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3분기부터 모바일 첫 화면에서 네이버가 편집하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없앤다. 대신 언론사에서 직접 뉴스를 편집하게 하고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댓글 정렬 방식도 언론사가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200여명의 기자들을 모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밝힌 내용이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촉발된 포털사이트의 역할 논란에 대한 네이버의 답이다.

우선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기로 했다. 대신 검색창 중심으로 재편하고 뉴스는 화면을 밀어넘길 수 있는 두 번째 화면에 배치한다.

네이버가 ‘뉴스판’이라고 부르는 뉴스 화면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네이버가 직접 편집한 기사만 노출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가 보이게 된다. 어떤 언론사의 기사를 볼 것인지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면 된다. 지금 네이버가 시행 중인 ‘뉴스캐스트’와 비슷한 방식인데 기사는 아웃링크로 제공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은 수수료를 제외하면 모두 언론사의 몫이다. 네이버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 대신 인공지능(AI)이 추천한 기사가 보이는 ‘뉴스피드판’이 신설된다. 이미 네이버는 개인 맞춤 뉴스 추천 서비스 에어스(AiRS)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한성숙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뉴스피드는 보완적인 장치”라면서 구글 역시 인공지능에 의한 뉴스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모바일 첫 화면에서 없어지고 뉴스에 댓글을 달게 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정렬할 것인지도 각 언론사가 선택하면 된다.

이날 네이버의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네이버가 전향적인 자세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웃링크를 지향하고 뉴스 임의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의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게 대다수 언론학자들의 의견이다. 또 최근 네이버가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힘을 싣는 것과 관련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개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기대감을 나타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움직임을 보며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 5월 9일 열린 네이버의 기자간담회 직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계 최대 IT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가 열렸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구글의 연간 계획과 미래 비전이 공개된다. 올해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각종 서비스를 소개하며 ‘인공지능 퍼스트’ 계획을 밝혔다. 이 중 네이버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눈에 띄는 항목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뉴스 서비스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구글은 그동안 제휴 언론사 없이 기계적으로 관련 기사를 여러 개 묶어 보여주고 뉴스를 클릭하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앞으로 구글 뉴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 뉴스의 흐름을 분석해 개인에 맞는 뉴스를 추천하는 식으로 재편된다. 우선 뉴스 첫 화면 상단에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뉴스 5개가 배열된다. 사용자의 언어와 위치, 관심 주제를 분석해 최신 정보에 맞는 뉴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여기에 ‘풀 커버리지’라는 이름의 섹션이 추가돼 특정 이슈를 이야기로 정리해 보여주는 기능도 추가된다.

네이버가 밝힌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의 방향은 얼추 구글과 비슷해 보인다. 아웃링크를 도입하고 인공지능 뉴스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네이버의 개편 방안은 구글과 테두리만 닮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로 하는 이유부터 구글과 네이버는 차이가 난다. 구글이 인공지능 기술을 먼저 개발해 이를 뉴스 서비스에도 적용하려는 중이라면,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통해 성장했다가 이제 다른 방식을 도입하려는 중이다.

네이버는 뉴스가 네이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지난 5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네이버 뉴스는 네이버 전체의 트래픽(사용량)에서 PC 기준 3%, 모바일 기준 7% 트래픽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네이버가 국내에서 부동의 검색 엔진으로 자리 잡은 데는 네이버 뉴스의 힘이 컸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네이버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넘어서 오프라인 세계까지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런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얼핏 보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곧바로 이어져 나왔다.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하겠다고 한 기준이 “해당 언론사가 원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포트 리더의 말이다.

“아웃링크에 대해 뉴스를 제휴하는 언론사 70군데에 의견을 구했고 그중 70%가 답변을 줬다. 절반 정도는 유보한다고 했고 찬성 매체는 1개였다. 나머지는 인링크를 원했다.”

한성숙 대표가 “의견을 들어본 것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네이버의 논조는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우리는 아웃링크를 하려 했지만 언론사가 원해서 하지 못했다’는 게 네이버의 다음 발표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책임 미루기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언론 환경은 네이버가 왜곡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이버에 깊이 종속돼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언론을 양식장에 가둬 놓고 있었던 셈인데 갑자기 네이버가 양식장의 문을 열고 ‘나가라’고 말한 것이지요. 준비도 안 돼 있는 언론 중 누가 ‘나가서 독립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네이버가 진짜로 언론 권력을 내려놓고 아웃링크를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유예 기간을 뒀을 겁니다. 당장 3분기부터 하겠다고 하지 않고요.”

