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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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물리천문학부(천문 전공) 임명신 교수를 만나러 지난 5월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45동을 찾아갔다. 건물 위치 확인을 위해 네이버 지도 앱을 검색하니 45동은 나오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다가 ‘서울대 천문대’라는 건물을 지도에서 보았고, 내가 가야 할 목적지임을 알았다. 건물은 캠퍼스 남쪽 끝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천문대는 주변의 빛이 적은 곳에 있어야 하니 이런 외진 데 있나 보다 했다. 작은 2층 건물에 들어가니 ‘초기우주천체 연구단’이라는 글씨가 크게 보였다. 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 이름이다.

퀘이사는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발광체

임명신 교수로부터는 ‘퀘이사’라는 천체 연구 얘기를 들었다. 그는 2003년 9월 서울대에 온 지 1년쯤 지났을 때부터 퀘이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은하의 진화를 연구했다. 우주의 거대 구조를 이루는 은하들이 태초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양이 되었나를 알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뒤에 연구가 벽에 부딪혔다. 미국에서처럼 직경 8m급 망원경이 없으니 연구를 할 수 없었다. 임 교수는 “은하 진화를 연구하려면 우주 초기에 있었던 은하를 관측해야 한다. 초기은하를 보려면 큰 망원경이 필요한데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의 관측시설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밝은 천체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퀘이사 연구를 하게 됐다. 한국의 최대 직경 망원경은 작년까지만 해도 보현산 천문대의 직경 1.8m 망원경이 고작이었다.

퀘이사(Quasar)는 밝은 천체다. 항성은 아닌데, 항성과 같이 빛난다고 해서 준항성(準恒星·Quasi-stellar Object)이라고도 불린다. ‘Quasi’라는 영어 단어는 ‘외견상’ ‘유사’ ‘준(準)’이란 뜻이며, ‘Quasi-stellar’는 외견상 별로 보인다는 의미다. 임 교수는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개 있다. 그런데 이 별이 1000억개 모인 은하보다 퀘이사는 100배 이상 더 밝다. 퀘이사는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발광체다”라고 설명했다. 블랙홀은 주변의 가스와 별을 흡수하는데 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에서는 마찰로 인해 많은 빛이 발생한다. 그게 바로 퀘이사로 1960년대 처음 관측됐다.

임 교수에 따르면 퀘이사가 천체물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블랙홀이 우주에 실제 존재한다는 걸 퀘이사 연구로 알아냈다. 천문학자들은 2차 대전 당시 개발된 전파 기술로 하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사람 눈에 보이지 않던 전파(radio)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 눈에 보이는 빛은 가시광선이라고 하는데 사람 눈은 태양에서 오는 빛을 보도록 진화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태양은 가시광선을 내보낸다. 반면 태양은 전파 대역에서는 빛을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 기술로 개발한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니, 전파를 많이 내놓는 천체가 보였다. 전파 천문학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파망원경으로 확인한 결과 전파를 내놓는 천체는 우리은하가 아니라 다른 은하에 있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별이었다. “퀘이사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데 에너지가 나오는 지역의 크기가 매우 작았다. 그게 뭘까를 생각했고, 그곳에 별들을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다. 그러면 별의 밀도가 너무 높아진다. 결국 별은 블랙홀이 되고 만다. 퀘이사는 블랙홀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퀘이사가 발견되면서 우주에 블랙홀이 실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는 은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태양 질량의 100만~10억, 100억배 되는 거대한 블랙홀을 은하들이 품고 있다. “초기우주에는 은하 중심부에 가스나 별이 공급되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양의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과정에서 강착(降着)원반(accretion disc)이라는 게 만들어진다. 가스와 물질로 가득 찬 강착원반은 블랙홀 주변을 광속의 10~20%라는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이런 곳에서는 마찰이 많이 발생하며, 그로 인해 빛이 많이 나온다. 주변이 매우 밝게 빛난다. 그 밝기가 자기가 속해 있는 은하의 10~1000배쯤 된다.”

