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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65호] 2019.07.08

총선 승부 가를 ‘물갈이’ 비율은?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지난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위원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총선 공천룰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역대 총선마다 각 당 공천의 핵심 키워드는 ‘물갈이’였다. 특정 지역구에 현역 의원 대신 정치 신인을 전략적으로 공천하는 것을 정치권에선 물갈이라고 한다. 워낙 물갈이란 용어가 정치·사회적으로 자주 쓰이다 보니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수족관이나 수영장 등의 물을 갈다’뿐 아니라 ‘기관이나 조직체의 구성원들을 비교적 큰 규모로 바꾸다’란 설명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은 여야(與野) 모두 과거에 비해 공천룰 정비를 서두르고 있어서 총선 경쟁도 막이 일찍 오르는 분위기다. 과거엔 각 당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공천룰을 발표해서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이번엔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도 미리 준비해서 현역 의원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천 일정을 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3일 현역 의원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정치 신인에게는 10~20% 가산점을 주기로 한 총선 공천룰을 확정하면서 ‘현역은 엄격하게, 신입은 관대하게’란 큰 틀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은 총선 준비를 위한 신정치특별혁신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의 “탄핵에 책임이 있는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겠다”는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파장이 일었다. 한국당도 민주당처럼 새로운 인재를 대폭 끌어올 수 있도록 선거 경험이 없는 신인에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현역 교체 희망률 대구·경북 가장 높아
   
각 당 지도부가 총선 때마다 물갈이 공천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총선 이후’ 당내 주류세력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다음 대선의 당내 경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한편으로는 유권자 다수가 화끈한 물갈이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한국갤럽 조사에선 지역구 현역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27%)에 비해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45%)가 높았다. 과거 총선에서도 물갈이 민심은 비슷했다. 2016년 1월에 20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TNS코리아 조사도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30%에 머물렀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가 46%였다. 2012년 1월에 19대 총선과 관련해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역구에서 찍고 싶은 후보로 ‘현역 의원’(28%)보다 ‘다른 후보’(49%)가 더 많았다. 전반적으로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였다.
   
   지난 4월 갤럽 조사에선 모든 지역에서 현역 의원을 바꾸고 싶다는 응답이 다시 당선을 원한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현역 의원 교체 희망률은 대구·경북(50%)이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부산·경남(48%), 대전·충청(46%), 광주·전라(45%), 인천·경기(42%), 서울(41%) 등의 순이었다. 지지 정당별로는 한국당 지지층(55%)이 민주당 지지층(40%)에 비해 물갈이 욕구가 더 컸다. 과거에도 여당보다는 야당 지지층에서 현역 의원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갤럽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 10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54%)의 현역 의원 교체 희망률이 여당이던 새누리당 지지층(43%)보다 높았다. 큰 폭의 물갈이 공천을 통해 당을 확 바꿔서 정치 권력을 다시 가져오기를 원하는 마음이 야당 지지층에서 더 간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역대 총선에선 각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의 불출마와 공천 배제, 경선 탈락 등 물갈이 비율이 30~40%에 달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한국당의 전신(前身)인 한나라당 또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 교체율은 32.5~41.7%였고, 민주당의 경우엔 19.1~41.0%였다. 실제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정치 신인이 당선된 비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이 거셌던 17대 총선을 제외하면 평균 40%대였다. 역대 총선에서 초선 의원 비중은 16대 40.7%, 17대 62.9%, 18대 44.8%, 19대 49.4%, 20대 44.0% 등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총선에서 각 당의 현역 의원 공천 탈락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물갈이 욕구와도 비슷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현역 의원 두 명 중 한 명꼴로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선 물갈이 공천, 즉 ‘인적 쇄신’이 총선 승리의 기본 공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회를 바꾸고 지역구 의원도 참신한 인물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민심이 투표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현역 의원 교체율이 33.3%였던 민주당이 32.8%였던 새누리당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2012년 17대 총선에선 물갈이 비율이 41.7%였던 새누리당이 37.1%였던 민주당에 승리를 거뒀다. 2008년 18대 총선 역시 공천에서 현역 탈락률이 38.5%였던 한나라당이 19.1%에 그쳤던 민주당을 이겼다. 역대 선거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이 승패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20대 국회는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회 파행, 막말 논란 등으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만큼 각 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도 높아질 전망”이라며 “역대 총선의 물갈이 폭을 뛰어넘는 50%에 달해야 유권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04년 총선 ‘탄돌이’의 교훈
   
   하지만 현역 의원 대폭 교체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묻지마식’ 물갈이를 한다면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최근엔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가 필요하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지만, 철저하게 선수(選數)에 따라 움직이는 의원 사회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거수기’ 초선 의원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선 전체 당선자 중 정치 신인이 62.5%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4년 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TNS코리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69%에 달했다. 이 수치 역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른바 ‘탄돌이’(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초선 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매우 컸다는 의미다. 정치 신인의 양적인 증가보다는 질적인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원칙도 없이 다선 의원을 많이 솎아내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신념”이라며 “당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물갈이를 할 경우엔 ‘공천 학살’ 논란으로 인해 오히려 선거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섣부른 물갈이는 탈당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총선 수개월 전에 공정한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시기와 방식을 제도화해서 현역과 신인 모두 차분하게 준비하는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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