절경이다. ‘남도의 금강’이라 불리는 달마산은 높지는 않지만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이 비경을 뽐낸다.

미황사에 닿으면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마치 병풍처럼 사찰을 감싸고 있다. 미황사 응진전에서 보는 낙조는 가히 전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빼어나다. 이곳이 땅끝천년숲옛길 제1구간 땅끝길의 종점이다. 땅끝마을에서 사자봉~갈산~도솔암~미황사까지 총 15㎞에 8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에 모두 걷기에 조금 무리라면 도솔암을 기준으로 중간에 잘라서 걷는 게 더 나을 듯하다.

교통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서영암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 월산교차로에서 우측 방향 해남·진도 방면으로 간다. 공룡대로를 따라 가다 땅끝대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땅끝마을이다.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해남종합버스터미널까지 1일 5회(07:30, 11:00, 14:00, 16:00, 17:55)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우등 3만4400원, 일반 2만3100원. 약 4시간40분 소요. 해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땅끝마을까지는 군내버스를 탄다. 약 2시간이 걸린다. 문의 해남교통 061-533-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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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원 월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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