초기우주 퀘이사 IMS J2204+0111의 모습(그림 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표시). 임명신 교수팀이 발견한, 지금으로부터 128억년 전에 있었던 퀘이사다. 오래된 천체는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붉게 보인다. 우주의 팽창 때문에 멀리 있는 천체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적색이동). 128억년 전 우주의 크기는 현재보다 7분의 1 정도 작았다.
초기우주 퀘이사 IMS J2204+0111의 모습(그림 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표시). 임명신 교수팀이 발견한, 지금으로부터 128억년 전에 있었던 퀘이사다. 오래된 천체는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붉게 보인다. 우주의 팽창 때문에 멀리 있는 천체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적색이동). 128억년 전 우주의 크기는 현재보다 7분의 1 정도 작았다.

우주의 재이온화

임 교수는 ‘우주의 재(再)이온화’라는 게 퀘이사 연구의 큰 주제라고 설명했다. 초기우주에 퀘이사가 얼마나 많았느냐를 연구하면 우주가 재(再)이온화한 이유와 그 시점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우주의 재이온화(reionization)’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자 임 교수는 “거기서부터 얘기해보자”고 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주는 이온 상태인 입자로 가득 차 있고, 입자가 전기를 띠고 있다. 우주의 거대한 빈 공간은 전기적으로 중성이 아니라 이온화된 수소 가스가 주를 이룬다.

‘우주 재이온화’라는 단어는 그 자체에 정보를 담고 있다. ‘재(再)’는 과거 언젠가 우주가 ‘이온으로 가득 찬 시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 그 시대와 현재의 우주 사이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알려준다. 임 교수는 “빅뱅 직후 우주는 이온 상태 입자로 가득 찼다. 고온·고밀도 상태에서 양성자나 전자는 결합하지 않고 각기 독립적인 상태로 있었다. 고온·고밀도 플라스마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빅뱅 후 우주가 팽창하고 이로 인해 우주가 조금씩 식으면서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했다. 수소와 헬륨이라는 두 원소가 이때 만들어졌고 특히 수소 가스가 우주를 가득 채웠다. 우주의 90%가 수소로 채워져 있다. 이때 광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다. 빛은 전하를 띤 물질이 있으면 이 물질의 방해를 받아 이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에 전하를 띤 물질이 사라지고 중성원소가 가득 차면서 광자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양성자와 전자가 만나 수소 원자가 태어나는 순간, 우주는 처음으로 밝아졌다. 우주가 태어나고 37만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때 빛이 우주로 퍼져나갔다. 이게 태초의 빛이다. 이 태초의 빛(우주배경복사·co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을 인류는 1964년 처음 알아보았다.

중성 상태의 우주를 누가 이온화시켰을까. 빛이다. 빛이 입자를 때리면서 입자에서 전자가 튀어나온다. 빛은 어디서 왔을까. 갓 태어난 천체에서 나왔다. 우주가 진화하면서 별이 출현한 것이다. 우주에 천체가 없는 시기가 물론 있었다. 그때는 ‘암흑시대’라고 부른다. 임 교수는 이를 두고 “우주를 밝히는 등대 같은 게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천체가 만들어져 빛이 나온 게 우주 재이온화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재이온화 시점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빅뱅 5억년 전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우주의 재이온화를 이끈 유력한 후보가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퀘이사다. 또 다른 후보는 은하다. 임 교수는 초기우주의 퀘이사를 연구했다. 퀘이사는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고 막대한 빛을 자신이 품고 있는 은하를 향해 내놓고 있다. 퀘이사가 우주 재이온화에 더 기여했다는 아이디어는, 우주가 이온화하려면 자외선이 많이 필요하며, 이 자외선은 퀘이사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데 근거한다. 반면 은하가 재이온화를 이끌었다는 가설은 은하의 수가 퀘이사보다 더 많으니 은하가 더 기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하는 모두 거대 블랙홀을 품고 있으나 모든 거대 블랙홀이 퀘이사인 건 아니다. 예컨대 우리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은 퀘이사가 아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재이온화를 이끈 천체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퀘이사나 은하가 초기우주에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실험 중 하나가 슬론 디지털 전천(全天) 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 등 광(廣)시야탐사다. 광시야탐사는 광각렌즈를 사용해 넓은 하늘을 관측한다. 광시야탐사를 통해 초기우주의 퀘이사를 많이 찾았다. 그런데 이들이 찾은 건 퀘이사 중에서도 예외적으로 매우 밝은 것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은 우주의 재이온화에 기여할 만한 퀘이사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에서 발견된 퀘이사들보다 10배가량 어두운 ‘보통밝기’ 퀘이사가 우주재이온화의 주역일 것으로 추측되어왔기 때문이다. ‘보통밝기’ 퀘이사는 발견된 예가 거의 없다.

