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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과학
[2537호] 2018.12.17

도로 위 데이터를 노린다

카카오가 카풀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

김회권  코인와이즈 기자 

▲ 카카오 카풀 택시 앱을 실행하고 있는 모습 .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을 하려고 한다.”
   
   한 통의 전화가 서울 영등포경찰소로 걸려오자 경찰은 국회 일대 검문에 나섰다. 그러다 조용히 움직이는 택시 한 대를 발견해 검문을 시도했다. 택시는 경찰을 피해 국회 앞을 지나 500m쯤 달렸다. 사거리 신호에 멈춰선 차는 이내 연기에 휩싸였다. 택시기사는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택시회사 소속 기사인 최모(57)씨의 분신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진출하려는 카풀 산업에 반대하며 생긴 비극이었다. 카풀 서비스가 도입을 시도할 때마다 택시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의 반대는 처음이 아니었다. 2013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도 그랬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는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하자 우버는 철수했다. 한국판 우버라고 불리던 다른 서비스들도 그랬다. ‘차차크리에이션’은 유사 택시영업이라는 판정을 받아 홍역을 치렀고 대표 격인 ‘풀러스’는 고전하다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직원 70%를 해고했다. 카풀, 이른바 승차공유 서비스는 규제와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깨지길 반복했다.
   
   계속 등장하는 승차공유 도전자 중 카카오 모빌리티는 ‘끝판왕’에 가깝다. 10월 16일 카카오 카풀 크루(카풀 드라이버) 모집을 시작한 뒤 승인받은 운전자는 무려 6만여명에 달했다. 크루를 모집하는 순간부터 택시업계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카카오를 박살내자”는 섬뜩한 구호가 지난 10월 18일 광화문 반대 집회에서 울려퍼졌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카카오 카풀의 구조는 이렇다. 운전자는 출퇴근 시간 하루 2번으로 이용을 제한당하지만 사용자는 제한이 없다. 카카오 T를 실행해 ‘카풀’ 탭을 선택한 뒤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하면 크루에게 호출 정보가 전달된다. 크루가 수락하면 승차공유가 마무리된다. 결제도 미리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가장 중요한 건 요금이다. 기본료는 2㎞당 3000원으로 주행 시간과 거리에 따라 요금이 더해지는데 같은 조건을 주행할 때 택시와 비교해 70~80% 수준으로 책정됐다. 플랫폼 사업자는 여기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는다. 택시업계가 당장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조건이기에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고 극단적으로 표현됐다.
   
   
   카풀의 노림수는 데이터 플랫폼
   
분신 사건에도 카카오는 지난 12월 7일부터 시작한 베타테스트를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12월 13일 카카오 모빌리티의 입장문을 통해 “택시기사님들은 물론 이용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카풀 사업에서 철수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은 반드시 성사시키려고 한다. 기존 산업이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며 사방에서 압박을 가해도 카카오는 왜 물러나지 않을까.
   
   카카오 카풀이 시도하는 승차공유는 모빌리티 산업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이동성을 산업의 수단으로 삼는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막상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만 승객과 차량을 연결하는 IT 기술을 내세울 뿐이다. A에서 B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A에서 B로 이동할 사람이 있다면 둘을 매칭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정의 내리면 카카오 모빌리티라는 기업은 단순히 차량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얻어 유지하는 기업으로 인식하기 쉽다.
   
   이동의 방식을 새롭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닮았다. 기존에 없었던, 혹은 불가능했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미 상당히 진화한 우버의 행보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곧 주식공개상장(IPO)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예정이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자동차를 한 대도 갖지 않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폴크스바겐, GM, 닛산 등 전 세계 도로 위를 잠식한 완성차 업체들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기업가치가 약 200억달러 정도니 우버가 6배나 높다.
   
   
   ‘우버 무브먼트’의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들
   
   우버의 가치가 너무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시장은 우버가 축적한 데이터에 높은 점수를 준다. 도로를 달리면서 겹겹이 얻은 데이터를 우버는 기업활동에 어떻게 활용하려고 할까. 일단 자사의 경영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우버가 내놓은 ‘라이드 패스(Ride Pass)’는 우버 이용금액을 가장 낮은 금액으로 유지해주는 월정액 서비스다.
   
