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최항석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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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블랙홀 연구자다. 2009년 ‘블랙홀 교향곡’이라는 저서를 펴낸 바 있다. 지난 5월 14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을 때 그는 “블랙홀 중에서도 질량이 무거운 거대질량 블랙홀을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블랙홀 연구는 양자 블랙홀과 천체물리 블랙홀로 나눌 수 있다. 양자 블랙홀은 스티븐 호킹, 레너드 서스킨드와 같은 물리학자가 연구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주간조선이 지난번 만났던 김석 서울대 교수가 양자 블랙홀 연구자이다. 극미(極微) 양자 세계의 중력 현상을 설명하려는 게 양자 블랙홀 연구자의 목표다.

우 교수가 다루는 블랙홀은 천체물리 블랙홀이다. 천체물리 블랙홀 연구자는 블랙홀을 관찰하고 블랙홀 운동을 보면서 다양한 물리현상을 연구한다. 이 블랙홀에는 두 종류가 있다. 별 블랙홀과 거대질량 블랙홀이다. 별 블랙홀은 초신성이라는 별에서 만들어진다. 초신성이란 질량이 아주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우주를 흔드는 요란한 폭발을 하며 파괴된다. 이때 초신성의 중심 부분이 블랙홀이 된다. 이게 별 블랙홀이다. 중력파 검출기인 LIGO는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는 사건을 알아내는데, 이때 부딪치는 블랙홀들이 별 블랙홀이다.

태양 질량의 100만~100억배

우 교수가 연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만~100억배에 달한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은하들의 중심에 있다. 우 교수는 “학계의 관심사는 거대질량 블랙홀의 기원과, 138억년 우주 역사에서 블랙홀이 우주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 교수는 “천문학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다. 교과서 쓰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가령 은하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는 것은 지금은 상식이다. 하지만 우 교수가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 학생일 때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우 교수는 연세대 1989학번. 학부 때만 해도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에 있는지 아닌지 잘 알지 못했다. 우 교수가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과정(1999~2005)을 밟고 있을 때 거대질량 블랙홀이 은하들 중심에 있다는 게 정설이 되었다. “그때도 많은 학자들이 특별한 은하 중심에만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했다. 박사 지도교수였던 멕 유리(미국 천문학회장 역임)도 그때는 그렇게 말했다. 당시 확인된 은하 중심 블랙홀은 30개 정도였다. 2009년쯤에 연구가 확장되면서 100여개 은하 중심에 모두 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대질량 블랙홀의 기원은 우 교수가 매달려온 이슈 중 하나다. 두 가지 기원 시나리오가 있다. ‘가벼운 씨앗 모형’과 ‘무거운 씨앗 모형’이다. ‘가벼운 씨앗 모형’이 먼저 나왔다. 별 블랙홀이 우주의 수소 가스들을 집어삼켜 체중을 키웠다는 게 이 가설이다. 작은 천체를 계속 잡아먹으면서 큰 블랙홀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초기 우주에서 태양 질량 몇십억 배인 거대질량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가벼운 씨앗 모형’은 흔들렸다. 우주 나이가 10억년도 안 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 질량의 블랙홀이 있을 수 있느냐는 비판에 부딪혔다. 블랙홀은 식욕이 좋아 무한정 몸집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식사 속도’에는 한계가 있어 급속도로 몸집이 커질 수는 없다.

‘무거운 씨앗’ 기원 시나리오

대안으로 새로 나온 게 ‘무거운 씨앗 모형’이다. ‘무거운 씨앗 모형’은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가스 구름이 중력에 의해 압축돼 중간 크기 질량의 블랙홀이 먼저 생겼다고 말한다. 이 중간질량 블랙홀이 몸집을 키우면서 현재와 같은 거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가설의 어려움은 씨앗이 되는 중간질량 블랙홀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0~10만배 규모이다. 거대질량 블랙홀보다는 100~1000배 정도 가볍고, 별 블랙홀보다는 10~10만배 정도 무겁다.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느냐 없느냐’는 천문학계의 오랜 논란 중 하나이다. 우종학 교수는 ‘중간질량 블랙홀’ 관련 연구를 해왔으며, 학계가 놀랄 성과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우 교수는 “제미니 천문대 관측시설(하와이와 남미 칠레에 위치)을 이용하여 연구해왔다. 학술지 측으로부터 논문이 곧 실린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만 말했다.

