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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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의 미스터리를 연구해왔다. 우주에서 만들어져 지구를 두들기는 입자를 우주선(宇宙線·cosmic ray)이라고 하는데, 박 교수가 연구하는 대상이 바로 이것이다. 하늘을 나는 우주선이 아니다. 지난 4월 4일 경기도 수원의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내 연구실로 그를 찾아갔다가 이런 연구자가 한국에 있었나 싶어서 놀랐다. 박 교수는 한마디로 우주선을 탐지하는 검출기(지상 및 우주)를 만들고, 우주선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천체를 보기 위한 우주망원경(가시광선, X선)을 지구 궤도에 올려 연구를 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주에서 실험하는 데는 통상 5~10년이 걸린다. 학자가 통상 20~30년 연구한다고 보면 우주 실험을 2번 정도 할 수 있다. 나는 5번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우주에 올릴 위성 수단을 찾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좋은 과학’을 하기 위해 러시아와 미국 나사(NASA)를 찾아다니며 위성 탑재체를 쏘아 올려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박일흥 교수에게 연구자로서 어떤 질문을 가슴에 품어왔는지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 우물을 파는 학자가 많다. 나는 좀 다르다. 지적인 흥미를 찾아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왔다. 5년 주기로 새로운 걸 찾아나선 것 같다.” 그가 했던 많은 연구를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잠시 궁리하다가 시기별로 소개해달라고 했다.

감마선 폭발을 찾아

박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우주선의 기원을 찾았다. “우주선의 기원이 어디인지, 우주에 존재하는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내외에서 몇 안 되는 연구자만이 보유하고 있었던 고난도 기술의 실리콘 우주선 검출기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를 남극에 갖고 가서 미국 항공우주국의 초대형 기구에 7~8회 띄웠다. 우주선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발견한 건 예상 외로 우주에 200GeV(109전자볼트)대의 우주선이 특히 많다는 점이었다. 우주선의 에너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검출되는 입자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200GeV에서는 입자의 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후 여러 기구 및 우주 실험에서 이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

2000년대 후반에는 감마선 폭발을 연구했다. 감마선은 파장이 가장 짧은 빛이다. 인간 눈에 보이지 않고, 전자기파 중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진다. 감마선뿐 아니라 온갖 전자기파와 중성미자를 포함한 입자, 그리고 중력파도 지구에서 감지될 수 있다. 감마선 폭발은 빅뱅 이래 일어나는 가장 강력한 폭발현상이다. 원인과 과정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은하에서 터진다면 수초 안에 지구의 모든 걸 날려버릴 거다.”

박 교수에 따르면, 감마선 폭발이 알려진 건 1990년대로 얼마 되지 않았다. 블랙홀과 중성자별 충돌 혹은 초신성(supernova)보다 더 질량이 무거운 하이퍼신성(hypernova)의 최후 모습에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 박 교수는 감마선 폭발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추적 우주망원경’을 개발했다. “감마선 폭발은 하루에 한두 번 일어난다. 미국 나사의 우주망원경 SWIFT는 폭발 방향으로 망원경을 돌리는 데 1분이 걸린다. 하지만 내가 만든 망원경은 감마선 폭발 방향으로 1초 만에 돌릴 수 있다. 따라서 감마선 폭발 바로 직후부터 사건을 관측할 수 있다.”

망원경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 UFFO (Ultra-Fast Flash Observatory)였다. 박 교수는 “제작 기술에서 나온 여러 특허는 물론, 관측 결과로 논문도 많이 썼다”고 말했다. UFFO 프로젝트는 2016년 4월 러시아 발사체로 우주망원경을 올리면서 시작됐는데 안타깝게도 러시아 위성의 배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발사 6개월 후 가동이 중지됐다.

박 교수는 2년 전부터 우주에서 가동되는 중력파 검출기를 연구하고 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중성자가 충돌할 때 나오는 시공간을 흔드는 충격파이다. 이 중력파는 미국 중력파 검출기인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가 2015년 최초로 검출한 바 있다. 박 교수가 만들려는 중력파 검출기는 LIGO와 같은 지상용이 아니라 우주 검출기이다. 박 교수는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는데 자금도 많이 들어가는 연구”라면서 2025년 이후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다음 세대를 위한 작업”이다. 그는 4년 후 성균관대에서 은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현직에서는 보기 힘들다. 한국 대학은 65세가 되면 연구 성과를 계속 내고 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교수들을 퇴직시킨다. 이 연구에는 고려대 원은일(실험), 성균관대 최기영(이론), 경북대 박명구(블랙홀 연구자), 부산대 이창환(감마선 폭발 이론 연구자)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유타주 사막에서도 우주선 검출 실험 중