임 교수가 이끄는 ‘초기우주천체 연구단’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초기우주의 보통밝기 퀘이사를 찾는 것이다. 초기우주천체 연구단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수십 개의 초기우주 보통밝기 퀘이사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임 교수는 말했다. 임 교수 관련 자료를 취재에 앞서 찾아보다가 2007·2008년에 퀘이사를 수십 개 찾았다는 걸 확인한 기억이 나서 “2007년 찾은 퀘이사와 2015년에 발견한 퀘이사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2007년에 찾은 건 또 다른 퀘이사다. 우리은하 면 방향에 있는 퀘이사로, 초기우주와 같이 멀리 있는 퀘이사가 아니다. 우리은하 면에는 별이 가득 차 있어서 별과 흡사한 모양을 한 퀘이사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런 곳에서 찾은 것이 2007년 퀘이사다.” 그는 “어떻게 보면 초기우주의 퀘이사 발견을 위해 연습해본 것이다”라며 웃었다.

초기우주천체 연구단은 2008년에 만들어졌다. 한국연구재단의 전신인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있는 영국 적외선 망원경(UKIRT·직경 3.8m)을 사용해 ‘적외선 중심(中深) 탐사(Infrared Medium-deep Survey)’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초기우주 퀘이사 연구를 찾는 광시야 탐사 관측 프로젝트였다. 초기우주 천체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고, 지구로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가까운 천체보다 멀리 있는 천체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물체의 빛은 가시광선으로 보면 보이지 않고,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더 긴 빛인 적외선에서만 보인다. 적색이동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멀리 있어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초기우주 천체는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해야 했다.

우주를 광시야 적외선 망원경으로 촬영한 뒤에는 후보 천체들을 다시 정밀 촬영해야 했다. 이들은 붉은색으로 보이는 천체다. 수천만 개의 천체 중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즉 지구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는 멀리 있는 천체를 어렵게 찾아내야 했다. 그런 뒤 8m급 지상 망원경(제미니망원경)으로 다시 그 별을 촬영, 해당 천체의 적색이동 값을 얻었다. 적색이동 값은 얼마나 빨리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는 지구에서부터의 거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제미니망원경은 하와이와 칠레 두 곳에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지난해 제미니망원경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는데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한국 천문학의 숙원사업이었다”고 했다.

