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최신예 전술핵폭탄 B61-12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photo USAF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최신예 전술핵폭탄 B61-12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photo USAF

북대서양조약기구(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동맹체이다. 나토는 1949년 4월 4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2개국이 북대서양조약을 체결하면서 출범했다. 나토는 냉전 시절엔 옛 소련이 이끄는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 진영의 안보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옛 소련이 붕괴된 이후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과 옛 소련의 일부였던 발트 3국 등이 나토에 가입함으로써 나토 회원국은 모두 29개국이 됐다. 냉전 종식 이후 나토는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평화 유지와 대(對)테러 작전,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에 참여하며 유럽 안보의 핵심 축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과 대립이 증폭되면서 나토의 역할은 다시 강화되고 있다.

나토가 지난 70년간 군사동맹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나토 회원국들이 단결해온 이유는 집단 방어체제 때문이다. 나토 조약 5조는 ‘어느 회원국이든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군사적으로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나토의 핵 공유(Nuclear Sharing) 전략 때문이다. 나토의 핵 공유 전략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 등 유럽 5개 회원국들이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고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탈퇴해 자국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말한다.

B-61 계열 전술핵 네 종류 500여발

나토는 1953년 옛 소련의 막대한 재래식 전력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유럽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유럽 회원국들은 미국이 워싱턴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걸 각오하면서 유럽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소련이 로켓을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은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처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1961년 ‘탄력적 대응전략(Flexible Response Strategy)’을 나토에 제시했다. 이 전략은 전쟁의 진행 상황을 크게 재래전-전술핵-전략핵 사용의 3단계로 나눠 대응한다는 것을 말한다. 소련이 재래식 전력으로 서유럽을 침공할 경우 미국과 나토는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하되, 소련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경우 전술핵을 사용하고, 그래도 격퇴가 불가능하다면 소련에 전략핵으로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나토가 이런 전략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자 프랑스 정부는 핵전쟁이 벌어져도 미국 본토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면서 독자적인 핵무장에 나섰다. 이후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프랑스 정부는 소련이 어떤 무기로 공격하든 자국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되면 보유 전략핵을 모스크바에 한꺼번에 퍼붓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당시 서독)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독일은 유럽의 중심 지역에 있다는 지리적 약점으로 인해 재래식 전쟁이나 전술핵을 사용한 전쟁이 벌어질 경우 독일 영토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생존을 위해 자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에 대한 사용권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1966년 나토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모든 회원국들의 국방장관들로 구성되는 NPG는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핵무기 정보와 핵전략 등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기구다. 이 기구의 결정은 만장일치제가 원칙이지만 핵무기 사용 여부의 최종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그럼에도 나토의 핵 공유 전략에 따라 나토의 유럽회원국 전투기들은 정례적으로 전술핵무기 인수, 인계, 장착, 발진 훈련 등을 실시한다.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는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B-61 계열 핵폭탄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B61-3, B61-4, B61-10, B61-11 등 네 종류 500여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160~240발은 독일 뷔헬(10~20발), 이탈리아 아비아노와 게디-토레(70~90발), 네덜란드 볼켈(10~20발), 벨기에 클라인 브로겔(10~20발), 터키 인지를리크(50발) 등 유럽 5개국의 공군기지 6곳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미국 본토에 있다.

평상시에는 전술핵을 미국 공군이 관할하지만 전시에는 워싱턴에서 송신되는 긴급행동메시지(EAM) 발사 코드를 미군이 B-61에 입력하면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보유한 F-16과 PA-200 토네이도 전투기들이 이를 적군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최신예 요격시스템인 S-400을 도입 중인 터키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터키에 배치된 전술핵을 다른 국가로 옮겼다는 설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전술핵 가운데 가장 위력이 큰 핵폭탄은 B61-11이다. ‘미니 누크(Mini-Nuke)’라고 불리는 이 핵폭탄은 길이 3.59m, 직경 34㎝, 무게 315㎏에 불과하지만 최대 위력은 340kt에 달한다. 지하 6m까지 파괴할 수 있어 적의 벙커나 지하 무기시설 등을 파괴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차세대 전술핵폭탄으로 B61-12를 개발 중인데 2020년까지 대량 생산해 2024년까지 실전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B61-12는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으로 산악지대나 지하 60m에 은신한 적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폭발력을 4개 수준(0.3kt·1.5kt·10kt·50kt)으로 조절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살상도 막을 수 있다. 원형 공산 오차(CEP)는 기존 핵폭탄의 20% 수준인 30m에 불과하다. 특히 적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F-35A 스텔스 전투기에도 B61-12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속 시험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나토식 핵 공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를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꼽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고, SLBM은 개발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 우주·미사일사령부(DEFSMAC)는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KN-23으로 분류하면서 사실상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국제미사일 전문가들은 KN-23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 양국군이 보유한 PAC-2·3 미사일(요격고도 15~20㎞), 주한미군이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요격고도 50㎞ 이상)는 물론 한국이 자체 개발한 천궁(철매2) 개량형(요격고도 20㎞) 등으로 요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개발 중인 L-SAM(요격고도 40~60㎞)도 회피기동을 하는 KN-23을 요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군이 운용 중인 PAC-3 MSE의 경우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한국군은 2021년부터 도입한다.

