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과 대만 관계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다. 타이베이(臺北)에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민진당(民進黨) 정권이 들어서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 아닌 ‘대만공화국(Republic of Taiwan)’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빠른 경제발전 40년 만에 경쟁자로 성장한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을 견제하기 위해 타이베이에 미 해병을 주둔시키겠다는 등 대만 활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월 6일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 과학자들이 대만해협 해저에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을 뚫는 계획을 긍정 평가하는 보고서를 중국공정원에 제출했다”고 커다랗게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원래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신문이었다. 그러나 중국 대륙 최대의 인터넷 재벌 마윈(馬云)이 사들이면서 베이징(北京) 권부를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에서 베이징 권부의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신문으로 변신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 때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을 당의 발표에 앞서 정확하게 보도함으로써 베이징 권부의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신문으로 국제사회에 재등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관계가 가장 얼어붙었을 때 대만해협 해저터널 건설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여기에는 베이징 지도자들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중국 대륙의 핑탄(平潭)섬과 대만섬 타이베이 근처의 신주(新竹)를 연결하는 135㎞의 해저에 터널을 뚫어 시속 250㎞로 달리는 고속철도를 까는 계획이 지난해 중국공정원에 제출됐다. 이 계획에 대해 일단의 중국 과학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최근 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135㎞의 해저터널이면 영국·프랑스 도버해협을 연결하는 총길이 37㎞ 해저터널의 4배 규모로 세계 최장이 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03년에 경제무역시험구로 지정된 핑탄과 대만의 첨단 테크노밸리인 신주를 연결할 이 해저터널은 두 군데의 지진 취약지역을 통과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깊이 200m의 해저를 연결하는 개념도까지 게재해서 중국 안팎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실 대만해협 동서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계획은 중국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국공내전이 종전되기 직전인 1940년대부터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1987년에는 장이청(張以誠), 장다취안(姜達權) 등 몇 명의 학자들 명의로 중국 정부에 보고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장강 중류 싼샤(三峽)에 댐을 건설한 다음에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라는 의견이 달려 당시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비준을 받았다고 중국어판 위키피디아는 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해저터널의 길이는 125~150㎞가 될 것이고, 이 해저터널의 연결로 베이징과 타이베이, 중국 남부 쿤밍(昆明)과 타이베이를 연결하는 2개 노선의 고속철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고 한다.

1997년에는 다시 칭화(淸華)대학의 우즈밍(吳之明)이라는 교수가 대만해협 해저터널을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고, 1998년에는 대만 건너편의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대만해협 해저터널의 건설 가능성을 따져보는 학술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다.

샤먼의 학술세미나에는 대륙과 대만, 미국 학자들이 참가해서 공정의 성공 가능성과 일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켰다. 이런 세미나는 2008년까지 미국과 싱가포르 등지로 장소를 옮겨가며 모두 6차례 개최됐다.

5년 전인 2013년 6월에는 중국의 ‘국가도로망 건설계획 2013~2030’에 122㎞의 대만해협 해저터널 건설계획이 공식적으로 포함됐고, 2016년 5월에 작성된 중국 국무원의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에는 베이징과 타이베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계획이 상정됐다. 이들 계획들은 대부분 해저터널 준공연도를 2030년으로 잡았다.

중국은 대역사의 나라다. 만리장성은 물론 베이징과 항저우(杭州)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실현시킨 전통을 이어받아 쑨원이 꿈처럼 제시한 세계 최대의 싼샤댐 건설도 성공시켰다. 황허(黃河)의 모자라는 수원을 보충하기 위해 남수북조(南水北調)라는 세계 최대급 토목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중국공산당이다. 중국공산당의 추진력으로 보면 대만해협 해저터널 건설 가능성을 낮게만 볼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중국공산당과 40년 넘는 내전을 벌인 국민당이 만들어놓은 대만 정부다. 더구나 그런 국민당마저 부인하는 민진당이 집권하고 있는 대만과 마주 앉아야 한다.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가능성이 너무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베이징 정권을 지지해온 마윈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대만해협 건설 계획을 다시 들고나온 것은 왜일까. 이는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가능하다. 쑨원이 청나라가 무너진 혼란기에 세계 최대의 싼샤댐 건설계획을 중국 인민들에게 제시한 것은 중국인들의 통합을 촉구하는 일종의 정치 메시지였다. 또 중국공산당이 쑨원의 싼샤댐 건설계획을 실현시킨 것도 중국공산당이 리드하는 중국 정치에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었다. 정치적 의미가 경제적 의미에 더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대만해협에 구축함 2척을 파견해서 대만해협이 공해임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 타이베이에 있는 사실상의 미국대사관인 아메리카인스티튜트에 해병대를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하와이의 태평양 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또 호주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원거리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을 싱가포르로 오게 해서 북·미 회담을 개최한 데에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힘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마윈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대만해협 해저터널 계획을 다시 공론화시키는 의도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전 세계 화교사회를 겨냥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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