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신저 앱 라인(LINE)이 암호화폐 링크(LINK)를 발행했다. 지난 8월 31일 링크 발행을 발표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10월 16일부터 라인이 운영하는 거래소 비트박스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올해 7월 문을 연 비트박스는 링크 거래 시작과 함께 거래량이 세계 5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10월 31일 코인마켓캡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굴지의 기업 네이버가 코인 판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링크는 화제가 됐다. 라인 같은 대기업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내 라인 사용자는 7600만명에 이른다. 숫자만 놓고 보면 2018년 일본 인구의 약 60%가 사용하는 셈이다. 일본 내 메신저 앱 가운데 85%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단일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과 토큰, 거래소, 분산응용프로그램(dApss·댑)을 모두 출시하는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자금조달 목적의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지 않고 라인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지급되는 ‘유저 보상’ 개념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라인은 링크 공개와 함께 독자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링크체인(LINK Chain)’을 활용한 5가지 댑을 공개했는데, 사용자는 댑에 참여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링크 및 링크포인트를 획득한다. 현금으로 링크를 살 수는 없으며,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와 교환은 가능하다. 라인 생태계 안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뉴욕의 라인 홍보 행사. ⓒphoto techcrunch.com
미국 뉴욕의 라인 홍보 행사. ⓒphoto techcrunch.com

링크는 라인 확산의 첨병?

라인이 야심 차게 내놓은 링크는 네이버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크의 성패 여부가 라인의 해외 진출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1년 네이버톡을 출시했다. 2010년 출범한 카카오톡에 대응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였다. 하지만 네이버톡은 카카오톡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네이버톡’은 ‘라인’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라인 회장이 사업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의 메신저 사용 환경을 십분 반영한 결과,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로 안착했다.

라인은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다. 링크는 라인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암호화폐다. 때문에 라인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도 링크가 유통될 수 있다. 라인에 앞서 링크가 침투한다면 링크를 활용한 라인의 진출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링크가 라인 확산의 첨병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는 이유다.

이미 라인은 세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전체 사용자 수 약 5억명 이상, 월 사용자 2억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메신저 앱 중 아시아에선 위챗에 이어 2위, 전 세계적으론 위챗, 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에 이어 10위권 안의 성적을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네이버 내부에선 라인의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을 포함한 모바일 메신저 산업이 더 이상 사용자 유입이 어려운 과도기적인 단계에 봉착하면서다. 기존 사용자들의 서비스 내 지출도 증가세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IT 업계는 네이버의 링크 발행과 이를 둘러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의 도입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링크 생태계 안에서 상인들이 모바일 광고에 참여하고, 사용자들은 광고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찾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상까지 받는다면, 라인 서비스가 마주한 과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CEO는 라인이 구축한 토큰 이코노미를 ‘생산’과 ‘보상’으로 요약했다. 그는 “사용자는 콘텐츠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에서 콘텐츠 생산자이기도 하다. 서비스 운영에 공헌한 사용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많지 않았다. 사용자와 서비스가 윈윈해 성장하고 열매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링크체인 분산응용프로그램 5가지

사용자는 라인이 제공하는 분산응용프로그램(댑)에 리뷰 등을 남겨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고, 그 정도에 따라 링크체인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링크 및 링크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Wizball

Wizball에서 사용자는 질문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질문과 답변을 평가하는 사람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참여한 사용자는 링크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을 평가하고 적절한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전문적인 답변을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게 Wizball의 목적이다. 전문가 150명 이상이 IT와 의료, 건강 부문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CAST

4CAST는 라인 측이 출제하는 질문에 사용자들이 투표(혹은 예상 답변)하고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 보상하는 방식의 서비스다. 예를 들어 ‘올해 MLB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라인이 던지면 여기에 답하는 서비스다.

Pasha

Pasha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상품 리뷰 서비스다. 알고 싶은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올리는 것만으로 제품을 인식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자가 게시한 리뷰를 찾아볼 수 있다. 리뷰를 게시하거나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지 않은 상품을 등록하면 사용자는 링크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TAPAS

TAPAS는 상품 대신 음식점을 평가한다. 가게에서 실제로 식사한 영수증을 스마트폰 카메라가 읽으면 상호명이나 메뉴, 가격 등을 인식해 리뷰난에 자동 입력한다. 직접 방문해 먹지 않은 사람은 참여할 수 없다.

STEP

STEP은 여행 혹은 레저를 목적으로 방문한 장소의 사진을 위치 정보, 태그와 함께 게시하는 소셜미디어다. 자신의 게시물을 ‘BOOK’이라는 단위로 묶어 타인에게 공개할 수 있다. 게시물 조회수가 증가할수록 얻게 되는 링크포인트도 많아진다.

키워드

#IT
김경민 코인와이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