박 교수는 10년 전부터는 지상 우주선 검출 실험을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미국·일본 학자와 함께 진행 중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가장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을 검출하는 게 지상 실험기의 목표”라고 말했다. ‘텔레스코프 어레이(Telescope Arra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팀은 2014년 북두칠성 인근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날아온다는 걸 처음 알아냈다. 우주선이 한 방향에서 꾸준히 날아온다는 건, 특정 장소(spot)에서 온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미국 유타주 사막에 경기도만 한 땅을 추가로 확보해 검출기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박 교수의 대학원생 4명도 이곳에 가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헬기로 나른 검출기 장비를 사막에 설치하고 있다는데, 내가 박 교수를 만난 그 시각에도 3명의 학생이 유타 사막에서 장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일흥 교수는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는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인 러트거스대학에서 했다. 1985년에 유학 가서 1989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기간 중 2년은 일본에 가 있었다. 일본의 트리스탄 입자가속기로 연구하는 실험그룹인 AMY(에이미)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자신은 이론이 아니라 실험 물리학자이기에 실험시설이 있는 곳에서 연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AMY 실험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서 알은체했더니, 박 교수는 한국에 ‘AMY키드’가 많다고 했다. 서울대 김선기 교수, 경북대 김홍주 교수와 김귀년 교수,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김영기 부소장 등 총 15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당시가 “입자물리의 황금기”였다. 박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비(非)아벨 QCD의 첫 증거(First Evidence of non-Abellian QCD)’. ‘강력상수’ 측정 결과를 담았는데 ‘피지컬 리뷰 레터’ 학술지에 실렸다. 박 교수는 “내 논문은 QCD 분야 10대 업적으로 불렸다. 이 논문으로 나의 지도교수는 ‘테뉴어’(정교수가 되는 평생직)가 됐다”고 말했다.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의 줄임말인 QCD는 양성자 안에 들어 있는 쿼크라는 입자들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론이다. QCD물리학 분야에서는 몇 개의 노벨물리학상이 나왔는데 그중 2004년 노벨상 수상자 세 명이 스톡홀름에 갈 수 있었던 데에 박 교수의 논문이 기여했다고 한다.

박일흥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9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 소재 독일국립고에너지연구소(DESY)에서 ‘헤라’라는 가속기를 이용한 ‘제우스 실험’에 참여했다. 1991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헤라’는 전자와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가속기 이름. 박사후연구원 박일흥은 이때 헤라 가속기를 작동시키는 중앙제어 총책임자였다. 450명의 연구자 중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박 교수는 1993년까지 이곳에서 일하면서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획득했고 자신이 박사 논문에서 연구한 강력상수가 에너지 크기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다.

3개월 만에 끝난 연봉 8억원 일자리

이렇게 4년간의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보내면서 영구직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미국에서 놀라운 제안이 들어왔다. 미국은 당시 텍사스주 왁사해치에 차세대 입자가속기인 SSC(Superconducting Super Collider·초전도 초대형 가속충돌기)를 짓고 있었다. 공정이 5분의 1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이를 총괄하는 본부인 SSCL(SSC Laboratory)에서 그에게 SSC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두 개의 대형 실험 그룹 중 한 검출기를 총 제어하는 중책을 맡아달라고 했다. 독일 DESY에서 성공적으로 일한 경험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연봉 7만달러(약 8억원)라는 놀라운 조건이었다. 수영장이 있는 집을 구하면서 꿈 같은 시절이 시작됐다. 그런데 불과 3개월로 끝났다. 어느 날 그의 보스가 “SSC 프로젝트 중단 발표가 1주일 후에 있을 것”이라면서 “모두 해고될 것”이라고 귀띔해왔다. 비보였다. 그의 보스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 너는 젊지 않냐. UCLA 교수직을 던지고 온 나를 봐라. 나는 나이도 많아 갈 데도 없다”고 했다. 그렇게 100일도 안 돼 해고되면서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원으로 옮겨갔고, 1995년 경북대 초빙교수로 한국에 돌아왔다. 2000년 서울대 전임강사(계약직)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에 이화여대, 2012년에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되었다.

그는 “원래 입자물리학자로 시작했으나, 이화여대 교수 때 천체물리학으로 관심 분야를 바꿨다”고 말했다. SSC중단 이후 입자물리학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입자실험 그룹은 연구자가 보통 수백 명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한 반면 “천체물리학은 그룹에 속한 연구자가 수십 명 정도여서 내가 가진 생각을 펴기가 쉽다”고 한다.

박 교수가 천체물리학자로 변신한 계기는 미국 메릴랜드대학 서은숙 교수가 제공했다. 서 교수가 언젠가 한국에 왔을 때 “우주선 실험을 같이 하자”고 그에게 제안했다. 당시 서 교수는 “우주선을 검출할 실리콘 검출기를 한국에서 만들 수 있겠냐”고 물었고 박 교수는 “해본 적은 없으나,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니 해보겠다”고 답했다. 그의 실험실 벽에는 200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반도체 우주선 검출기 1호가 걸려 있었다. 가로·세로 1m 정도의 크기였다. “우주선이 실리콘 검출기를 통과하면서 에너지를 잃는데, 잃는 정도를 전기신호로 읽어내면 그 우주선이 어떠한 성분(우주선 핵의 전하량)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제작 경험이 없어 만드는 데 무척 고생했다. 4~5년 걸렸다.”