‘아웃링크’에 대한 언론들의 입장

중앙일간지에서 디지털 뉴스를 담당하는 부장 A씨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인터넷 언론 창간 멤버 B씨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당장 도입될 아웃링크에서 살아남을 언론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B씨의 설명이다.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하고 사용자가 직접 자신이 기사를 볼 언론사 몇 군데를 선택한다고 하면 저희 회사가 선택될까요? 전혀 아닐 겁니다. 이런 공포를 갖고 있는 건 저희뿐만이 아닙니다. 대다수 인터넷 기반 언론사들은 아웃링크가 도입될 경우 거의 망할 겁니다. 빈익빈부익부가 될 겁니다.”

중앙일간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A씨 회사 역시 아웃링크를 바라지 않았다.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네이버에서 기사를 사용하는 대가로 제공하는 전재료가 1년에 수십억원입니다. 급격히 변한 언론 환경에도 언론사가 그동안 홈페이지 개발이나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좀 덜 기울일 수 있었던 이유가 네이버 뉴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는 개발비를 아끼고 전재료를 받으면서 네이버에서 팔릴 만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데 만족해하고 있었죠. 만약 전면적으로 아웃링크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대단한 경쟁이 시작될 거고, 언론사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공식적으로 내놓는 반응은 이들의 말과 좀 다르다. 기자간담회 다음날 네이버의 개편안과 관련해 쏟아진 언론사의 사설은 하나같이 아웃링크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인링크 놔두면 안 된다” “무늬만 아웃링크 안 된다” “미적지근한 태도로는 안 된다”…. 언론사들의 속내와 목소리가 다른 이유에는 네이버의 성장 과정, 현재, 미래가 모두 얽혀 있다.

일단 네이버의 성장 과정부터 보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로 꼽혔던 것은 다음, 엠파스, 야후였다. 네이버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판도가 바뀐 것은 네이버가 2000년 인링크로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단순히 뉴스를 보기 쉽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요 뉴스, 분야별 뉴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공하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사용자들이 몰렸다. 딱히 지금 뉴스를 읽지 않더라도 뉴스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네이버를 메인 화면으로 삼는 사용자가 늘어났다.

이후 한국 온라인 환경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네이버가 뉴스와 검색 기능을 얼마나 잘 연동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언론은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기 위해 기사를 작성했다. 네이버에 나오는 뉴스가 아니면 제 아무리 영향력 있는 언론이라도 제대로 된 발언력을 얻기 힘들어졌다.

한국언론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의 77%가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본다고 밝혔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국가 36개국 중 가장 낮을 뿐더러 압도적으로 적은 수치다. 36개국 평균으로 보자면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본다는 사람은 30%에 그쳤다.

이렇게 왜곡된 시장에서 언론사들의 온라인 환경 적응기는 거듭된 실패를 낳았다. 중앙일간지 디지털 뉴스 부서에서 2년 넘게 일했던 C씨의 말이다.

“언론사 내부에서 디지털 뉴스 관련 부서는 ‘쉬기 위해서’ 혹은 ‘능력이 조금 부족해서’ 오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위에서는 이것저것 전략을 내어보라고 하지만 막상 전략을 내놓으면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죠. 야심차게 출범시킨 서비스는 곧바로 좌초합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무기력증에 빠져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언론사에서 ‘네이버 언론 권력’을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네이버 언론 권력’에 대해 하루이틀 공격받은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언론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2009년 ‘뉴스캐스트’라는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뉴스 서비스를 재편하기도 했다. 언론사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 뉴스캐스트는 그러나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밀려 구색만 갖춘 서비스가 돼버렸고 네이버 뉴스의 힘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결코 뉴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내놓은 개편안을 뜯어보면 허점이 많이 보인다. 아웃링크를 개별 언론사의 판단에 맡긴 것은 대표적이다. 애초에 개편안은 모바일 네이버를 두고 나온 것이다. PC에서는 네이버 뉴스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인공지능으로 뉴스를 추천하는 에어스 서비스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필터 버블(정보제공자가 필터링한 정보에만 접근하는 것)’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 포털사이트로서 살아남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와 구글의 태생적 차이

미국의 선도적인 IT 기업을 모아 FA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 네이버는 한국 시장에 한해 FANG의 모든 영향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네이버TV나 V앱 등으로는 동영상 시장 장악력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악력은 기술 개발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확보한 뒤 커뮤니티나 블로그, 광고를 통해서 지금의 네이버가 탄생했다.