우 교수는 블랙홀 질량을 재는 방법으로 ‘빛의 메아리 효과’를 사용했다. 예컨대 태양 질량을 알기 위해서는 지구 공전 속도와 태양과 지구까지의 거리를 알면 된다. 블랙홀 질량을 확인하는 방법도 이와 같다. 블랙홀 주변을 도는 물체로 이온화된 가스가 있다. 이 가스의 회전 속도는 초속 수천 킬로미터다. 그러면 블랙홀 질량을 알기 위해 필요한 나머지 정보는 가스 영역에서 블랙홀까지의 거리다. ‘빛의 메아리 효과’는 이때 사용한다. 대규모 관측시설이 필요한 연구인데, 삼성의 지원을 받아 지난 4년간 연구했다.

거대질량 블랙홀 연구의 두 번째 이슈는 은하 진화에 거대질량 블랙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우 교수는 “은하와 블랙홀이 상호 영향을 주며 어떻게 우주 역사를 써왔느냐 하는 연구 분야는 2000년대 패러다임 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2000년에 두 연구그룹이 각각 쓴 논문이 나왔다. 미국 오스틴-텍사스대학의 칼 겝하트(Karl Gebhardt)와 이탈리아-캐나다 여성 천문학자 로라 페라레세(Laura Ferrarese)가 거대질량 블랙홀의 질량이 해당 은하 질량의 약 1000분의 1이 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은하와 그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상호 작용했길래 두 개의 질량비가 이렇게 일정할까 하는 건 천체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많은 이론가가 이 1000분의 1 질량비를 설명하기 위해 도전했다. 관련 논문이 1000개 이상 나왔다. 시선은 블랙홀이 내뿜는 막대한 에너지에 모아졌다. 블랙홀은 인근 천체를 삼키는데 이때 천체 질량의 90%는 블랙홀 안으로 집어삼키지만 나머지 10%는 밖으로 내보낸다. 10%라고 하지만 에너지 양이 막대하다.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법칙(E=mc2)에 따라 엄청난 크기다. 우 교수는 “블랙홀은 핵융합 반응보다 효율이 뛰어나다. 수소를 모아 헬륨으로 바꿀 때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은 효율이 0.7%이다. 핵융합 반응에 들어간 물질의 극히 적은 양만 핵융합 에너지로 바뀐다. 이에 반해 블랙홀의 에너지 효율은 10%이다. 이 정도면 그 블랙홀이 품고 있는 은하를 한순간에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규모다”라고 말했다. 은하를 묶어두는 중력 에너지 크기보다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10%라는 블랙홀 에너지가 은하에 뭔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증거를 지난 20년간 열심히 찾았다.

남미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망원경이 레이저를 쏘아 우리은하 중심부를 가리키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남미 칠레 파라날 천문대의 망원경이 레이저를 쏘아 우리은하 중심부를 가리키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천체를 삼키고 은하에 뭔가를 돌려준다

