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동모금회(UWW) 글로벌 필란트로피상을 수상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가운데). ⓒphoto SK네트웍스
세계공동모금회(UWW) 글로벌 필란트로피상을 수상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가운데). ⓒphoto SK네트웍스

기부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2003년 ‘을지로 최’란 이름으로 익명 기부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37억원가량에 달한다. 최신원 회장은 SK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SK 가문의 사실상 맏형이자,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기도 하다. 원래 SKC 회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SK네트웍스 회장으로 복귀했다. ‘따로 또 같이’란 SK그룹의 경영방침에 따라 SK네트웍스를 사실상 독자경영 중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오너가의 일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도 맡으면서 기업인들의 기부도 독려하고 있다.

그가 향후 기부를 약속한 금액만 ‘1000만달러(약 100억원)’. 그 결과 최신원 회장은 세계공동모금회(UWW·United Way Worldwide)의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에 가입했고, 세계공동모금회가 제정한 ‘글로벌 필란트로피상’의 초대 수상자가 됐다. ‘병역’(해병대 복무)과 ‘기부’(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를 완벽하게 수행한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귀감이라 할 만하다. 수상차 미국에 있는 관계로 주간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한 최신원 회장은 “UWW에서 감사하게도 내게 소중한 선물을 주셨다”며 “이번 공로패가 국경 없는 나눔활동을 통해 모든 인류가 행복한 지구촌으로 거듭나도록 더 열심히 활동해 달라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면으로 나눈 최신원 회장과의 일문일답.

- ‘100억원’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쉽게 와닿지 않는 큰 금액이다. 어떻게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나. “어릴 때부터 선친께서 당신 주머니에서 바로 꺼낸 돈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당연히 기부란 순수히 기부자 본인의 개인자산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도 매달 본인 수입에서 1만~2만원씩 아껴서 기부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부에 있어서 금액 자체의 많고 적음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을 배려하는 정성,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중요하다. 기부 규모보다는 향후 10년 동안 해외에서 활발히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알리고 또한 국내와 해외를 포함한 전 인류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자라는 자신과의 약속으로 봐주면 좋겠다.”

- 기부는 곧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기부 습관은 언제부터 형성됐나. “조부모와 부모님에게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부모는 물론 선친과 어머니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 항상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어른이셨다. 어릴 때 할아버지는 가뭄이 들어 물이 귀할 때 이웃들이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물을 기꺼이 나누어주셨다. 어머니는 쌀을 씻을 때 일정량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동네 어려운 주민들에게 조용히 나눠주셨다. 아버지 최종건 회장 역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기업을 일으켜 끼니를 때우기도 힘든 시절 마을 주민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시고 어려운 이웃들을 늘 돌보시던 분이었다.”

- 지금까지 한 각종 기부금액은 얼마쯤 되나. “2003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을지로 최’라는 익명으로 처음 기부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약 37억3000여만원 정도 된다. 국내와 해외기관에 기부한 금액이 모두 포함된다. 2011년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을 맡기 시작하면서 서울 외에 경기 지역의 기부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를 해왔다. 해외로는 세계공동모금회(UWW)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다.”

- 향후 약정한 기부금액은. “이번에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UWW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에 가입했다. 1000만달러 라운드테이블은 UWW 관련 기관에 약 100억원을 기부하거나 향후 10년 동안 기부를 하기로 약정한 사람들이 가입하게 되는 글로벌 자선 모임이다. 현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인물과 단체를 포함해 32명이 회원으로 있다.”

- 기부할 때 주로 사용해달라는 용처가 있나. “이전에는 피부에 와 닿는 국내 지원에만 중점을 두었다. 지금은 시리아 내전 등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 지원과 같이 해외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유치한 서울 라운드테이블에서 시리아 난민기금 마련을 제안했고 마이클 헤이드 전 리더십위원장과 함께 각각 10만달러를 출연해 난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던 점은 특히 보람 있었다.”

-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정착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새터민(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새터민으로 구성된 예술공연단도 적극 홍보해주며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의료지원을 돕는 ‘새조위’(대표 신미녀)를 2014년부터 후원해오고 있다.

- 다문화 이주여성 지원에도 적극적인데. “다문화 이주여성 중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 탓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경기도에만 약 7만명의 다문화여성이 거주한다. 다문화가정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2015년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다문화여성의 고향 방문 지원사업인 ‘다(多)문화가정의 다정(多情)한 고향나들이’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착 후 5년 이상 모국을 방문하지 못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중국 7명, 베트남 5명, 일본 3명, 캄보디아·파키스탄 1명 등 총 17명의 이주여성이 선정됐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기부한 금액 중 일부를 ‘최신원 행복기금(Choi’s Happy Fund)’으로 구성해 이주여성들의 고향 방문을 위한 항공권과 체류비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은 후 기부문화 확산에 성과가 있었나. “2011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주변의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해주시고 기부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덕분에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국 모금회 중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총 모금액이 257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300억원가량 늘어 557억원이 모였다. 그 외에도 2012년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총대표를 맡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박지성, 김나연 같은 운동선수들의 가입을 유치했다.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고 회원 수도 비례하여 짧은 시간에 엄청난 숫자로 늘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 SK네트웍스 회장 취임 초 선친의 동상을 사옥에 설치하는 등 선친에 대한 정(情)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선친 최종건 회장은 폐허의 땅에서 맨손으로 기업을 창업하고 국내 최고의 섬유회사로 키워낸 창조적 기업인이었다. 선친께서는 늘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패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일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불황 극복의 혜안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기업을 경영할수록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 기부를 통해 사업에 도움받는 점도 있나. “오늘날 기업들은 이익을 실현하여 그 이익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채용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경영 역시 이러한 나눔과 공유의 선순환 기반을 통한 이익 실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나눔의 또 다른 형태로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키워드

#CEO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