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교수
조던 피터슨 교수

‘현존하는 글로벌 최고 사상가’ ‘세속 사회를 이끄는 선지자’.

2018년 들어서기 무섭게 불어닥친 ‘피터슨 현상(Peterson Phenomenon)’의 주인공 조던 피터슨(Jordan Peterson) 교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지난 1월 27일 발간 이후 2월 20일 현재까지 아마존닷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12가지 삶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의 저자다. ‘12가지 삶의 법칙’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영미권은 물론 동시 번역된 프랑스·독일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섰다. 한국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번역될 예정이지만 가히 글로벌 현상이라 불릴 만큼 반향이 크다. ‘현존하는 최고 사상가’란 찬사는 세계 경제학계의 거두이자 세계를 움직이는 100명의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일러 코웬(Tyler Cowen)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내린 평가다. 조던피터슨은 누구이고, 그가 쓴 ‘12가지 삶의 법칙’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이런 찬사를 받는 것일까.

‘12가지 삶의 법칙’은 원문대로 ‘혼돈에 대처할 수 있는 12가지 해독제’를 담고 있다. 모두 12개 장에 걸쳐 12가지의 해독제가 소개된다. 세계가 혼돈의 시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서 삶에 도움이 될 12가지 법칙을 해독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12가지 해독제를 통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How to Live?)’에 관한 저자 나름의 모범답안인 셈이다. 그러나 피터슨은 “행복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대 목적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그가 제시하는 12가지의 해독제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1. 움츠러들지 말고 어깨를 쭉 편 채 세상에 맞서자.

바닷가재는 상대와 싸울 때 몸을 펴고 두 팔을 벌려 공격한다. 혼돈의 세계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눈을 크게 뜨고, 몸과 마음으로 정면 대응할 것을 권한다.

2. ‘자신의 일=내가 책임지고 도와줘야 할 타인의 일’로 받아들여라.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일을 관대하게 처리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의 일을 대하라. 남을 도울 때처럼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라.

3. 당신에게 최선을 다하도록 요구하는 사람과 친구가 돼라.

어울려 다니면서 서로가 추락하길 기다리는 ‘좋은 것이 좋다’ 식의 교제가 아니라 자신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말해주는 친구를 만들라.

4. 스스로를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 나를 오늘의 (성공한) 타인과 비교하지 마라.

성공은 간단히 설명될 수 없다. 그러나 실패는 분명하다. 마약·알코올과 같은 나쁜 습관은 명확한 실패로 이끈다. (개개인이 그런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알찬 생활을 하는 것이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5. 네 아이가 싫어하는 일을 강제로 시키지 마라.

자식을 부모의 생각에 맞춰 교육하지 마라. 원칙과 의미를 알려주되, 만약 거기에서 어긋날 경우 혹독한 벌을 내리는 것도 피하지 마라.

6. 세상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너의 집안정리부터 해라.

세상을 바꾸자고 웅변을 토하기 전에, 남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네가 가진 상대에 대한 살기(殺気)를 조절해야 한다.

7. 이해득실이 아니라 삶에 의미를 주는 일에 매달려라.

인생에서의 성공이 중요하지, 사회생활에서의 성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神), 가족, 자신을 연결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8. 진실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마라.

작은 부분이라도 거짓말하지 마라.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산주의나 나치 체제도 지식인들의 체제 미화와 같은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9. 네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으리란 가정하에 남의 말에 귀 기울여라.

세상에서 너만이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말하고 가르치기 전에, 남으로부터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보내라.

10. 말할 때 정확하게 말하라.

무책임하게 듣기 좋은 말만 하지 마라. 구체적인 증거와 결과를 생각하면서 대화하라.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그냥 내버려둬라.

스케이트보드 타는 아이가 위험하다고 노파심에 간섭하지 마라. 결국 알아서 잘 탄다.

12. 거리에서 (집 없는) 고양이를 만날 경우 꼭 안아줘라.

따뜻한 사랑은 남은 물론 자신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집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보듬는 것만으로도 혼돈을 넘어선 세계를 창조하고 실천할 수 있다.

피터슨은 하버드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가르치는 현역 교수다. 국적은 캐나다로, 1962년생이다. 현재 그는 학계만이 아니라 신문·방송 등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유튜브 스타’로 통한다. 그의 정신심리학 강의는 유튜브에서 매회 10만 단위가 넘는 시청자를 확보 중이다.

