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남 무안군 목포대학교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photo 뉴시스
지난 4월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남 무안군 목포대학교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photo 뉴시스

‘54만3000명’.

통계청이 밝힌 대졸 이상 실업자 숫자다. 통계청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2017년 1분기(1~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졸 이상 실업자는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 116만7000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46.5%에 달한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면서 5·9 대선을 앞둔 유력 대선후보들도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청년일자리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청년일자리 공약의 핵심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청년고용할당제(공공부문·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청년구직수당 및 실업수당 지급’ ‘청년창업지원 및 활성화’ ‘중소기업 취업지원’ 등이다.

구직전선에 나선 청년들로서도 각 대선캠프의 청년일자리 공약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로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에서 10명의 20대 청년들을 만났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표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었다.

문 후보 측에 따르면, 81만개 일자리 중 17만4000개는 공무원으로 채워진다. 상대 캠프로부터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란 비판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대환영이다. 특히 공시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노량진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문호 확대’에 내심 기대를 걸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2년째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박모(28)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환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새로운 걱정도 생겼다. 박씨는 “너도나도 공무원 부문으로 지원자들이 넘어온다면 오히려 그 일자리 대비 공무원 준비생만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했다.

반면 민간기업 입사 등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180도 입장이 달랐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고석현(26)씨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을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생으로 현재 휴학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고씨는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기 위해 국가재원을 투입하는 건 가장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의 미래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절대 개선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직종이건 블루칼라 직종이건 아르바이트를 하건 자부심을 갖고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임금수준과 고용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란 말도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최선호(28)씨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최씨는 “혹 떼려다 다시 혹 붙이는 느낌”이라며 “청년실업을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정작 청년취업 지원에 필요한 재원만 점점 줄고 고통은 다음 세대 청년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공약한 ‘청년 구직수당 및 실업수당’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구직활동 시 매월 30만원씩 9개월간 지급,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직청년들에게 6개월간 180만원의 청년실업수당을 주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장기실업 상태의 청년들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대동소이한 공약을 내놓았다.

숭실대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한모(22)씨는 “청년실업수당 지급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취업준비를 할 수 있어 괜찮다고 본다”며 “지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산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더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26)씨는 ‘청년실업수당 지급’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신씨는 “솔직히 주변에 보면 놀면서 취업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모든 청년 실업자들에게 청년실업수당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성과 측정을 바탕으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김모(24)씨도 “청년실업수당을 계속 주면 그것만 바라고 도리어 취업의지가 박약해질 수 있다”며 “차라리 멘토 만남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반 우려 반

후보들이 공약한 ‘중소기업 취업 지원’ 역시 대졸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 등 실제 기대와는 많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홍준표 후보는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매년 10만명을 중소기업에 취업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2년간 1200만원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현수(27)씨는 “청년일자리는 질 좋은 업무환경이 보장된 안정적인 일자리가 적어서 문제”라며 “5명의 대선후보가 청년일자리 문제의 본질적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대기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최저임금제도 따르지 않고 근로시간도 준수하지 않는 악덕 중소기업이 많아서”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청년실업 해소책의 하나로 떠오른 ‘청년창업 지원’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홍준표 후보는 청년창업투자펀드 20조원을 조성해 5년간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창업지원 기관을 육성해 노후한 산업단지를 ‘창업드림랜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유승민 후보도 “청년창업 활성화 기업투자 방식의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청년창업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실제 청년들이 창업 대열에 합류할지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김모(26)씨는 2015년 6월 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IT 관련 창업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분실물 찾기’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이었으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중도포기했다. 김씨의 말이다. “청년창업 자체가 청년일자리를 위한 대안으로 해석되는 것이 문제다.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이 안 좋으니까 청년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나간다는 것인데, 창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청년에게 돌아온다.” 자칫 창업에 실패할 경우 빚더미에 올라앉아 개인파산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가 창업을 막판에 포기한 현실적 이유다. 그는 “패자부활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창업만 활성화할 경우 자칫 개인파산자만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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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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