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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1호] 2018.01.15

아이돌도 아이들, 극단적 선택 막을 대책은?

유슬기  조선pub 기자 prima@chosun.com 

▲ 아이돌 샤이니 종현의 죽음을 보도한 뉴스 화면.
“사라지지 말아요/ 제발 사라지지 말아/ 고통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나 덜어 줄 텐데.”
   
   지난해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샤이니의 종현이 생전 즐겨 들었다는 디어클라우드의 노래 ‘사라지지 말아요’의 일부다. 디어클라우드는 종현이 자신의 유서를 남긴 동료이기도 하다. 유서에서 종현은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이 결국 날 집어삼켰다’고 썼다. 종현의 비보를 듣고 동료 연예인 배우 김고은은 이 노래를 자신의 SNS에 올려 고인을 애도했다. 2PM의 멤버이자 배우인 준호는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엑소의 전 멤버 루한도 “믿을 수 없다”고 썼다. 그를 사랑했던 팬들만큼이나 동료 연예인이 받은 충격과 상심도 크다.
   
   배우 박진희는 2009년 사회복지학 석사 논문으로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대한 연구’를 썼다. 당시 그는 “연예인의 4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며 이를 ‘과도한 사생활 노출, 악성 댓글, 불안정한 수입,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분석했다. 실제 그가 논문을 작성한 해는 2008년 배우 최진실의 죽음으로 사회가 충격과 슬픔에 빠진 때다. 대중과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한 국민배우의 죽음은 실제로 영향이 컸다. 2008년 10월 자살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살 연구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일반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패턴을 연구해 밝혀냈고 여기에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18세기 말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후 유럽에서 주인공을 모방한 자살이 많아졌던 현상을 빗댔다. 한국의 자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간한 ‘2017 한눈에 보는 보건’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8.7명이었다. 한 해를 제외하고 12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한 한국은 OECD 국가 대비 2배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마음의 감기’는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송후림이 쓴 책 ‘우울증을 부탁해’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경우 남자는 10명에 1명, 여자는 4명에 1명꼴로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때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6~9개월에 걸쳐 악화되고, 급기야 자살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된다. 흔히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은 일반 감기처럼 시간이 흐른다고 낫지 않는다. 악화될 뿐이다. 연예인은 우울증에 더욱 취약하다. 미국의 연예매체 ‘미디어 버라이어티’는 한류스타 종현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연예인들은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 터무니없는 수준의 행동 규범을 요구받고 소셜미디어 댓글 등을 통해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썼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연예인은 감정 소진이 심한 감정노동자”라고 정의했다. 때문에 “정서적인 면에서는 더 예민하고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10대 청소년의 희망직업 1위는 연예인이다. 교육기업 와이즈캠프가 초등학생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의 초등학생이 ‘연예인’을 꼽았다. 지난해 6월 종영한 ‘프로듀스 101’ 신드롬은 이 방증이다. 각 소속사의 연습생, 연예인 지망생 등이 참여해 매회 참가자를 떨어뜨리며 11명의 생존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번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눈물을 흘리는 일은 다반사, 한 팀이었던 친구가 탈락하는 것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 투표에 참여했던 청소년 중 일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끝없는 경쟁에 노출된 ‘자신의 소년·소녀’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이다.
   
   3대 대형 기획사인 SM-YG-JYP의 경우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으로 발탁되기도 어렵지만 데뷔까지는 더 험난하다. 최근 14번째 공채 오디션을 실시한 JYP의 경우 전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망생이 몰려들었다. YG는 현재 ‘믹스나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생을 발탁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5년 안팎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노래, 랩, 연주 등의 음악실력뿐 아니라 연기, 인성, 외국어 교육도 받는다. 어렵사리 데뷔를 해도 데뷔한 10개의 팀 중 8개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인기를 얻더라도 수명은 길지 않다.
   
   
   “타인의 슬픔을 소비하지 마십시오”
   
   지난 2년 동안 2NE1, 씨스타, 미쓰에이 등 정상을 밟았던 걸그룹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혹자는 이를 ‘7년 차의 저주’라 부른다. K팝 1세대 한류를 이끌었던 걸그룹의 한 멤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겉보기에는 화려한 삶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가장 성공한 걸그룹이라고 꼽히는 이들 역시 “매번 새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과 “매해 새로 등장하는 핫스타” 앞에서 위축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기획사에서는 드물게 성공을 경험한 걸그룹 EXID의 하니는 “은퇴 후에는 아이돌 연습생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1년 설립한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에서는 대중예술인에게 무료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에 따르면 연예인 심리상담은 2011년 40건에서 2013년 107건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혹독한 다이어트와 외모에 대한 강박,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고충 등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스케줄을 살아야 하는 이들은 평범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고, 동료들과도 경쟁구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기가 어렵다.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예방 차원의 상담을 진행하는 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때문에 센터에서는 신청한 기획사에 한 달에 한 번 정신과 전문의를 파견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을 위한 상담도 필요하다. 고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다음과 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샤이니 멤버 故 종현님의 명복을 빕니다. 혹시 고인의 소식을 접한 뒤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시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드신다면 1577-0199로 전화주세요.…몇 년째 수없이 강조되어온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무시한 여러 언론사들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자살을 묘사하지 마십시오. 자살의 방법과 도구를 언급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슬픔을 흥밋거리로 소비하지 마십시오.”
   
   종현은 열여덟에 데뷔해 스물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한때 찬란히 빛나던 스타가 덧없이 ‘사라지는’ 일을 막을 방법은, 이들의 ‘고통의 무게를 재고 함께 나눠 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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