그의 전공에서 보듯 ‘12가지 삶의 법칙’은 자신의 영역인 정신심리학적 연구의 결론에 근거한 책이다. 정신심리학자가 볼 때 엉망진창인 세계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한 처방제를 인간 개개인의 정신심리학 차원에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제시한 ‘12가지 삶의 법칙’을 훑어보면 마치 교회 설교나 초등학교 때 배우는 도덕·윤리 교과서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신서(修身書)에 비견된다고나 할까. ‘세상을 비난하기에 앞서 집안정리부터 하라’ ‘거짓말하지 마라’ 등은 ‘고전적 잔소리’로 느껴진다. 물론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정교한 논리를 펴기 위해 성경과 고대 그리스 철학을 인용하기도 하고, 정신심리학 임상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생활 상식을 제시하는 데 불과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가지 삶의 법칙’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12가지 개인 행동강령

평자들은 ‘12가지 삶의 법칙’이 ‘우리(We)’가 아닌 ‘나(I)’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한다. 특히 ‘12가지 삶의 법칙’의 주된 독자와 타깃은 밀레니얼세대, 즉 2030세대다. 서구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2030 젊은이들이 앞다퉈 책을 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구, 특히 미국의 2030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함께(Together)’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성장했다. 이들의 출생기와 성장기는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와 겹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글로벌리즘(국제주의)이 상식으로 정착된 시기다. 미국에서 글로벌리즘은 9·11테러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다시 이어져갔다. 가난한 나라와 국민을 돕고, 이민자들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지원이 상식이자 이념으로 확산됐다. 더불어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는 20세기 초 공산주의에 버금가는 이데올로기로 등장했다. 영미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2030은 그 같은 시대적 흐름에 압도당한 세대다.

더불어 2007년 탄생한 애플의 아이폰은 그 시대적 흐름을 가속화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학교, 지역, 성별, 연령, 국가, 인종, 종교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가 2030세대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사회적관계망(SNS)을 통해 이런 모든 상황의 주체는 ‘I’가 아닌 ‘We’로 옮겨갔다. 개인주의(Individualism)가 아닌 집단주의(Collectivism), 나아가 ‘글로벌 우선주의’ 세계관이 확립된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 횡행하게 된 것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다. 달리 말하면 현실과 유리된 정치적 선의가 누구나 반드시 따라야 할 잣대가 된 것이다. 말 자체야 옳고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 적용될 경우 어디선가는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윤리적·도덕적인 불편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보자. ‘정치적 올바름’만을 따지면 가난한 흑인을 돕고 교육 기회를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넓혀가자고 말해야 맞다. 2030세대 중에 그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장이 현실적으로 나타날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 내 흑인 입학생 숫자가 늘어나면서 아시아계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식의 피해다. 성적과는 무관한 일종의 역차별이다. 흑인 입학생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막상 그로 인한 피해를 자신이 입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히스패닉 이민자 확대와 취업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흑인이 일하던 업종으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밀려들면서 흑인들을 실직자로 내몰 경우는 또 어떨까. 불법 이민자들의 자식이지만 ‘드리머(Dreamers)’란 그럴듯한 타이틀과 함께 미국 내 영주와 취업을 마치 자신의 태생적 권리라 부르짖는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감히’ 모두의 앞에서 말은 못 하지만, 평범한 미국인이라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12가지 삶의 법칙’은 개인의 생각이나 생활 자세에 주목하는 책이다. 지구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올바름’ 등에 식상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개인 행동강령’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 이데올로기를 논하기 전에 개인적 차원의 지덕체(知德體) 연마에 주목하라는 바른생활 길라잡이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2가지 삶의 법칙’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행동강령과 길라잡이에 주목하는 개개인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집단논리 속에 휘둘려진 ‘We’가 아니라 집단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I’를 갈망하는 개개인이 폭증한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파악한 사람이 피터슨이라 할 수 있다.

피터슨 현상은 8년 전 불어닥쳤던 또 다른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준다. 2010년 한국을 강타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다. 흥미롭게도 ‘정의란 무엇인가’는 탄생지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 한층 더 주목받은 베스트셀러다. 정치적 슬로건과 같은 쿨(cool)한 제목이 독자들을 흡인했고, 특히 하버드대학에서 30여년간 활용된 교양서란 점에서 아시아권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12가지 삶의 법칙’은 2030세대를 위한 사상서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청년들이 딛고 있는 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나갈 것인가라는 지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는 ‘12가지 삶의 법칙’과 달리 기본적으로 하버드대학 프리미엄에 기초한 지식인을 위한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제목과 달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정의에 관한 책이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학 윤리 사상에 기초해 참된 인간으로 나아가자는 도덕서란 측면이 강하다. 부제인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What’s the right thing to do?)’가 정의론의 진짜 내용이다. 반면 ‘12가지 삶의 법칙’은 하버드 프리미엄을 지닌 교양서와는 구별된다.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의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 먹히는 책이다. 개인과 더불어 공동체 가치에도 주목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달리 개인 그 자체의 성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다르다. 인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인 데 비해 ‘12가지 삶의 법칙’은 진흙탕 카오스 속의 2030세대를 위한 책이다.

진보 매체들이 비판하는 유튜브 스타

이미 역사 속 그림자로 넘어갔지만 ‘월스트리트를 정복하라’는 21세기형 글로벌 이데올로기의 전형에 속한다. 99%의 보통 사람들이 1%의 금융특권층을 공격하는 21세기형 자본주의 타도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2가지 삶의 법칙’은 1% 금융특권층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99%의 논리에도 동조할 수 없는 보통 청년들을 위한 지침서다. ‘월스트리트를 정복하라’고 외치는 99%의 논리적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앞장서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를 정복하라’는 일방통행에 맞서 ‘We’가 아닌 ‘I’에 집중하는 수신서라 할 수 있다.

