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개인정보 관리 사고와 범죄 생중계 등으로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 ⓒphoto 연합
반복되는 개인정보 관리 사고와 범죄 생중계 등으로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 ⓒphoto 연합

지난 2월, 35세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임원진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본사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유리 건물에서 저커버그는 새로운 서비스 정책을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사진·문자 공유 중심의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에서 벗어나 개인 및 소규모 단체 간 암호화된 메시징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며, ‘개방형 플랫폼에서 폐쇄형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 페이스북은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책임자(CPO)와 크리스 다니엘스 왓츠앱 CEO의 사임 소식을 전했다. 페이스북 창립멤버이자 저커버그가 “가장 신뢰하는” 임원으로 알려졌던 콕스는 저커버그가 암호화 메시지 정책을 펼치는 데 반대하며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콕스의 사임으로, 지난 12개월간 퇴사한 페이스북 경영진은 모두 13명이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임원진의 사퇴에 더해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로 인한 사고, 반인륜적 생중계까지, 페이스북은 지금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테러 생중계, 계정 6억개 비밀번호 노출

지난 몇 년 새 페이스북은 제법 굵직한 사고를 잇달아 치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페이스북발 사고는 개인정보 관리 문제였다.

페이스북 사용자 수억 명의 비밀번호가 암호화 장치 없이 보관돼왔다는 사실이 지난 3월 21일 언론사 보도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최대 6억개의 페이스북 계정 비밀번호가 비암호화된 문서 형태로 저장·보관되면서, 페이스북 직원 2만명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폭로였다.

페이스북은 관련 보도가 나간 후 바로 이를 인정했다. 페드로 카나후아티 페이스북 기술·보안 담당 부사장은 페이스북 공식블로그를 통해 “지난 1월 보안 점검 당시 오류를 발견하고 시정했다”며 “외부인은 이 문서에 접근할 수 없고, 내부에서 이를 부적절하게 접근하거나 남용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페이스북에서 지속적으로 터져나온 개인정보 사고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이미 두 차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휘말렸다. 2018년 3월 영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9월에는 해커들이 페이스북 사용자 2900만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미국 법무부 증권사기조사단에서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밖에도 미 연방 검찰과 연방거래위원회(FT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브 스트리밍 문제와 관련해 페이스북과 대화를 원한다.”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총기난사 사건 발생 직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렇게 밝혔다. 백인우월주의자 테러범이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17분 분량의 무차별 총격 영상을 내보낸 후였다. 테러범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살인 장면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스트리밍이 시작된 지 29분 만에야 사용자의 첫 신고를 받고 삭제됐다. 스트리밍 중 200여명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봤고 삭제 이전까지 4000번이 넘게 조회됐다. 페이스북은 테러 직후 테러 용의자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24시간 안에 영상 복사본 120만건의 업로드를 저지했지만, 해당 영상이 다른 커뮤니티로 공유되며 빠르게 퍼져나간 뒤였다.

페이스북은 이 사건으로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에도 한 태국 남성이 어린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여과 없이 내보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페이스북은 2017년의 사건 이후 인공지능(AI) 콘텐츠 자동감지 시스템을 강화해왔으나, 이번에 또다시 스트리밍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인륜 범죄의 확산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일부 뉴질랜드 기업들은 페이스북 광고 게재를 보류했으며, 페이스북 주가는 하락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항의 표시로 페이스북을 탈퇴했으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허술한 범죄 콘텐츠 관리

무엇이 사용자 22억명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 페이스북을 위기에 처하게 했을까.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콘텐츠 필터링’의 한계다. 증오 연설(hate speech)과 같은 혐오 콘텐츠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필터링은 1차적으로 AI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AI가 학습을 통해 판단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총기난사와 같은 범죄 영상을 인지하고 걸러낼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학습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총기난사 사건 직후 가이 로젠 페이스북 부사장은 “AI의 성능을 키우려면,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해당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며 “총기난사나 살인 사건은 비슷한 영상이 많지 않아 AI가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AI는 완벽하지 않다”는 그의 설명은 AI에 의존해 하루에 올라오는 수백억 개의 피드 가운데 유해성 콘텐츠를 가려내야 하는 페이스북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페이스북 임직원의 데이터 운영에 대한 철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는 IT업체 운영자들의 ‘데이터 경영 해이’를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구글·페이팔·페이스북과 같은 웹 2.0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누구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IT 생태계상의 장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들 회사의 설립자들은 자신의 성장과 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양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에 대한 느슨한 책임감이 회사 규모가 무서운 속도로 커지면서 ‘구멍’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이어진 개인정보 보호 사고와 지난 3월 발생한 ‘2012년 이후 최장시간 접속장애’ 사태 등은 전체적인 데이터 컨트롤이 잘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마크 저커버그식 경영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임원진 퇴사의 배경엔 경영 방식에 대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에는 왓츠앱 공동창업자 얀 쿰이 경영 방식에 대한 의견충돌로 떠나기도 했다. 9월에는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경영 자율성 부족을 지적하며 떠났고, 올해 3월엔 콕스 CPO가 사퇴를 하면서 “페북의 경영 방향 전환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북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은 월가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월가는 페이스북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페이스북의 성장률을 올해 23%, 2020년에는 21%로 내다봤다.

페이스북의 2018년 전체 수익은 전년 대비 37%나 증가하며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2016년 54%, 2017년 47% 등 매년 조금씩 성장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사용자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에디슨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미국 이용자 수는 지난 2년간 1500만명이 감소했으며, 특히 젊은층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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