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2 상상도
천리안2 상상도

폭염과 태풍, 국지성 폭우 등 기상이변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기후변화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예측해야 하는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태풍 솔릭이 발생했을 때는 예상 진로를 놓고 다소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한반도의 기상 상황을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이 곧 발사될 예정이다. 오는 12월 우주로 향할 천리안 2A호가 그것. 천리안 2A호는 한반도의 기상예보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국내 첫 ‘정지궤도 복합위성’

우리나라는 2010년 6월 27일, 세계 최초로 기상·통신·해양의 세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복합위성 ‘천리안(1호)’을 정지궤도에 발사하면서 ‘정지궤도 복합위성’ 시대를 열었다. 발사 이후 천리안은 매일 170장의 기상 영상과 8장의 해양 영상을 촬영해 지상으로 전송했다. 이를 통해 일기예보의 정확성 향상과 한반도 연안의 기후변화 등 해양 감시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설계수명 7년을 넘겨 임무를 승계할 때가 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기상청은 그동안 ‘천리안 1호’를 대체할 천리안 위성 2기(2A·2B)를 공동 개발해왔다. 국내 33개 기업을 비롯해 경희대학교가 여기에 참여했다. 천리안 1호가 기상과 해양을 동시에 관측했다면 2A호는 기상 관측만 할 수 있고, 2B호는 해양과 환경 감시가 주된 역할이다. 2020년까지 연장 운영이 결정된 천리안 1호는 2호가 궤도에 오르면 2호를 보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천리안2 부품을 시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천리안2 부품을 시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막바지 세부 점검이 끝나면 천리안 2A호가 먼저 발사된다. 10월경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우주센터로 위성을 옮기고, 올해 11월 30일부터 12월 3일 사이 프랑스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쏘아질 예정이다. 2A호의 목적지는 1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도와 일치하는 동경 128.2도, 고도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다.

정지궤도는 독특하게 지구의 자전주기와 지구를 1회전하는 정지궤도 위성의 공전주기가 같다. 인공위성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으려고 초속 약 3㎞라는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궤도를 도는데, 주기가 같다 보니 지구에서 볼 때 항상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리안 2A·2B호는 이곳에서 24시간 한반도를 관찰하며 10년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지궤도는 기상과 해양 관측에 더없이 좋은 궤도다. 급격하게 변하는 기후를 관찰하고 예측하려면 24시간 연속적으로 같은 지역의 구름 이동이나 기상 상태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자리 잡을 공간이 부족한 이 정지궤도를 놓고 위성전파 영역이 겹치는 주변국들과 간혹 영토 분쟁을 벌인다.

천리안 2호의 크기는 3.0×2.4×4.6m, 무게는 3.5t(1호는 2.5t). 요즘 인공위성은 소형화되는 추세지만 예외적으로 정지궤도 위성은 대형화되고 있다. 바로 정지궤도의 희소성이 그 이유다. 현재 정지궤도에서 활동 중인 위성은 겨우 250여대. 국가별로 할당받은 위성 개수가 정해져 있으니 차라리 몸집을 크게 해 개별 위성의 성능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각국의 계산이다. 천리안 2A·2B호는 두 대로 나눠서 천리안 1호의 임무를 분담하므로 7t짜리 위성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천리안 2A호의 국내 순수 기술은 90%에 가깝다. 위성의 눈 역할을 하는 일부 기상탑재체만 해외 업체로부터 수입했을 뿐이다. 기상탑재체는 지구반면(지구의 한쪽 면)과 북반구, 남반구의 일부 지역,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한반도 부근의 기상을 연속적으로 관측한다. 따라서 천리안 위성이 보내는 기상 영상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한 32개국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다.

한편 천리안 2B호는 내년 하반기쯤 발사될 예정이다. 천리안 2A와 2B호는 상단에 부착한 관측용 탑재체를 제외하면 똑같은 위성체다. 초분광영상기를 장착하는 환경탑재체는 미세먼지와 오존, 이산화탄소 등 1000여종의 유해물질과 해양 환경을 1일 8회에 걸쳐 관측한다. 또 해양탑재체는 관측 채널이 13개이고, 공간 해상도가 250m로 천리안 1호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적조나 녹조 발생 상황을 파악하는 등 해양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천리안 2A와 2B호는 같은 위치에서 쌍으로 운용된다.

한반도 손금 보듯, 태풍 예보 정확도 높여

천리안 2A호의 특징은 1호보다 관측 성능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관측 채널(빛의 영역)이 5채널인 1호(가시광선1, 적외선4)에 비해 16채널(가시광선4, 근적외선2, 적외선10)로 늘었다. 1호가 빛을 5개로 쪼개 살폈다면 2A호는 16개로 나눠 관측한다는 의미다. 이런 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2014년 발사)과 미국(2016년 발사)뿐이다.

덕분에 천리안 2A호는 컬러 영상까지 가능해졌다. 가시광선 채널이 1개인 천리안 1호는 흑백 영상 촬영만 가능해 구름과 화재 연기, 황사, 화산재 등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16채널의 선명한 컬러 영상에서는 각종 물질을 종류별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구름이 갑자기 두꺼워지면서 발생하는 국지성 호우는 물론 기존에는 관측할 수 없었던 뇌우(번개)까지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

공간 해상도도 천리안 1호보다 4배나 좋아졌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0.5×0.5㎞의 해상도로, 적외선에서는 2×2㎞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지표면 위 500m 간격에 놓인 두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측 주기도 크게 짧아졌다. 천리안 1호 기상탑재체의 지구 관측 시간이 30분이었던 것에 비해 천리안 2호는 10분. 태풍 관측의 경우도 기존 15분에서 2분 주기로 크게 짧아졌다. 관측할 수 있는 기상정보 종류도 늘었다. 천리안 1호가 강수·강우량 등 16가지 정보를 생성했다면 2A호는 그 3배가 넘는 52가지 데이터를 산출한다. 관측 데이터 지상 전송 속도 역시 18배 빨라졌다. 이런 기능들을 통해 천리안 2A호는 촬영 3분 후 바로 영상을 배포할 수 있다. 15분 뒤에나 기상 예보가 가능했던 1호에 비하면 5배나 더 신속한 편이다.

또 천리안 2A호는 우주 기상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 따라서 태양이 발산하는 태양복사, 고에너지입자까지 측정해 해당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1호보다 더 자주, 더 자세히, 더 많은 것을 관측하도록 기능이 향상된 위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천리안 2A호는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한반도의 기상 예보 능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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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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