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몸 때문에 자신이 없던 직장여성인 르네. 어느날 머리를 다친 뒤 자기 몸이 날씬해졌다고 믿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이런 내용의 코미디영화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에 나온 에이미 슈머(36)와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위트비호텔에서 있었다.

토실토실 살이 찐 슈머는 귀여운 소녀 같았는데 코미디언답게 시종일관 농담과 유머를 섞어가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슈머는 셰프인 크리스 피셔와 지난 2월 결혼한 새색시이기도 하다.

- 언제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는가.

“내 외모에 신경을 안 쓸 때 내가 가장 예쁘다고 느낀다. 화장 안 하고 운동복 입고 편안하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킬 때가 가장 예쁘다고 느낀다. 몇 시간이고 거울을 안 들여다본 것을 알 때 내가 가장 예쁘다는 말이다.”

- 패션과 외모와의 관계는 어떤가.

“나의 패션은 전부 내가 출연했던 영화에서 함께 일한 나의 스타일리스트 리사 에반스가 알아서 돌봐준다. 내 결혼 드레스도 에반스가 마련해준 것이다. 난 패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쇼핑 가서 드레싱룸에서 옷 입어보는 것도 싫다. 내 몸에 딱 맞는 것들이 별로 없다. 내 몸이 마네킨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셔츠 같은 것은 SPA 브랜드인 ‘포레버 21’ 같은 곳에서 사는데 몸에 잘 맞아 보기 좋다. 에반스와 나는 지금 모든 사이즈에 맞는 우리 브랜드 옷을 만들고 있는데 싼값에 팔 예정이다.”

- 배우로서의 성공으로 무엇이 과거와 달라졌는가.

“성공했기 때문에 그전 같았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영화를 만들 때도 예전처럼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미안하지만’이라고 서두를 떼지 않고 당당하게 내 생각을 말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내 자신의 TV쇼도 제작하게 됐다. 성공은 나로 하여금 내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 거울을 자주 보나.

“거울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들여다보진 않는다. 난 거울을 볼 때면 내 얼굴을 보고 웃는다.”

- 어떻게 남편 크리스 피셔를 ‘바로 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가.

“내 보조자인 몰리가 크리스의 여동생이다. 몰리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우리 가족이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몰리와 크리스의 가족도 함께 있었다. 그때 크리스가 우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우린 둘 다 가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꾸밈이 없는 면모를 서로에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뒤로 알고 지내다가 반년쯤 지나 데이트하는 사이로 변했다. 난 결혼을 한 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크리스를 만나고 보니 그가 정말로 친절하고 재미있고 똑똑하며 또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의 동반자가 되고 싶었다.”

- 결혼식은 순조로웠는가.

“사흘간 준비를 했고 매우 순탄하게 치렀다. 내가 술에 좀 취하긴 했지만.”

-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여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100% 발휘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린 잘못했다간 자신들의 가치가 모욕이라도 당할까봐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보내고자 한 메시지는 ‘외모가 진정한 자신이 아니다’란 것을 여자들이 깨달으라는 것이다. 당신도 자신만의 음성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각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자신을 자신의 어머니처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 미모에 추한 마음을 지닌 여자와 추한 외모에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여자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아름다운 마음이다. 난 진짜로 이 영화의 르네처럼 나에 대해 자존을 느끼지 못했고 자신감도 아주 약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살면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난 이제 나이가 먹었지만 나의 가슴을 사랑하고 또 내가 누구인지도 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최고의 기분이다.”

- 영화에서 르네가 자신감이 없게 된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와선 소셜미디어나 태블로이드를 열어보면 비키니를 입거나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전부 늘씬한 미녀들뿐이다. 얼굴을 가리면 몸이 다 똑같이 생겼다. 그러니 이들과 다른 몸을 가진 여자들이라면 자기 몸에 대해 회의를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변화해야 한다. 다양성이야말로 중요하다. 소셜미디어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10대 여자 아이들이 성장하기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 남을 웃게 하는 코미디언은 타고난 것인가 또는 수련해서 터득한 것인가.

“둘 다다. 천성이 웃길 수는 있지만 모든 다른 것들처럼 코미디언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작업을 필요로 한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 강력한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으로서 코미디 공연 시 이를 주제로 농담을 하는데 청중의 반응은 어떤가.

“남발하는 총기 폭력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물론 그래서 내 쇼에 총기 애호가들은 오지 않아 표가 덜 팔리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 내가 쇼에서 총기 반대를 농으로 삼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계속 말을 할 것이다. 그러나 총기 반대의 진짜 지도자들은 젊은 세대들이다. 그들은 지금 우리 세대의 생각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학생들이 주도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총기 반대 운동이 그 좋은 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 코미디언으로 인기가 있고 유명한데 심각한 드라마 또는 비극을 해볼 의향은 없는지.

“비록 코미디라도 드라마적 요소는 갖추고 있다. 난 드라마와 코미디의 양쪽 성질을 두루 갖춘 영화를 만들기를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진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있지만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있는 역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게 있어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이롭지가 못하다고 생각한다.”

- 셰프인 남편을 둔 지금도 음식을 직접 만드는가.

“솔직히 말해 음식도 안 만들고 설거지도 안 한다. 남편이 음식 만드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채소 요리에 관해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그런데 남편은 채소를 너무 좋아하는 반면 난 별로다.”

- 자기에 대해 자신이 없어하는 사람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겠는가.

“우선 기분이 최고조였을 때를 생각하라고 이르겠다. 그리고 감사하는 것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조언하겠다. ‘나는 좋은 딸인가’ ‘나는 좋은 어머니인가’ 또는 ‘나는 좋은 친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자신의 무엇이 자랑스러운지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 영화도 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 결혼하기 전의 데이트에 대해 얘기한다면.

“난 과거 몇 명의 애인을 두었고 또 그들과 동거했다. 그러나 그 누구와도 결혼할 마음은 없었다. 그중의 어떤 사람은 나와의 미래를 얘기한 적도 있지만 난 그것을 피해갔다. 그러나 과거 애인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그들은 내 결혼식에도 왔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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