피터슨 교수에게는 찬사와 함께 격렬한 비판도 따라다닌다. ‘극우 선동가’ ‘유튜브에서나 통하는 엉터리 궤변론자’ ‘멍청이를 대변하는 수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피터슨은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와 청년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인물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우익 꼴통’쯤으로 치부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피터슨이 주장하는 “Zhe 거부”도 진보 성향의 청년들을 화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Zhe’는 남녀를 넘어선 제3의 성을 표현하는 영어 신조어다. 여성 성향의 양성자가 ‘Zhe’, 남성 성향 양성자는 ‘Zhim’으로 표현한다. 피터슨의 모국 캐나다 정부가 제3의 성을 공식화하면서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 성격의 언어다. 그런데 피터슨은 캐나다 정부의 제3의 성 공식화 방침에 불복한다. 자신의 전공인 정신심리학을 동원해 제3의 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가 진보 진영으로부터 ‘악마’로 취급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로 진보 논리에 맞서지 못했던 ‘We 일방통행’에 지친 ‘I’들이 피터슨 지지와 지원에 나선다. 그가 ‘We 일방통행’에 맞서 싸우는 의사(義士)로 추앙되면서 그에게는 모금도 폭주한다. 매회 10만 단위의 시청자를 확보 중인 그의 유튜브 강의는 8000명에 달하는 익명의 ‘I’들의 모금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정신심리학에 기초한 비교적 어려운 내용의 강의지만 익명의 ‘I’들은 그를 유튜브 스타로 밀어올렸다.

피터슨 현상은 21세기 서구문명사에서 펼쳐지고 있는 문화전쟁(Culture War)의 한 이면일지 모른다. ‘태극기’와 ‘촛불’로 나눠진 한국식 대치가 서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과 다른 것은 ‘We’의 목소리에 죽어지내던 ‘I’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태극기’든 ‘촛불’이든 아직 우리에게는 ‘I’가 없다. 피터슨 현상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재연될지가 궁금하다.

일본판 ‘피터슨 현상’

‘그대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200만부 팔린 만화책, 청소년 필독서로

이웃 일본 출판계에서도 ‘피터슨 현상’ 비슷한 것이 올해 출현했다. 2월 21일 현재 200만부가 팔린 만화책 ‘그대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이하 그대들)’ 얘기다. 국민 베스트셀러라고 불릴 만한 이 만화책 역시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삶의 법칙’처럼 개인,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수신서다. 이 책의 내용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에 의해 곧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대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1930년대 도쿄를 무대로 15세 중학생 코페르가 숙부로부터 들은 얘기를 모은 것이다. 코페르의 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신의 동생에게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형의 유언에 따라 코페르의 숙부는 삶에 관련된 다양한 조언을 편지 형식으로 전달한다.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코페르와의 대화를 통해 의문시되던 부분을 풀어나가는 식으로 알려준다. 형식은 만화지만 숙부가 보낸 긴 편지와 메모도 중간중간 들어간다. 결국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12가지 삶의 법칙’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다. 이 물음을 깔고 학교, 우정, 사회, 사랑, 우주에 관한 숙부의 지혜가 15세 소년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만화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원작의 탄생 시기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태평양전쟁 직전인 1937년이다. 당초 문고판으로 출간돼 청소년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1940년대 일본이 전쟁에 휩쓸리면서 원작자 ‘요시노’가 반전주의자라는 이유로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된다. 그러다 종전 후인 1954년 재출간됐고 이후 일본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교양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 책은 만화로 새로 출간되면서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회사원, 심지어 은퇴자들까지 읽는 대중적 고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엇이 이 만화책을 일본의 ‘국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을까. 책 속의 한 대목을 보자. “인생에서 이런 부분이 의미가 있다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아 그런가’라고 그냥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어른이 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그 의미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의 맛, 붉은 색상, 예술에 대한 흥미는 스스로 직접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책상 위에서 위인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후의 주인공은 역시 자신이다. 진정 마음속 깊이 느끼면서 (어떤 일에) 나선 뒤, 원래 결의에 따라 대충 넘기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어떤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단 한 번의 감동이지만, 한순간에 그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사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세상이 박수를 보내는 일에만 매달릴 경우 (죽을 때까지) 혼자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의 영혼을 통해 발견해내는 것이다.”

이런 숙부의 편지에서 보듯 자립정신, 공부, 체험, 노력의 중요성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문장으로 설명한 것이 ‘그대들’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청소년을 위한 인생교과서지만 ‘꼰대의 잔소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서기 위한 모두의 수신서로 받아들여진다.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삶의 법칙’과 ‘그대들’은 모두 ‘We’가 아닌 ‘I’를 위한 책들이다. 거창한 슬로건으로 세계를 바꾸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과 성실함을 강조한다. 거창한 주의 주장이 아니라 공부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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