임 교수팀은 초기우주 퀘이사 수십 개를 관측한 결과, 그것들이 어두운 퀘이사라는 걸 확인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임 교수팀은 ‘우주의 재이온화에 퀘이사가 그다지 기여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2015년과 2019년에 썼다. 임 교수는 “그런 주장을 맨 처음 한 그룹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 우주의 재이온화는 ‘퀘이사’가 아니고 ‘은하’의 작품인가? “그런데 그게 그런 것 같지 않다. 은하가 재이온화를 해내기에 충분한 자외선을 내야 한다. 은하는 최근으로 올수록 자외선을 내는 게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우주의 재이온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초기우주 퀘이사 관측을 해서 추가로 진행할 수 있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거대한 블랙홀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하는 문제를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 블랙홀이 초기우주의 어느 시점에 등장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블랙홀이 얼마나 빨리 자랄 수 있느냐를 확인해야 한다. 블랙홀 성장 속도의 문제다. 임 교수는 이 문제를 2016년 가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하기 위해 ‘초기우주 퀘이사가 우주의 재이온화에 기여했느냐’ 하는 주제를 들여다봤을 때 얻은 초기우주 퀘이사 데이터를 다시 가공해야 했다. ‘우주 재이온화’ 이슈를 연구할 때는 제미니망원경으로 촬영해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즉 적색이동 값)를 얻으면 됐지만 퀘이사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근적외선에서 분광 관측을 추가로 연구해야 했다. 칠레에 있는 마젤란망원경으로 다시 한 번 해당 천체들을 관측, ‘스펙트럼 모양’을 알아야 했다.

과거 학계는 퀘이사, 즉 블랙홀이 초기우주에서 클 수 있는 한계 성장 속도까지 몸집을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별에서 기원한 블랙홀이 거대한 블랙홀의 질량을 가질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하지만 임 교수팀이 들여다보니 초기우주의 어두운 블랙홀은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별이 죽어서 생긴 블랙홀로는 거대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한 논문은 2018년 초에 나왔다. 퀘이사는 지금까지 100만개쯤 발견되었지만 초기우주 퀘이사는 그중 극히 일부라고 한다. 임 교수는 앞으로도 블랙홀이 얼마나 빨리 성장했을까를 계속 연구하려 한다고 했다.

3개 분야를 동시에 연구

임명신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1986학번이다. 미국 워싱턴 인근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 공부를 했다. 존스홉킨스로 간 건 볼티모어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나사가 지구 궤도에 올린 우주 망원경 허블망원경을 제어하고, 허블이 촬영한 데이터를 관리한다. 존스홉킨스대학에 있으면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과학자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많았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한 은하 진화와 우주론 연구’(1995)였다.

학위를 받은 뒤 존스홉킨스대학과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샌타크루즈-캘리포니아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스피처사이언스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2003년까지 근무했다. 2003년 9월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

임명신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때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면서 관측 쪽으로 더 힘을 쏟게 되었다. “그때 100억광년 떨어진 우주에 있는 은하에서 나온 빛을 큰 망원경으로 모아 관측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래전에, 먼 곳에서 나온 빛을 지구에서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어렵게 얻은 빛을 가지고 은하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이게 진짜로 우주를 보고 연구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명신 교수는 자신의 연구주제가 크게 세 개라고 했다. 은하 진화, 퀘이사, 그리고 초신성과 킬로노바와 같이 짧은 시간 존재하는 천체(Transient astronomical event) 연구다. 은하 진화는 박사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고, 퀘이사는 서울대 부임 후인 2005년부터 시작했다. 초신성과 킬로노바 연구는 2007년부터 시작했다. 그의 방 창문 한쪽에는 ‘올해의 과학자 상’이라고 쓰인 리본이 달려 있는 난 화분이 놓여 있었다. 임명신 교수는 “그간 SCI 논문 200편을 썼다”고 했다. 나는 그 논문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학계에서는 ‘은하 진화’ 연구자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이런 일화도 들려주었다. 임 교수가 어떤 국제학회에서 한 외국인 학자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학자가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Im(임 교수 성의 영문표기)이라는 학자, 퀘이사를 연구하는 Im이라는 학자, 그리고 초신성을 연구하는 Im이라는 학자가 알고 보니 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었군요” 하면서 놀랐다고 했다.

이날 임 교수로부터 들은 은하 진화 관련 내용은 시중에 나와 있는 책에서는 잘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특히 ‘우주의 재이온화’는 흥미로웠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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