블랙홀이 천체를 삼키고(feeding), 역으로 블랙홀은 은하에 무언가를 돌려준다(feedback). 천체물리학자들이 찾으려는 것은 블랙홀의 은하에 대한 ‘피드백 효과’ 증거다. 가령 은하 중에는 별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는 죽은 은하가 있다. 우리은하에서는 많은 별이 새로 태어나나, 타원은하라고 불리는 은하에서는 새로운 별이 태어나지 않는다. 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이 내뿜는 에너지가 별을 만드는 은하 내부의 가스를 뜨겁게 만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은하 내부에 있던 가스를 은하계 밖으로 밀어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20년간 찾아봤으나 거대질량 블랙홀의 피드백 관련 강력한 직접 증거를 찾지 못했다. 별도 잘 태어나고, 은하들 내에 가스도 많다. 그래서 패러다임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기 전 책 ‘블랙홀 교향곡’을 읽었다. 블랙홀 크기 관련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태양계보다 조금 더 큰 공간에, 태양을 수백만 개 압축해 넣은 게 우리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이라고 했다. 현재 태양이 한 개가 있는 태양계의 공간에 수백만 개의 태양이 압축돼 있다니 놀라웠다. 우 교수는 “블랙홀 만들기는 간단하다. 지구를 알사탕 크기로 찌부러뜨리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알사탕 크기로 압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에 따르면 이 1㎝ 크기 지구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있지 않는다. 표면에서의 중력이 너무 커서, 블랙홀 중심으로 블랙홀이 계속 무너진다. 블랙홀은 결국 점이 된다.

블랙홀이 질량은 있는데 점이 된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우 교수는 “블랙홀 크기는 0이고, 질량은 그대로이다. 이건 밀도가 무한대라는 뜻이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특이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홀의 중력이 커서, 그 근처에 접근하면 빛도 탈출할 수 없다. 중력이 잡아당겨 빛이 블랙홀에서 밖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블랙홀은 그래서 검게 보인다. 이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지점을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라고 한다.

우 교수는 석사까지는 연세대에서 공부했다. 미국 예일대로 유학을 간 건 은하를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칠레에 막 건설된 거대망원경(8~10m 직경)들을 사용해서 연구하고 싶었다. 당시 우 교수는 은하 형성 기원을 연구하는 교수를 보고 예일대를 택했다고 한다. 예일대는 칠레국립대학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제미니 망원경, 마젤란 망원경과 같은 거대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사과정 2년 차, 한창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지도교수가 다른 학교로 떠났다. 2001년 5월 유학을 가서 당한 최대 위기였다.

이때 여신이 나타나 그를 구원했다. 천문학과가 아니고 물리학과 신임 교수로 오는 멕 유리 교수였다. 그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천체물리학자였다. 그녀는 블랙홀 연구자였다. 우종학은 새로운 지도교수를 만나 은하에서 블랙홀로 연구 분야를 바꿨다.

당시만 해도 블랙홀은 그에게는 낯선 분야였다. 멕 유리 교수는 우종학에게 첫 번째 연구 과제를 줬다. “요즘 블랙홀 질량 측정법이 새로 나왔다. 그걸로 블랙홀 질량과 블랙홀이 내는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알아봐라.”

우종학 교수는 234개 블랙홀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질량이 측정된 블랙홀 자료를 모두 모았다.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그 블랙홀의 질량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지도교수가 준 첫 번째 일인 만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지도교수의 예측과 달랐다. 교수는 블랙홀 질량과 블랙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우종학의 연구 결과에서는 상관관계가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 교수와 제자는 연구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결국 멕 유리 교수가 우종학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였고, ‘AGN의 블랙홀 질량과 광도 관계’ 논문을 천체물리저널에 보냈다. 2002년이었다. “멕 유리 교수가 논문이 실린 뒤 내게 말했다. ‘종학, 축하한다. 해줘서 고맙다(thanks for doing)’.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놀랐다.” 이 논문은 그가 지금까지 쓴 논문 중에서 가장 인용이 많이 되었다. 우 교수는 “학회에서 사람을 만나면 ‘당신이 Woo & Urry의 그 우(Woo)냐’고 지금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의 허블 펠로십