1호 실리콘 검출기는 2004년에, 그리고 2005년부터는 2층으로 만든 2호 검출기를 남극으로 갖고 가서 미국 항공우주국의 초대형 기구에 싣고 우주선 검출 실험을 했다.

그가 탐구해온 우주선은 1912년 처음 발견됐다. 오스트리아의 빅토르 헤스가 그 공로로 193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양전자, 파이온, 뮤온 발견은 모두 우주선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100여년 전 발견됐던 우주선이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입자가속기에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서다. 현재의 입자가속기가 입자들을 충돌시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에 도달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로 시선을 돌리면 무지막지한 에너지의 입자가 존재한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다. 우주가속기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지구로 날려 보내고 있다. 가속기의 에너지 상한선이 14TeV(1012전자볼트)라면 우주선은 1020전자볼트짜리도 있다. 우주선은 물리학자에게 다시금 매력적인 연구 대상으로 떠오른 상태다.

감마선 폭발 감지용 우주망원경 패스파인더.
감마선 폭발 감지용 우주망원경 패스파인더.

우주인 이소연씨가 진행한 메가번개 추적

박일흥 교수에게 우주에 올린 실험 장치를 활용해 그동안 진행한 연구를 다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4~5개 되는 장치가 그의 실험의 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그는 ‘메가번개’ 얘기를 했다.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정거장에 올라갔을 때 진행한 실험 중 하나가 박 교수가 만든 ‘초소형 추적망원경’을 활용한 것이었는데 이걸로 1주일간 우주정거장에서 메가번개를 촬영했다고 했다. “메가번개는 구름 위에서 일어나는 번개다. 번개는 구름 아래쪽에서 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항공기 시대가 열리면서 2차대전 때부터 조종사들이 구름 위에서 헛것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좀 이상한 망원경을 만들게 됐다.”

박 교수는 메가번개가 지구상 어디에서 많이 치는지를 보여주는 ‘메가번개의 세계 지도’를 그렸다. 러시아 과학자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대부분 내륙에서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왜 구름 위에서 번개가 치는지, 그 원인을 아직 완벽하게 규명하지는 못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메가번개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이론만 나와 있다.

2009년에는 카자흐스탄 내 러시아 우주센터인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타티아나Ⅱ위성에 개선된 ‘초소형 추적망원경’을 실어 올렸다. 박일흥 교수는 이때 바이코누르 기지에 직접 가서 발사를 지켜보았다. 그는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밤에 이뤄지는데, 5㎞ 떨어진 장소에서 발사장까지 가는 길에 본 밤하늘은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늘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별, 때때로 차 옆을 지나가는 낙타 행렬, 그렇게 멋있는 곳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감마선 폭발을 극히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본격적인 추적망원경을 2016년 러시아 위성에 실어 올려 보냈다. 2010년부터 5년간 개발한 UFFO 패스파인더에 가시광/자외선 망원경과 X선 망원경을 탑재해 로모노소프 위성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러시아가 새로 건설한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발사됐는데, 당시 자국 내 새로 건설한 기지에서의 최초 발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와서 지켜봤다. 러시아로서는 2조원을 들인 야심 찬 신(新)우주 발사장이었기 때문이다.

UFFO 패스파인더 망원경은 우주에서 가시광의 여러 천체들을 성공적으로 촬영하였고, 새로운 기술의 X선 망원경 역시 우주의 잡음을 예상대로 측정, 지상에 전송하였다. 이 데이터로 천체물리 분야 상위 10% 저널에 논문 7편이 실릴 수 있었다. 발사 후 6개월 동안 여러 개선 작업을 하면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2016년 12월, 앞에서 말한 대로 UFFO 패스파인더는 더 이상의 데이터를 지상에 보내지 못하게 된다. 박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감마선 폭발을 찍지 못하고 단명한 것이 내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러시아 위성의 전력 시스템이 고장나는 바람에 탑재체인 감마선 폭발 추적망원경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천체물리 커뮤니티는 물론 세계 커뮤니티에서도 큰 기대를 한 실험이었다. 당시 UFFO 그룹에는 한국인만 해도 20명, 외국인 연구자도 러시아,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대만 등 20명이 넘었다. 감마선 폭발 초기 1분 이내의 순간 포착은 지난 20년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다. 특히 1초 이내의 극초기 순간 포착은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것이다. 목을 매달고 있던 프로젝트가 성과 없이 끝나자 젊은 연구자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논문을 쓸 수 있었다면, 이들은 대학교에 자리를 잡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안 됐다. 빈손으로 연구 그룹을 떠나는 젊은 연구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주실험을 위해서는 보통 같은 기기를 2개 제작한다. 다행히 한 기가 남아 있어 박일흥 교수는 감마선 폭발 추적망원경을 다시 한 번 지구 궤도에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일흥 교수는 “2025년이 되면 우주선의 기원이 규명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때가 되면 우주선이 날아오는 지점의 좌표를 찍은 우주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이 만약 있다면, 나를 귀엽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을 알기 위해 참으로 이것저것 많이 해보았구만’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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