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의 뉴런처럼 작동하는 칩을 들고 있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국내 기업인 네패스가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 관련 산업을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들었다.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인간 뇌의 뉴런처럼 작동하는 칩을 들고 있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국내 기업인 네패스가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 관련 산업을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들었다.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정치의 계절이 온 겁니다.” 지난 12월 27일 서울 양재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의 대답이었다. 1월에 출간하는 책 제목에 대해 물은 참이었다. ‘유엔미래보고서’였던 것이 올해는 ‘세계미래보고서’로 이름이 바뀌었다. “두 가지 전화가 왔습니다. 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홍보를 해주냐, 어떤 관계냐는 항의 전화와 반 총장과 연결 좀 해달라는 민원 전화였어요. 올해에만 제목을 바꾼 이유입니다.”

정치 얘기가 나온 김에 미래학자가 보는 현 시국을 물었다.

“40년 전에 미래학자 제롬 글렌이 예측했어요. ‘후기정보화 시대에는 똑똑한 개인이 힘을 갖게 된다.’ 말도 안 된다고 저는 반박했어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요즘 보고서를 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똑똑한 개인이 권력을 2~3주 만에 무너뜨리는 걸 봤다’는 내용이에요. 미래학자들은 올해 한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와 하늘이 주신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고 얘기해요.”

- 위기로 보는 이유는 뭡니까. “다음번에 대통령이 누가 되든 100퍼센트 2년 안에 쫓겨날 수 있다고 얘길해요. 똑똑한 개개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맛봤기 때문이에요.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하느님이 내려와도 2년을 못 견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기회로 보는 건 이번에 정치 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어떻게 정치 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나요. “개헌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에 한국 현실을 입력시켰더니 나온 답이 개헌이에요. 우리나라는 정치 이야기 비중이 너무 많아요. 언론에도 사람들의 일상에도 정치에 관한 얘기가 상시적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정치는 사양산업이에요. 외국 방송에서 정치 이야기는 전체 방송 시간 중 극히 일부에만 등장합니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채널이 돌아가거든요.”

- 한국에서 정치가 상시화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요. “선거가 너무 잦기 때문입니다. 2년에 한 번꼴로 선거가 있잖아요. 정치 이야기가 일상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삶 자체를 한국인들은 모르는 거예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4년에 한 번 모든 선거를 같은 날에 하는 식으로 개헌을 해야 해요. 지방의회 등 여러 공적 기관의 개혁도 필요해요. 우리나라는 도시도 많은데다 도의원, 시의원 등 자리가 많지요. 인터넷으로 전국 곳곳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데 공직자를 이렇게 많이 뽑아 놓을 이유가 없어요.”

탄핵 정국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한국의 미래엔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구절벽’과 ‘신성장동력 부재’가 대표적이다. 인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박 대표에게 물었다.

“정부 통계를 분석해 보면 100년 후 한국 인구는 정확히 절반이 됩니다. 그런데 인구 통계에 있어서는 정부 통계를 믿을 수 없어요. 그 나라의 인구가 급속히 줄어든다고 하면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어요. 중국 정부도 거짓말을 합니다. 인구가 2040년부터 서서히 줄어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일찍 감소하기 시작할 겁니다. 한국은 이르면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수 있어요. 갑자기 산아제한을 했기 때문이에요. 저의 할머니는 아이를 12명 낳았고, 어머니는 자식 네 명을 뒀어요. 저는 한 명을 낳았고요.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고령화가 시작되기까지 보통 150년은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100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해요.”

- 한국 사회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식 자체가 더뎌요. 수명 연장만 해도 사람들이 안 믿습니다. ‘안티에이징’이라고 하면 화장품 같은 것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급하게 연구해야 하거든요. 고령화가 가장 빨리 시작되는 나라잖아요. 그 고령인구가 아파서 30년을 병원에 누워 있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갑자기 죽어야 해요. 수명 연장은 병원에서 누워서 50년 수명 연장을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경제활동하면서 크게 도움 안 받고 혼자 살다가 어느 날 죽는 걸 말하는 거예요.”

- 해결책이 뭡니까. “미래학자들은 ‘2030년이 되면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봅니다. 그때가 되면 의식주가 저렴해져요. 옷은 3D프린터로 개인이 만들어 입습니다. 식품도 카트리지 저장팩에 저장했다가 그때그때 3D프린터로 만들어 먹어요. 집도 프린트해서 만듭니다. 교육비도 저렴해질 겁니다. 무크(MOOC) 같은 무료 교육과정이 대중화되고 있잖아요. 하이퍼루프(진공자기부상열차)와 무인택시가 대중화되어서 교통비가 내려갑니다. 사실 그때쯤 되면 일자리가 없어져요. 힘든 일을 전부 인공지능에게 시키거든요. 대신 인공지능 로봇 회사에 높은 세금을 매깁니다. 그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요. 결국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어진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설득해야 합니다.”

-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어떤 직업을 꿈꿔야 할까요. “어떤 산업이 부상할지를 먼저 따져봐야 해요. 포춘 10대 기업을 보면 7개가 에너지기업입니다. 2030년이 되면 석유산업이 소멸하고 태양광산업이 굉장히 커져요. 두 번째는 바이오메디슨입니다. 수명 연장 산업이지요. 세 번째가 AI(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을 전공하면 죽을 때까지 먹고삽니다. 해외에 나갈 필요도 없어요. 한국에서 작업을 해 이메일로 보내면 되니까요. 실제로 대부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흡수할 겁니다.”

2008년, 주간조선은 박 대표와 함께 2018년의 세계를 전망했다. 당시 거론되었던 미래상 중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 ‘다문화사회 도래’ ‘휴대전화로 무장한 개개인의 정책 참여’는 2017년 현재 현실이 됐다. 박 대표가 보여준 청사진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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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 장민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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