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앱 화면.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앱 화면.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국내 최대 업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 여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막강한 자본력과 각종 플랫폼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이른바 ‘네이버뱅크’ 등장과 동시에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네이버 역시 이를 우려해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이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기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1~2곳을 신규인가하겠다고 밝혔다.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이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 비중이 50%가 넘으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과 관련 시행령이 1월 17일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월 23일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 설명회를 열고 3월 중으로 예비인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네이버는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와 관련해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최인혁 네이버 비즈니스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25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으로 ICT 기업에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춰서 네이버페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이용자와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ICT 기업인 네이버의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가 이미 일본, 대만,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인터넷은행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2018년 1월 일본에서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했고 6월에는 노무라홀딩스와 합작법인 형태로 라인증권을 설립했다. 이어 9월에 라인파이낸셜에 대한 2476억원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태국에서는 자회사 ‘라인파이낸셜 아시아’를 통해 태국의 카시콘은행과 합작사 ‘카시콘라인’을 설립하고 합작법인을 통해 인터넷 기반의 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라인은 올해도 대만에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를 설립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일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금융 사업은 앞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인은 2019년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일본 2위 은행인 미즈호은행, 대만의 후방은행, 태국의 카시콘은행,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과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며 “글로벌 이용자 1억6500만명을 가진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약 4000만명이 이용 중인 라인페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이 결합되면서 핀테크 사업의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메신저 라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에서는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에 관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할 수 있는 ICT 기업은 네이버 외에 많지 않다. 국내 시중은행의 구애가 예상되고 네이버도 이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국내 금융사업은 아직 네이버 측이 공식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한 적은 없으나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 인수 여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 선언 여부 등은 네이버 측의 공식적 입장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제3 후보들도 잇단 도전장 예고

네이버 외에도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후보들은 여럿 있다. 6년 전 네이버에서 계열분리한 NHN엔터테인먼트와 2015년 아이뱅크 컨소시엄의 주축이었던 인터파크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인터넷은행 차기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로서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페이(PAY) 서비스와 쇼핑 플랫폼 등을 활용해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면 등장과 동시에 카카오뱅크와의 2파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은 신용평가시스템(CSS)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가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금융 정보를 통해 신용평가를 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전 세계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이들에 관한 정보가 다양해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 활용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시스템의 고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금리대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여건은 오히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보다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네이버뱅크가 등장하면 바로 인터넷은행 가운데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의 2파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일본 등 해외에서는 유통과 은행이 결합해 성공한 케이스가 주목을 끌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등 지급결제 시장의 강자라는 점과 함께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리테일점들을 활용해 인터넷은행으로서 다양한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과열 속 제3·4 인터넷뱅크 추진 이유

지금까지의 실적으로만 보면 국내 인터넷은행의 성적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신규사업자의 등장으로 또다시 무리한 출혈경쟁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적자 구조 속에서도 올해 ATM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확대·연장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GS25 우리은행 ATM기기에서만 적용하던 수수료 면제 정책을 모든 ATM기기로 확대했고, 카카오뱅크 역시 수수료 면제를 오는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두 업체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은 케이뱅크 580억원, 카카오뱅크 159억원으로 이전 분기(케이뱅크 390억원, 카카오뱅크 110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수료순손실(수수료 수익-수수료 비용)은 케이뱅크가 68억원, 카카오뱅크가 442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시장이 과열된 상황 속에서 제3, 4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앞으로 은행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서지용 교수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는 생각보다 실적이 좋지 않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금리대출을 늘리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 바로 인터넷은행인데 이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인터넷은행의 수적 증가로 기존 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같이 뛰어들어 경쟁을 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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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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