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애니스턴은 자신이 나오는 화장품 광고 속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다. 태양에 약간 탄 듯한 갈색 피부와 새파란 눈동자, 그리고 참빗으로 빗은 듯 결이 고운 갈색 생머리에 날씬한 몸매를 지닌 팔등신 미녀다. 50세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인다.

애니스턴은 최근 영화 ‘덤플링’에서 미녀대회에 출전하는 뚱보 10대 딸의 어머니로 나왔다. 영화에서 그녀의 딸은 왕년에 미녀대회에서 우승한 어머니의 오만한 태도와 괄시에 반발해 미녀대회에 출전한다. 애니스턴과의 인터뷰가 최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애니스턴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미소와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 사람들이 미녀대회에 나온 경쟁자들을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처럼 당신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사람들이 제멋대로 판단하는 경험을 가졌을 텐데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피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내 외모에 대해 하는 얘기는 진짜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내가 대변하는 것과도 별로 상관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미리 가지고 있는 견해로 타인을 평가하는 미녀대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덤플링’이라는 영화는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 당신과 미(美)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사람들이 나를 미의 우상이라고 불렀을 때 터무니없다는 생각에 혀를 찼다. 나는 미의 상징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또 그렇게 성장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는 것이다. 나도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끔찍하게 생각한 적이 더러 있다. 그런 것은 다 삶의 한 과정이라고 본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보다 강해지게 마련이다. 나의 미에 대한 견해란 ‘무엇이 너를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 그럼 무엇이 당신을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는가. “주위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삶이다. 머리가 곱게 빗어진 날도 그중에 속한다.”

-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TV시리즈 ‘프렌즈’가 영화로도 만들어질 계획이 있는가. 시리즈가 TV에서 재방영될 때 보는가. “재방영되면 반드시 본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에피소드의 내용을 잊어버린 것이 많다. 그래서 재방영될 때 보고 나서야 그 내용을 새삼 알게 되곤 한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우린 모두 멋있는 경험을 했다. 어쩌다 우리가 그 프로그램을 함께 볼 때가 있으면 모두들 기쁨에 젖곤 한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기꺼이 출연할 것이다.”

-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 나이에 그림책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한다고 해서 날 불행한 여자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전혀 진실이 아니다.”

- 유명하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유명하게 되면 부정적인 것이 따르게 마련인데 난 그것이 싫다. 유명이니 어쩌니 하면서 사람들이 날 판단하는 것이 싫다. 난 내가 하는 일로 판단받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연예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내밀지 않고 마구 판단할 수 있는 인터넷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경향이 암세포처럼 증식하고 있다.”

- 요즘 정열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곧 리즈 위더스푼과 공연할 TV 시리즈다. 그리고 영화와 인생이다.”

- 개를 키우는가. “세 마리 있다. 고양이는 알레르기 때문에 못 키운다.”

- 무슨 TV 프로를 보는가. “뉴스와 기록영화를 본다. TV는 주로 주방 테이블에 앉아 이메일로 답신을 보내면서 본다. 내 옆에는 늘 개들이 앉아 있다.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면 거실의 카우치에 함께 앉아 큰 TV로 아무 생각 안 하고 시간 때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본다.”

- 아침에 누가 당신을 깨우나. “내 개들이다. 아침 6시에 깨워 좀 이르긴 하지만 괜찮다.”

영화 ‘덤플링’에서 뚱뚱한 소녀의 미녀 엄마로 출연한 제니퍼 애니스턴.
영화 ‘덤플링’에서 뚱뚱한 소녀의 미녀 엄마로 출연한 제니퍼 애니스턴.

- 영화에서 당신의 딸 로지는 어머니의 관심을 사려고 애쓰는데 당신도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가. “로지와 나와의 관계는 실제로 나와 내 어머니와의 관계를 많이 닮았다. 그것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내 어머니는 과거 모델이어서 자신과 내 외모에 대해 유별나게 신경을 썼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 어머니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갈망했었다.”

- 그런 경험을 어떻게 견뎌냈는가. “견뎌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심리상담을 많이 받아야 했지만 결국 극복해냈다.”

- 어릴 때 미녀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가. “없다.”

- 미녀대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해선 안 될 일이다.”

- ‘미투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뒤늦은 감이 있다. 이젠 그 운동이 재규합돼 새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미투운동은 오랫동안 내면에 잠복해 있던 문제점들을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여자들이 물건 취급당하거나, 권력과 지위가 있는 남자들로부터 당해야 했던 경험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린 할 일이 많다.”

- 보석 장신구를 즐겨하는가. “별로 그렇지 않다.”

- 최근 당신을 깊이 감동시킨 예술매체는 무엇인가. “나의 동료 배우인 빌리 크루덥이 나온 연극 ‘해리 클락’을 뉴욕에서 봤다. 그는 80분 동안 혼자서 18명의 다른 사람 역을 했는데 내가 본 배우의 연기 중 그 어느 것보다도 감동적이었다.”

- 음악이 당신의 연기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내 연기를 촉발시키는 데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연기와 늘 연계되어 있다. 음악은 또 내가 하는 신체단련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최근 살인 미스터리 코미디인 ‘모던 미스터리’를 이탈리아에서 찍었는데 이탈리아의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이탈리아는 어디고 너무나 아름다워 딱 하나를 고르기가 불가능하다.”

- 언제부터 배우가 되려고 생각했는가. “어린아이 때부터의 꿈을 이루고 그것을 계속해나갈 수 있어 참 행운이다. 이제 난 단순히 고용 배우로서의 위치를 떠나 카메라 뒤의 것도 탐구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 직업을 위해 지금껏 배운 것을 영양제로 삼아 나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그것이 나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흥분을 금치 못하겠다.”

- 제니퍼 애니스턴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엄청나게 대단하게 여긴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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