   10월 30일 발표한 새로운 요금제는 월 14.99달러(약 1만7000원)를 내면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도 우버 요금을 낮은 가격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우버는 수요가 급증하는 악천후나 혼잡한 시간대에 운임이 상승한다. 우버 적극 사용자라면 한 달 평균 약 1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제다. 축적된 요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계산이다.
   
   이런 일도 가능하다. 우버가 새롭게 오픈한 ‘우버 무브먼트(Uber Movement)’라는 사이트에는 그동안 우버가 서비스해온 지역의 교통흐름을 점수화한 데이터가 총망라돼 있다. 개인의 정보가 쌓이면서 도시 전체의 교통량을 파악하게 된 우버는 도시의 교통에 관해 통찰력 갖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연구 집단이나 행정 당국 등에 제공하겠다는 게 우버 무브먼트의 목표다.
   
   데이터는 요일이나 시간을 지정해 특정 지점 혹은 특정 범위의 우버 데이터를 불러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계열 차트로 받는 것도 가능하다. 활용하기 쉽도록 로데이터(raw data)도 받을 수 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우버는 앱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정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이 도시 계획을 세울 때 현실 문제에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런 상태에서 대중교통 노선을 정하거나 도시 개발 계획을 결정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는 참고자료로 우버의 데이터를 쓰라는 뜻이다.
   
   자신들의 데이터를 일부라도 제공하는 것은 우버의 장기적인 구상과 맞닿아 있다. 우버가 제공하는 도시 관련 정보는 거꾸로 우버의 사업에도 중요하게 작동한다. 우버 자체가 도시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버의 데이터가 도시의 교통 인프라 발전에 쓰이는 건 장기적으로 우버 사용자의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디지털재단과 ‘데이터 기반, 서울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교통 수요 및 공급, 대중교통, 주차 등 서울시의 여러 교통 문제를 총 3년에 걸쳐 양측에서 공동 연구한다. 카카오 T 택시, 카카오 T 대리, 카카오 내비게이션 등으로 축적한 방대한 양의 모빌리티 데이터가 바탕이 된다.
   
   
▲ 우버가 자체 수집 데이터를 통해 공개한 미국 신시내티시의 헬스푸드 레스토랑. photo 우버 무브먼트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가 알려준 변화들
   
   이렇게 축적한 지리적 정보를 사적으로도 활용한다면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이동이 많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 의외로 차량이동이 많다면? 이런 장소를 발견하는 건 부동산 업계에 솔깃할 법한 이야기다.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얻는 지리정보 데이터는 스스로의 사업 다각화에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런 데이터를 패키징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택시와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이동 서비스와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카카오는 이미 이를 변주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다. 카카오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분석해 알려주는 영화관, 백화점, 대형마트의 요일, 시간대별 혼잡도가 대표적이다. 이를 활용한다면 주말 동선을 짜는 데 용이하다. 영화관이 가장 붐비는 시간을 파악해 다른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고 마트가 가장 한가할 때를 찾아 쇼핑을 할 수 있다.
   
   올해 10월 15일 펴낸 ‘2018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후인 올해 7~8월 호출 정보를 작년과 비교한 리포트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호출은 118%, 박물관은 101%, 미술관은 234%, 전시관은 167% 증가했고, 체육관(138%), 헬스클럽(159%), 골프장(90%), 테니스장(159%) 등도 늘었다. 반면 대기업 밀집지역의 심야택시 승차 점유율은 낮아졌다. 이처럼 모빌리티 데이터가 읽어낼 수 있는 함의는 많다.
   
   빅데이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는 그의 책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인간의 선택과 선호도 등 인간 행동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와 딥러닝(deep learning)은 잘못된 판단을 줄여주고 개인별 선호도에 맞춰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동력으로 삼아 시장을 재가동하면 경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버가 이미 이에 적합한 사례가 됐다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앞으로 그 길을 밟아가려고 하는 단계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빌리티 사업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크루의 자동차가 도로 위 정보를 서버에 더 많이 보낼수록 카카오의 경쟁력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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