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저 숲길을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산음자연휴양림의 숲 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이 숲의 기운을 받고 있다. ⓒphoto 산음자연휴양림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저 숲길을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산음자연휴양림의 숲 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이 숲의 기운을 받고 있다. ⓒphoto 산음자연휴양림

산은 곧 어머니의 품이다. 산에 들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위안을 얻는다. 그것이 산이 우리에게 주는 휴식과 치유라는 선물이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산자락에서 들리는 계곡물 소리, 숲의 산새 소리,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있는 그대로가 자연의 병원이다. 본격적인 무더위에 앞서 시원하고 청량한 숲길을 걸으며 고단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 보자. 에어컨 같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개청 50주년을 맞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산림치유원을 소개한다.

경기 양평 국립산음자연휴양림

산음(山陰)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2000년 개장한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은 경기도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북쪽은 봉미산(856m)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성곽처럼 솟았고, 서쪽은 봉미산에서 성현~천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남쪽은 천사봉에서 싸리재~비슬고개에 이르는 능선이 휴양림을 감싸고 있다.

동쪽 산음리로 흐르는 좁은 계곡이 휴양림으로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할 뿐, 휴양림의 삼면을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긴 산줄기가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휴양림 자리엔 늘 산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드나듦이 불편하니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남쪽 용문산을 중심으로 유명산자연휴양림과 중미산자연휴양림, 설매재자연휴양림, 용문산자연휴양림이 이웃해 있는 것만 봐도 이 지역이 얼마나 청정지역인지 알 수 있다.

낙엽송과 전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게 자라는 휴양림 일대에는 임도가 많이 나 있다. 비슬고개에서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6㎞의 임도와 7부 능선으로 천사봉, 성현고개, 봉미산, 산음리로 이어지는 임도는 경사가 순해 힘들이지 않고도 높은 산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산음휴양림 뒤편에 솟은 천사봉(1004m)은 예전에는 산이 붓처럼 뾰족하다 하여 문필봉이라 불리던 곳이다. 혹은 산이 폭 꺼져서 폭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천사봉과 봉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래 위치한 산음휴양림의 가장 큰 자원은 잘 보존된 숲이다. 산림청은 이런 좋은 숲을 활용해 2009년, 제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해 다양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한다는 편백나무로 지은 통나무집에서 하루를 머물며 건강증진센터에서 스트레스 지수 및 체성분 등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숲 치유 프로그램(무료)을 실시한다. 숲길을 걷고 땅에 앉아 조용히 명상을 하고 체조를 하는 것이 모두 치유의 과정이다.

당일 방문객들은 별도로 마련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청해 체험(무료)할 수 있다. 노인을 비롯해 청소년, 장애인, 암환자, 임신부부 등 대상별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7월 중에는 숲속힐링음악회를 개최하고 9월 중에는 미혼남녀를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전화(031-774-7687)와 인터넷(cafe.naver.com/saneumhealing)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목공예 체험도 해보자. 나무목걸이 만들기(1500원)를 비롯해 탁본 손수건 만들기(1500원), 개구리(동물) 만들기(3000원), 꽃부채 만들기(5000원) 등 다양한 체험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루 2회(10:00, 14:00) 실시하는 무료 숲 해설도 들어볼 만하다. 숲속의 집과 휴양관 등 숙소는 객실 50개가 있으며 야영장도 43면이 있다. 문의 국립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www.huyang.go.kr

교통

서울춘천고속도로 설악나들목으로 나와 ‘홍천·설악면사무소’ 방면 우측 방향→86번 지방도 타고 모곡리까지 간 후 한서남궁억기념관 지나 우회전→석산교에서 ‘양평·단월·소리산·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리에서 ‘고복·산음자연휴양림’ 우회전해 가면 된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다. 서울~홍천 간 6번 국도를 타다가 단월면에서 70번 지방도를 타고 비슬고개로 가 산음리로 갈 수도 있다.

백두대간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산림치유원은 산(山)과 물(水)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림치유단지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백두대간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산림치유원은 산(山)과 물(水)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림치유단지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경북 영주·예천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소백산은 주봉인 비로봉(1439m)과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등 해발 13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지는 웅장한 백두대간 능선이지만 강하고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럽고 순후함이 느껴지는 토산(土山)이다. 이런 소백산을 두고 조선의 풍수학자 남사고는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이런 소백산 옥녀봉 일대에 자리한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은 산(山)과 물(水)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림치유단지다. 지난해 문을 열었으며 2889㏊의 면적에 건강증진센터와 수치유센터, 치유숲길, 치유정원 등을 갖춰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건강증진센터에서는 이용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해 그에 맞게 음파반신욕, 전기마사지, 아쿠아마사지스파 등의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수치유센터의 ‘물我一體’ 프로그램은 물의 압력을 이용한 마사지 등으로 몸의 피로와 각종 통증을 치유한다. 소백산 자락의 풍광을 보면서 노천욕도 즐길 수 있다. 산림치유마을은 치유원에 머물며 요양할 수 있는 곳이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기본은 숲길을 유유자적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 치유원에는 백두대간 능선의 숲길을 활용해 50㎞에 달하는 걷기 좋은 숲길을 냈다. 트레킹 코스는 마실치유숲길(5.9㎞), 마루금치유숲길(6.4㎞), 문화탐방치유숲길(3.92㎞), 금빛치유숲길(5.8㎞), 등산치유숲길(3.2㎞), 별바라기치유숲길(5.9㎞), 산악스포츠치유숲길(3.2㎞)의 총 7곳으로 나눠 자신에게 알맞은 난이도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나 노약자 등을 배려한 무장애데크로드도 중간에 설치되어 있다. 무장애데크로드는 경사도 8% 이하로 거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길이다.

