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미 ‘어벤저’ 스텔스 무인공격기.
일본이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미 ‘어벤저’ 스텔스 무인공격기.

지난 5월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이키(壹岐)섬에선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ASI(GA-ASI)사의 무인기 MQ-9 ‘가디언’ 시험비행이 3주간 이뤄졌다.

가디언은 미군이 이라크·아프간전에서 활약한 무인기 ‘프레데터’를 해양감시용 등 민간용(상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이 시험비행엔 이키시와 국토교통성, 방위성 등이 참가해 해양조사, 선박식별 등의 성능을 점검했다.

이들 기관은 가디언에 탑재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나 레이더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기상·재해·해양조사 지원 및 섬에서 발생하는 조난자 탐색 시험도 실시했다. 일본 무인기 도입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이 당시 시험에 만족해 했으며 해상자위대와 보안청 등이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길이 20m로, 13.5㎞ 고도에서 시속 44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최대 비행시간은 23~29시간에 달한다. 해상조난, 불법조업 어선 감시 외에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 재난 감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중·일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 등에 대한 감시 외에, 대북 제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해상 선박 간 불법 유류·화물 환적 감시에도 이 무인기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도 필요하면 무장을 장착할 수 있지만 평소엔 정찰감시용으로만 활용된다. 하지만 일본은 이와 별개로 가디언보다 훨씬 공격적인 스텔스 무인공격기 도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일본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1월 일본 정부가 미국산 무인공격기 프레데터C ‘어벤저’를 해상자위대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주변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군 함정, 북한이 공해상에서 석유 정제품 등을 옮겨 싣는 환적 등에 대한 경계감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어벤저’는 해상감시용이 아니라 지상공격용이며 일본 해상자위대가 아닌 항공자위대에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본은 최신형 스텔스 무인공격기인 ‘어벤저’ 20여대를 오는 2023년쯤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벤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정찰감시가 목적이 아니라 은밀한 공격을 주목적으로 하는 본격 무인공격기라는 점이다. 가디언과 마찬가지로 미 제너럴 아토믹스 ASI가 개발했다. 각종 미사일과 합동직격탄(JDAM) 등 정밀유도폭탄을 기존 무인공격기에 비해 2배가량 장착할 수 있다. 특히 내부 무장창에도 1.5t의 폭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은밀히 침투해 들어가 정밀타격할 수 있다.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무인기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우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GPS로 유도돼 20여㎞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합동직격탄(JDAM) 외에도 SDB 소형 정밀유도폭탄, 레이저 유도폭탄, 이라크·아프간전에서 알카에다·탈레반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 활용된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한다. 길이 20m로, 15㎞ 고도에서 18~20시간 체공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740㎞에 달한다.

어벤저는 특히 유사시 북한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대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고, 적 수뇌부 제거작전 등에도 은밀히 활용될 수 있어 위협적이다. SDB 폭탄 등은 이동하는 목표물도 정밀타격할 수 있다. 일본이 이런 스텔스 무인공격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어벤저 무인공격기 도입 추진이 지난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계획 발표와 함께 ‘전수방위’ 원칙(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범위는 최소한으로 함)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서 지난 5월 시험비행한 미 ‘가디언’ 해상감시 무인기.
일본서 지난 5월 시험비행한 미 ‘가디언’ 해상감시 무인기.

지난해 12월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F-35스텔스 전투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도입을 추진한다는 발표도 했다. 일본이 도입할 예정인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500㎞로 노르웨이 업체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조인트 스트라이크 미사일(JSM)과, 록히트마틴이 만든 사거리 900㎞가량의 재즘-ER,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 등이다. 항공자위대가 동해 공해상에서 F-35를 이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 내륙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전수방위 원칙 위반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이 도입을 추진 중인 가디언과 어벤저는 모두 세계 중고도 무인기 시장의 절대강자인 미 제너럴 아토믹스 ASI사 제품이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는 이라크전, 아프간전에서 명성을 날린 프레데터, 리퍼 등 무인기 제작업체로 유명해졌다. 1992년 설립된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26년간 전 세계에 판매된 이 회사 무인기는 851대에 달한다. 세계 중고도 군용무인기 시장에서 이 회사 제품의 점유율은 75~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부터 군산 미 공군기지에 배치되고 있는 주한미군용 ‘그레이 이글’(MQ-1C) 무인 정찰 및 공격기도 제너럴 아토믹스 ASI 제품이다.

일본은 이밖에 미국제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RQ-4) 3대를 오는 2021년부터 도입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호크는 우리 군도 내년부터 4대를 도입하는 일종의 전략 정찰기다.

일본은 독자 무인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은 비행기처럼 생긴 TACOM 무인정찰기는 1995년 이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돼 개발됐다. F-15J/DJ 등에 장착돼 발사되는 이 무인정찰기는 길이 5.2m, 폭 2.5m, 높이 1.6m로 정찰용 무인기 중 중대형 크기다.

이 같은 일본의 무인기 전력 강화 움직임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함께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감시·타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지난 11월 초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서 스텔스 무인전투기인 ‘자이홍 7(CH 7)’ 실물크기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각종 무인기 개발 및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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