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월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손뼉 소리에 반응하는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른 프레임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로보월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손뼉 소리에 반응하는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른 프레임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안이다. 교육사다리가 사라져서 개룡(개천 용)들의 씨가 말라가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점점 심화되는 교육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교육부는 지난 3월 초, 교육사다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자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주로 저소득층 지원에 맞춰져 있다. △저소득층 미취학 아동이 부담 없이 사립유치원에 다니도록 국공립 수준으로 유치원비를 낮춘 ‘공공형 사립유치원’ 도입 △학습부진 학생에 대한 책임을 국가·지자체·학교로 구분해 책무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 개정 △저소득층 초등학교 6학년생 중에서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꿈사다리 장학제도’ 도입 등이 골자다.

교육부의 방향성은 맞다. 저소득층을 지원해 개천의 용들을 다시 날아오르게 하려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누가 봐도 미봉책이다. 과열된 사교육시장은 그대로 둔 채 공교육 지원만으로 달라지는 건 크게 없다. 선행학습, 특목고, 고액사교육 등 ‘겉보기 인적자본’은 건드리지 않고 저소득층 지원에만 매달리는 것은 교육사다리를 잇는 데 별 효과가 없다.

교육사다리가 끊긴 근본적 원인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대학입시제도다. 학종은 선발 과정에서 불공정의 여지가 있고, 비싼 사교육을 조장하며, 스펙 관리가 유리한 고소득층에 유리한 면이 있다. 점수로 매겨지는 정량평가가 아닌, 개개인의 잠재력과 개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는 양면성을 지녔다. 숨겨진 보석을 찾기도 하지만, 부모의 인적자원에 의해 좌우되는 ‘겉보기 인적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학종

그렇다면 학종은 교육불평등을 야기하는 원흉일까?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육전문가와 현장의 교사, 대학교수와 학생들은 ‘그래도 학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두 가지. 학종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진짜 인적자본’을 알아보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으며, 창조적 인재가 필수인 시대, 학종은 그나마 창조적 인재를 감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시각이다. 부잣집 아이들이 좋은 학원에 다니는 ‘학원 계급론’ 한가운데에서 교육불평등을 경험한 청년세대는 ‘차라리 줄 세우기가 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는 하나를 얻고 열을 잃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확실히 학종은 애초의 취지대로 시험만 잘 보는 공부벌레가 아닌 인성, 자기주도학습능력, 한 분야 전문성 등을 갖춘 인재를 알아보기도 한다.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서강대 등 8곳에 동시합격한 민모씨가 그 경우다. 서울 성북구의 일반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1학년에 재학 중인 민씨는 다른 합격생에 비해 성적도 탁월한 편이 아니고, 꾸준한 봉사활동을 한 적도 없다. 동아리 부장 경험도 전무하고 3년 내내 학급 임원을 맡은 것도 아니다. 민씨 스스로도 “나는 소위 ‘스펙’이라 일컬어지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입학사정관들은 민씨의 어떤 면에 하나같이 높은 점수를 준 것일까. P대학의 입학사정관은 민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눈빛을 보면 안다. 즐기는 아이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학부모들은 자꾸 내신성적과 커트라인을 물어보는데 우리는 사람을 본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민씨는 비싼 사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사교육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학원가(街) 학부모들이 마지막 사교육의 불꽃을 태운다는 고3 때, 그는 딱 한 달 수학학원을 다녔다. 불안감에 다니다가 그마저 시간낭비 같아 그만뒀다. 민씨를 가르친 교사들은 그를 ‘질문이 많은 아이’ ‘인성이 훌륭한 청년’으로 기억한다. 매일 교무실에 질문하러 찾아와 교사 사이에서는 “민모군을 위한 의자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민씨가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장점은 이렇다. “책을 많이 읽었다. 보여주기 위한 독서는 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 더 알고 싶은 것을 찾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독서를 했다. 평소 좋은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또 내 꿈에 대한 생각, 리더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왔다. 다른 친구들이 여가시간을 게임으로 채우는 반면 취미로 매일 산책을 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한 것도 도움이 된 듯하다.”

대학에서 학종의 비중을 점점 늘려가는 추세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10~20%에 불과했던 학종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포스텍은 신입생 100%를 학종을 통해 선발하고, 올해 서울대는 학종을 78.5%까지 확대했다. 고려대는 2018학년도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정시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서강대는 정시 전면 폐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대학 측에서는 자율성을 갖고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을 뽑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교사의 재량에 영향을 많이 받고, 면접과정에서 주관성이 많이 개입되므로 학종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이의 진짜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중·고교 교사들은 대체로 ‘수능에 기반을 둔 수시’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문샷, 미치광이 발상을 하라

논의를 한 단계 확대해 보자. 대입제도는 그대로 둔 채 ‘수시 몇 %’ ‘정시 몇 %’ 식으로 두 전형의 비율을 이리저리 조절하는 것만으로 교육사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수능에 기반을 둔 수시냐, 수능을 몇 %나 반영할 것인가라는 지엽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끊어진 사다리가 이어질 수 있을까? 답은 ‘NO’다.