이 숲길을 활용한 트레킹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다. 숲속 걷기와 체조, 놀이, 해먹 체험 등으로 구성된 ‘숲, 감성충전’을 비롯해 컬러테라피를 접목한 ‘낭만충전 트레킹’, 노르딕 스틱을 이용한 ‘밸런스 워킹’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치유원의 숙박시설은 예천 문필마을과 영주 주치마을에 있다. 온전한 휴식을 위해 TV도 없고 취사도 안 된다. 바비큐는 물론이다. 자연보호를 위해 샴푸 등도 없다. 수건도 각자 가지고 와야 한다. 편안한 도시 생활, 서비스 좋은 숙박업소에 익숙한 이라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감이 바쁜 쉼이 어디 있겠는가. 밤하늘의 별과 풀벌레 소리가 친구이고 놀이이고 휴식이다.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란 말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이용료는 힐링 숲 1박2일 프로그램(2인 기준)이 12만5000~14만4000원(성수기). 프로그램 6시간 외 숙박과 식사 3식 포함. 숲속힐링스테이는 1주 기준 1인 38만4000원.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daslim.fowi.or.kr) 참고. 당일 이용할 수 있는 건강측정과 건강치유장비체험은 1시간 기준 1인 1만5000원. 문의 (054)639-3400

교통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으로 나와 ‘소백산국립공원·풍기·봉화’ 방면으로 우회전해 가다가 부산육교 갈림길에서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이정표를 보고 좌측으로 간다. 경북항공기술원을 지나 두산1리까지 가면 끝에 정문이 나온다. 길 곳곳에 이정표가 있다.

강원 횡성 국립횡성숲체원

편백나무와 전나무가 가득한 평화로운 숲에 편히 앉아 명상에 잠긴다.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이다.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편백나무와 전나무가 가득한 평화로운 숲에 편히 앉아 명상에 잠긴다.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이다. ⓒ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나라에 숲체원은 강원도 횡성을 비롯해 전남 장성, 경북 칠곡 3곳에 있다. 그중 강원도 횡성의 국립횡성숲체원이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청태산(1200m) 자락 7부 능선(850m)에 자리한 횡성숲체원은 사전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으며 그나마도 일반 탐방객은 하루에 70명까지만 입장(무료)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그만큼 사람에 치이지 않고 유유자적 숲을 벗 삼아 머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숲 문화 체험교육 전문시설답게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다. 이것들은 숲체원 내의 등산로와 탐방로를 따르면서 둘러볼 수 있다. 나무데크로 만든 ‘편안한 등산로’는 숲체원의 자랑이다.

방문자센터 맞은편에서 시작해 해발 920m의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이 ‘무장애탐방로’는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임산부도 부담스럽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중간에 다리를 쉴 수 있는 쉼터가 많아 잠시 쉬어가며 나무와 꽃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런 덕분에 2010년에는 ‘한국관광의 별’에서 장애인 우수관광시설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망대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약 1㎞ 정도 거리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잣나무 숲길, 자작나무 숲길, 낙엽송 숲길 등 총 4개의 탐방로로 구성된 ‘숲 탐방로’는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을 수 있다. 이밖에도 테라피코스, 오감체험장, 생태체험장 등 오롯이 나무와 꽃을 마주하며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즐비하다. 생태체험장에서는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수생식물과 고사리, 버섯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해도 좋다.

등산로와 숲 탐방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 체력에 맞게 등산로와 탐방로를 이어 걸으면 된다. 어느 길을 걷든지 쉬엄쉬엄 오르는 숲길에는 잣나무와 자작나무, 산벚나무, 물박달나무 등이 빼곡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탐방로 곳곳에는 나무와 곤충, 새 등에 대한 설명과 정보를 담은 안내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따로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될 정도다.

2011년 ‘청태산 치유의 숲’을 개장한 숲체원의 삼림치유프로그램은 주로 단체 체험객 위주로 운영되지만 개인과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당일형·숙박형 산림치유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포레스트힐링센터 실내와 야외 숲에서 이루어지며 건강측정과 삼림체조, 아로마테라피, 열·물 치유, 숲 명상, 숲길 걷기 등을 실시한다. 월별 운영 일정은 청태산 치유의 숲 카페(cafe.naver.com/soopheali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숙박은 2인 기준 객실(이용료 3만~5만원)은 총 4실이 있으며, 가족이 머물기 좋은 5인 기준의 객실(7만~9만원)은 34실, 8명 기준 객실(11만~12만원)은 14실이 있다. 이곳의 숙박시설 역시 국립산림치유원과 마찬가지로 TV가 없고 취사도 되지 않는다. 내 돈 들여가며 불편을 감수하는 일, 그것이 숲에서 제대로 쉬는 ‘힐링’이다. 문의 (033)340-6300, www.soopchewon.or.kr

교통

영동고속도로 둔내나들목으로 나와 둔방교차로에서 ‘청태산둔내자연휴양림·웰리힐리파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이후 둔내자연휴양림과 국립청태산자연휴양림을 지나 조금 가면 영동1터널 진입 전 왼쪽에 숲체원 정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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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원 월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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