물론 최근 들어 네이버가 인공지능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 IT 산업의 규모를 생각해봐도 한국의 인공지능 개발 수준은 세계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글은 이미 인공지능을 생활영역 곳곳에 적용할 정도로 완성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앞선 검색 기술을 통해 네이버의 점유율을 빼앗아가는 모양새고, 유튜브 등 다른 구글 서비스를 통해서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네이버로서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었을 수도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IT 전문 매체 기자는 “인터넷 언론 환경이 변화하고 플랫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던 시점에 마침 이와 같은 개편안을 내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성숙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겸허한 자세’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고 했지만 사실 발표 내용은 빠르건 늦건 공개될 내용이었다는 말이다.

문제는 네이버가 구글과 같은 기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에 대해 연구해온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뉴스를 포기하고 구글처럼 검색 기능만 극대화하게 됐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비전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사용자를 유인해왔던 것은 미세한 디자인의 차이, 사용 편리성 같은 부분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네이버가 그 사용자 편의성을 포기한다면 막강한 검색 엔진 능력을 자랑하는 구글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가 뉴스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기존 사용자들을 잃지 않을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네이버가 표면적으로는 단호하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말한다는 점이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네이버에 완전히 종속돼 있던 언론이 갑자기 네이버에서 풀려났을 때의 혼란을 생각해본다면 ‘유예 기간’을 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말로 뉴스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기술 기업으로서 거듭나려고 했다면 오히려 언론과의 충분한 합의 기간을 거쳐서 왜곡된 언론 환경을 바로잡는 시간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네이버와 언론사 간의 표면적 대립, 내부적 종속 관계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지난 4월 10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는 페이스북 정보 유출과 관련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이 청문회에서 화제를 모은 것 중 하나는 저커버그가 청문회를 대비해 예상 질문과 대답을 적어둔 노트였다. 페이스북을 해체할 것이냐는 강도 높은 질문이 들어올 때를 대비한 저커버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페이스북은 미국의 핵심 기술 기업이다. 페이스북 해체는 중국 기업을 강화시킨다.(US tech companies key asset for America. Break up strengthens Chinese companies.)”

지난해 10월 네이버 역시 국회의원 앞에 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그저 잘 알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우리는 1등 기업이 아니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창업주의 차이는 단지 기업과 정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세운 기업에 대한 자신감의 차이다.

네이버의 뉴스 개편안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

지난 5월 9일 네이버가 네이버 뉴스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200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네이버의 개편 방향이 다른 포털은 물론 언론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대(對)언론 담당인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포트 리더는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나서 기자들과 1시간 넘게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기자들이 내놓은 질문과 대답을 요약해봤다.

Q 정치권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충격적일 것 같다. 결정 배경이 무엇인가. 모바일 네이버와 달리 PC 네이버는 그대로 가나. 뉴스피드판(인공지능 추천 뉴스)의 경우 사람마다 다른 추천 기사가 보여지는 건지 궁금하다.

A 정치권이 아니라 저희가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3000만명이 동일한 뉴스를 보고 동일한 ‘실검(실시간 검색어)’을 봐온 것이 문제였다. 젊은 사용자들이 네이버에 왔을 때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다’는 불만을 말한다. 이번에 여러 가지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네이버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다시 한 번 새롭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모바일 메인에 집중할 것이다. 뉴스피드판은 기획 단계다. 지금도 AiRS(인공지능 추천 뉴스)는 이용자별로 다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Q 첫 화면을 검색 중심으로 만든다면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나. 구글처럼 검색창만 놓을 것인가.

A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구글처럼 검색창만 하나 있는 게 우리 사용자에게 맞는 방식인가 여러 가지 고민들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8년 전 네이버 모바일 메인을 처음 기획한 느낌으로 다시 한 번 고민하겠다.

Q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갔을 때 뉴스가 나온다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A 첫 화면에서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 흐름이 유저마다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네이버가 검색창 하단에 기본적으로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어서 유저들이 원하든 아니든 보게 됐는데 앞으로는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Q 뉴스 편집을 포기한다고 파격적으로 말했지만 인공지능 기술인 AiRS 편집(뉴스피드)도 결국 편집하는 것이다. 편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네이버 담당자가 기준도 없이 메인에 기사를 올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뉴스피드(인공지능 편집)는 보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단독으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각 언론사의 다양한 편집 내용에 보완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구글도 이런 식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네이버도 경쟁력 차원에서 해야 한다. 여러 가지 테스트가 필요한데 계속 연구할 것이고 알고리즘 검증 위원회를 준비해서 전부 다 공개할 생각이다.

Q 상당히 큰 변화가 될 것 같은데 이에 따라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전망해달라.

A 사실 가늠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렵다. 누군가 매일 네이버를 열어서 계속 해온 습관을 바꾸는 문제라서 어떻게 변화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원래 하던 사업과 관계가 없는 영역이나 이슈에서 떠나서 해야 할 사업, 기술 개발, 개발 인력 확보,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면 또 다른 길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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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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