미군 장성이 네덜란드 볼켈 공군기지에 보관된 B61 핵폭탄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USAF
미군 장성이 네덜란드 볼켈 공군기지에 보관된 B61 핵폭탄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USAF

조만간 대량 생산할 북한판 이스칸데르

가장 중요한 점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탄두 무게는 480㎏, 직경은 92㎝이다. 북한이 그동안 공개한 핵무기의 직경은 60~70㎝이기 때문에 충분히 탑재가 가능하다.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5~10분 내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300㎜ 방사포를 혼용 운용하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사거리를 200~600㎞까지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사거리 600㎞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측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주요 군사시설인 계룡대, 평택 미군기지, 사드 배치 지역,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배치 지역 등은 물론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한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기항하는 일본 사세보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게다가 사거리를 1000㎞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거리 1000㎞일 경우 단거리를 넘어 준중거리 미사일(MRBM)로 분류된다. 북한은 조만간 이스칸데르급의 시험평가를 종료하고 대량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올 연말까지는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안보가 이처럼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평화 타령만 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작은 무기’라며 의미를 축소·왜곡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ICBM으로 위협만 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으로선 프랑스처럼 독자적인 핵 무장을 하기가 어려운 만큼 독일처럼 나토식 핵 공유를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및 예비역 장성들은 김정은이 끝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이 깨질 것이 분명한 만큼 한국과 미국은 ‘플랜 B’로서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월 25일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7월 25일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미 국방대학의 제안, 한·미·일 핵 공유

이와 관련,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NDU)이 지난 7월 25일 ‘21세기 핵 억지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작전 운용화’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일 양국과 핵 공유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국방대학은 국방부 산하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략 연구도 수행한다. 정책 제안 성격의 이 보고서는 핵 공격을 수행하는 전략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등 실제 핵 관련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의 영관급 장교 4명이 공동 작성했다.

보고서는 “급변 사태 발발 시 미국은 일본과 한국 등 특별히 선정된 아시아 파트너국과 비전략핵무기(전술핵)를 공유하는 잠재적이고 논쟁적인 새 개념을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동아시아에 전술핵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것은 지역 동맹국들에 대한 더 큰 안보 확신을 제공하는 추가적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과의 핵 공유 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고 북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과의 핵 공유는 나토식 핵 공유를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한·일 양국에 전술핵의 ‘공동 사용권’은 주되 나토와 달리 최종 핵무기 투사는 미국이 행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국방대학이 이런 보고서를 통해 한·일과의 핵 공유 협정을 제안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방증인 동시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실패를 상정한 ‘플랜 B’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상당량의 핵탄두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이를 제거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 때문에 ‘핵을 핵으로’ 억지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선 핵 공유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증강 상쇄 및 역내 영향력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핵 공유는 훈련 비용 등을 문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전략폭격기, 핵 항공모함 전개 등 핵우산 전력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을 잠재우고, 핵 공유에 따른 핵탄두의 운영·관리 비용을 한국과 일본에 분담하도록 할 수도 있다.

미국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국방대학의 이런 제안을 고려할 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식의 계속되는 도발”이라면서 “미국이 한국, 일본과 전술핵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도 “핵 공유에 대해 일본과 따로 논의해본 적은 없지만, 한국 정부 관리들과 과거에 논의한 적이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미·북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향후 북한의 핵 도발을 근본적으로 단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핵 공유에 대한 논의는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껄끄러운 관계로 볼 때 한·미·일 핵 공유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한·미·일이 긴밀한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해 핵 공유를 추진할 경우 사실상의 북한 비핵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