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해체된 스웨덴의 남녀 4인조 보컬 그룹 아바의 노래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 무대는 그리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영화 ‘맘마미아!’(2008)의 속편이 나온다. ‘맘마미아! 2: 히어 위 고 어게인’.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영화 ‘맘마미아 2’의 한 장면.

한국에서는 8월 8일 개봉될 이 영화에서 임신한 주인공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할머니로 나오는 가수이자 배우 셰어와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우드의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머리에 짙은 화장을 한 셰어는 다소 수줍어하면서 조심스럽게 아름다운 비음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72세의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는데 셰어는 아직도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전 세계를 순회공연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후 필자가 항상 해오던 대로 주간조선 표지를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셰어는 얼굴을 찌푸렸다. 주간조선 표지의 트럼프 얼굴 때문이었다. 셰어는 “미안하지만 트럼프 얼굴이 있는 표지를 들고는 사진촬영을 못 하겠다”며 잡지 중간을 펼쳐 들고 사진을 찍었다.

- 메릴 스트립과 피어스 브로스넌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경험은 어땠는가. “코미디와 드라마가 함께 있는 뮤지컬에서 일해 보긴 처음인데 그 어느 영화보다 연기하기가 쉬웠다. 배우들이 전에 함께 연기한 덕분인지 모두들 아주 침착했다. 배우들 중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메릴 하나뿐이었다. 혼자서 외톨이 같은 느낌이 들어 신경이 쓰였지만 모두들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줬다. 감독 올 파커는 함께 일해 본 감독들 중 최고라고 해도 되겠다.”

- 할머니 역을 맡은 기분이 어땠는가. “난 손자들이 없지만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원한다. 할머니가 어머니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향수를 변기에 쏟아부었더니 할머니는 ‘거 참 우스운 짓이네’ 하면서 웃기만 했다. 이번 영화에선 내가 할머니 노릇을 제대로 못 해 손녀와 가족의 마음을 사려고 애써야 했다.”

- 아바가 당신과 당신의 작고한 남편이자 동반 가수였던 소니 보노(둘은 ‘소니 앤 셰어’라고 불렸다)에게 어떤 영향이라도 미쳤는지. “아바의 노래는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미국에서는 크게 히트하지 않았다. 아바의 노래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빅히트 곡들은 좋아한다. 그들의 노래에 반했던 것은 영화 ‘뮤리엘의 웨딩’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나서였다. 그런데 ‘맘마미아’ 속편에 나온 노래들은 다 기차게 멋있다.”

- 어떻게 해서 가수가 되었는가. “난 어머니의 격려로 가수가 됐다. 4살 때부터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난 난독증세가 있어 학교 공부가 신통치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넌 똑똑하니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격려해줬다. ‘넌 커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가수로 큰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남편 소니 때문이다. 소니를 만나고 나서는 어머니로부터 소니로 옮겨간 셈이다.”

- 과거를 돌아볼 때 후회하는 것이라도 있는가. “그걸 다 말하려면 시간이 모자란다. 실패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사람이 성공했을 땐 실패에 대해 생각을 안 하지만 일단 실패를 하고 나면 실패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하고 또 반추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이 보다 나아질 수가 있다고 본다.”

- 건강과 미의 비결은 무엇인가. “늘 운동하고 건강식을 즐긴다. 그리고 일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남부 출신이어서 채소 요리를 잘했는데 그로 인해 건강식을 즐기게 됐다. 난 특히 피부관리에 신경을 쓴다. 사람들은 피부를 보면 나이를 알 수가 있다. 난 약물을 한 적도 없다.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담배도 안 핀다. 담배 끊은 지 40년이 훨씬 지났다.”

- 나이를 먹으면서 삶이 더 간편해졌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이제 늙었구나’ 계속해서 생각한다. 그러면서 ‘왜 내가 일을 아직도 많이 하지?’ ‘왜 사람들은 내가 일을 이렇게 많이 하는 걸 원하지?’ 자문하곤 한다. 나도 삶이 지금보다 단순했으면 하고 바란다. 일 년 전에 휴가를 즐긴 이후 아직도 휴가를 못 갔다.”

- 당신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다면 누구의 삶이고 싶은가. “메릴이다. 그녀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그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삶의 균형을 완벽히 갖춘 사람이다. 메릴은 만사를 쉽게 생각한다. 내가 메릴에게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온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그만해. 오케이. 별 차이가 없는데 그래. 잊어버리고 그냥 내버려둬’라고 답을 보내왔다. ‘그러지’라고 생각은 했는데 실제는 그러지 못했다.”

- 지금의 노래하는 음성이 소니와 함께 노래했을 때와 다르다고 느끼는가. “뽐내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내 음성은 과거보다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내가 들어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큰 공연무대에서 리허설할 때가 가장 좋다. 난 서서 노래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음성이 내 몸 전체에서 강하게 울려나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리허설 때는 청중이 없기 때문에 노래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음대로 노래를 부를 수가 있다. 따라서 육체적·감정적으로 내 노래를 전신으로 느낄 수가 있다. 내 음성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언젠가 약해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 새 애인이라도 있는지. “얼마 전에 한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기자들 앞에서 애인 얘기 꺼냈다간 십중팔구 관계가 끊어지게 마련이고 눈물만 흘리게 된다. 경험에 의해 하는 말이다. 따라서 난 이제부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숨길 작정이다.”

- 아직도 명상을 즐기는가. “오래전에 네팔에 갔다가 명상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명상은 정말로 사람을 침착하게 만들어준다. 무언가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참으로 도움이 된다. 오래전엔 요가도 했다.”

- 두 아들의 근황은. “채즈는 배우다. 최근 TV시리즈에 나왔다. 일라이자는 음악인이다. 일라이자는 지금 무언가 큰 기획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밝힐 수는 없고 곧 알게 될 것이다.”

- 영화 출연을 빌미로 성적 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 “내가 28세 때 유명 제작자로부터 그런 짓을 당했다. 그때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었다. 그때 영화에 나오고 싶었는데 그 제작자가 인터뷰한다며 날 자기 집으로 불렀다. 그때 이미 가수로 유명했었는데도 그는 내게 그런 짓을 하려고 들었다. 그래서 몸이 아파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겠다고 핑계를 대고 돌아왔다. 구토가 나올 것같이 배가 아팠다.”

- 재미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운동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 또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도 취미다. 얼마 전에 ‘솔로’를 재미있게 봤는데 빅히트를 못 한 것이 이상하다. 난 그림도 그린다. 꼬마 때부터 서로 크는 것을 지켜본 친구들도 많은데 이젠 성숙해진 친구들과 베티 데이비스와 클라크 게이블 등이 나오는 옛 흑백영화를 보면서 즐긴다. 난 옛날 영화의 큰 팬이다.”

- 당신은 가수이자 배우이며 사업가이자 패션디자이너다. 또 제작자요 작곡가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가. “난 한꺼번에 여러 가지 기획을 하는 바람에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가장 재미있을 만한 일부터 고른다. 그러다 보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 하루의 일과는 어떤가. “어떤 날은 영화에 나오고 어떤 날은 노래를 취입하고 또 다른 날은 음반 선전차 세계를 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안 한다. 내 삶엔 특별한 계획이나 이유란 없다.”

- 삶에 있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어떤 때는 좋고 어떤 때는 머리를 쥐어뜯고플 만큼 괴롭다.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