사교육 근절과 주입식 교육 탈피는 30년 넘은 케케묵은 과제다. 내로라하는 교육전문가들이 새로운 정책을 숱하게 내놨지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교육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내놔도 대학 입시의 블랙홀 앞에서 맥을 못 춘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근대적 입시제도를 확 뜯어고치지 않는 한 답이 없다”고 말한다. 초·중·고교 과정의 ‘보통교육’과 대학의 ‘고등교육’의 길을 분리해서 고등교육이 꼭 필요한 사람만 대학에 가도록 교육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자는 얘기다.

논의를 한 단계 더 확대해 보자. ‘세계미래보고서 2055’를 쓴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교육사다리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절반의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학벌사회가 사라질 것이다. 학교나 학제가 필요 없는 시스템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 유다시티(Udacity) 등에서 무크(MOOC·온라인무료대학)로 배우게 된다.”

13년 후에는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지고, 38년 후에는 학벌사회가 사라질 텐데 ‘빈자와 부자 중 누가 얼마나 더 좋은 대학에 많이 가는가’의 교육사다리 문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연 대학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아무리 무크가 널리 보급돼도 대학이 지닌 교육 본연의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강하다. 하나 분명한 것은 대학의 기능이 바뀌고, 학벌사회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사다리를 묻자 박 대표는 “문샷(Moonshot) 사고”라고 답했다. 문샷 사고란 달을 쏘는 허무맹랑한 생각이나 엉뚱한 사고를 말한다. 창의적 발명을 위해서는 미치광이의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학교 공부나 학교 생활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지식은 아이들이 더 많이, 더 잘 찾아오는데 여전히 지식전수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학교 공부에 무슨 흥미가 있겠나. 교사의 역할은 조력자, 조언자, 멘토 등으로 바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취미와 적성, 관심도 등에 맞춰 열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엉뚱한 생각, 미치광이 같은 짓이나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창의성으로 이어진다.”

박 대표의 조언은 너무 먼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그 어떤 분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미봉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교육이 ‘절망’이 아닌 ‘희망’의 사다리가 되려면 10년, 20년 이후를 내다본 거시적 플랜이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12가지 능력

1. 주의력 집중 관리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전화기를 220번 확인한다. 피크타임에는 6~7초 간격으로 확인한다. 하루 900번 이상 확인하면 중독이다. 직업을 위해, 가족을 위해, 진짜 중요한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남겨놓을 수 있는가는 인재가 되기 위해 중요한 관리 기술이다.

2. 신기술 관리

일자리가 사라진 후 직업을 계획한다면 이미 늦다. 3D프린터 설계, 크라우드펀딩 컨설턴트, 센서공학자, 데이터분석가, 스마트의복을 위한 앱 전문가 등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 직업이 요구하는 전문기술은 우리가 접하는 세상 너머에 있다.

3. 커뮤니케이션 관리

전통적인 뉴스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서는 일대일 또는 일 대 다수의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여전히 유효하다. 상황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채널 관리법이 중요해진다.

4. 평판 관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 브랜드가 된다. 이를 위해 온라인 평판 관리는 기본. △88%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않는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지 않을 것 △이혼변호사의 80%는 증거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 △리크루터의 65%는 소셜미디어에 비속어를 자주 사용하는 구직자를 좋게 보지 않는다 등의 통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5. 프라이버시 관리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은 사회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다. 사람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해 개인 신상을 공유하지만, 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개인 정보를 노출시킨다. 이 방정식의 양극단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중요한 기술이 된다.

6. 정보 관리

2008년 미국인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데 하루 평균 11.8시간을 사용했으며, 매년 2.6%씩 증가했다. 다른 나라도 엇비슷하다. 개인 정보 입출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7. 기회 관리

미래에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압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전문성을 개발하고 팀을 이루어 전보다 많은 수입을 얻게 된다. 공유경제로 인한 새로운 직업군도 기회의 터전이다.

8. 기술 관리

조만간 스마트 신발을 신고, 스마트 베개를 베고, 스마트 스푼으로 스마트 음식을 먹고 스마트 장난감으로 놀이하는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어떤 기술을 선택할 것인가는 기술 의존 세계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던진다.

9. 관계 관리

디지털세대의 관계 관리 방법은 다르다. 특히 사랑과 결혼 같은 감정적 결합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결혼은 사회구조의 기본이 되는 축이었지만, 점점 계약의식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변화되는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10. 시간 관리

11. 유산 관리

12. 돈 관리

- ‘세계미래보고서 2055’ 저자 박영숙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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