우 교수는 예일대 박사과정 때 남미 칠레를 자주 갔다. 한 번 가면 1주일 넘게 있었다. 거기서 마젤란, 제미니 등 여러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했다. 8m급 대형 망원경 관측 시간은 돈으로도 사기 어렵지만, 비용도 많이 든다. 협약을 맺은 기관도 하루 10만달러쯤, 한국 돈으로 1억원 넘는 액수를 지불한다. 그는 남반구에서만 보이는 마젤란 은하를 이곳에서 처음 봤다. 세계일주 항해를 처음으로 한 마젤란 선장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이름이다. 칠레 산티아고대학에서 열린 야외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을 때 본 밤하늘의 보름달은 잊을 수 없다. 칠레 술 피스코를 마시며 올려다본 달은 뭔가 이상했다. 익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달의 모습이 위아래가 거꾸로였다. 우 교수는 피스코를 너무 많이 마셨나 싶었지만,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위아래가 뒤집힌 모습으로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우 교수는 남반구에서는 해도 아침에 동에서 떠서 남쪽으로 가지 않고, 북쪽을 거쳐 서쪽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해가 낮에 남쪽 하늘이 아니라, 북쪽 하늘에 뜬다는 건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다. 미국 내 천문대 중에서는 당시 미국 본토의 최대 구경 망원경이 있던 애리조나주 키트픽 국립천문대를 이용했다. 우 교수는 “한국인으로 대형 망원경을 가장 많이 사용해보겠다는 낭만적인 목표도 있었다”고 말했다.

예일대에서 2005년 박사학위를 받고 그는 서부 캘리포니아로 갔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하와이에 있는 지상 최대 망원경인 켁(KECK) 천문대 망원경을 사용해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캘리포니아대학 소속 연구자에게 이 망원경 사용은 쉬웠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내 4145m 높이의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켁 천문대가 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그는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진화 과정을 연구했다. 은하와 그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의 질량비가 1000 대 1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과거에도 질량비가 1000 대 1이었을까 아닐까 하는 게 연구의 초점이었다. 우종학 박사는 40억년 전의 블랙홀들을 관측했다. 40억년 떨어진 은하를 보고 그 중심의 블랙홀과의 질량비를 알아내면 됐다. 예상할 수 있는 질량비 시나리오는 세 가지. 1000 대 1인 경우, 그보다 작은 경우, 큰 경우이다. 예컨대 질량비가 1000 대 1보다 커서 100 대 1이라면, 블랙홀이 과거에는 은하보다 질량이 컸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커졌고, 은하가 나중에 커졌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질량비가 1만 대 1이라면, 반대의 경우다. 은하가 먼저 커졌고, 블랙홀이 나중에 질량이 늘어났다.

2005년 측정 결과, 질량비가 1000 대 1보다 컸다. 즉 블랙홀이 은하보다 질량이 무거웠고, 이는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커졌다는 걸 의미했다. 이 연구는 LA캘리포니아대학의 R. D. 블랜포드 교수와도 같이 했다. 우 교수는 “블랜포드 교수는 블랙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지난 4월 M 87 은하 중심의 블랙홀 그림자 촬영도, 그의 연구에 기반한다”라고 말했다. 2006년 후속 연구로 60억년 전 은하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 교수는 2008년 허블 펠로가 되었다. 허블 펠로십은 미 항공우주국이 젊은 천문학자에게 주는 명예로운 연구비 지원제도이다. 우 교수는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연구를 밝힌 일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LA캘리포니아대학(UCLA)으로 옮겨 연구했다.

우 교수는 2009년 9월 서울대 교수로 귀국했다.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 번역자로 일반에게는 알려진 홍승수 교수의 후임이었다. 우 교수는 “당시 거대질량 블랙홀 연구자가 한국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가 된 이후 우 교수는 블랙홀-은하 공동진화 연구와 더불어 앞에서 말한 ‘AGN 피드백 검증’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블랙홀 질량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에 따라 질량을 측정해왔다. ‘중간 질량의 블랙홀’ 관련 연구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도 우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허블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연구를 한다. 한국에 있는 연구자가 허블 망원경을 사용한다는 건 극히 힘들다. 블랙홀 질량 측정을 자외선으로 하기 위한 연구라고 우 교수는 말했다. 예일대에 다니던 때 블랙홀 이야기를 일반에게 하고 싶어 펴낸 ‘블랙홀 교향곡’이라는 책은 10년 만에 개정 증보판을 앞두고 있다.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라는 제목으로 김영사에서 6월 초에 나온다고 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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