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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  동네를 파는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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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8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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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동네를 파는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 연희동의 오래된 두 개의 주택을 ‘연희대공원’으로 바꾸고 있는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11월 개장 예정인 ‘연희대공원’은 식물원과 동물원으로 나뉜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출구를 빠져나온 인파의 방향은 비슷하다. 현재 서울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연남동을 향하는 사람들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숲길공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길맥, 보틀숍, 버스킹, 돗자리족이 요즘 연남동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병맥주를 파는 보틀숍에서 맥주를 사들고 경의선숲길공원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길맥(길거리 맥주)’을 하면서 버스킹을 즐긴 적이 있다면 연남동을 좀 아는 사람들이다.
   
   2010년 홍대입구역 개통, 2015년 경의선숲길공원 개장과 더불어 홍대에서 밀려난 상권들이 연남동으로 이전하면서 연남동은 환골탈태를 거듭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까지 상권이 밀려들면서 집을 뜯어고치는 공사는 골목마다 익숙한 풍경이다. 정원 있는 붉은 벽돌집이 어느 날 카페 간판을 내걸고, 어느 날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다. 연남동은 외국인 배낭족들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 1번지인 마포구에서도 최고 밀집 지역으로 170여곳이 몰려 있다.
   
   
   연남동의 재발견
   
   연남동의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곳이 생겨나는 연남동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공간이 있다. 연남동에 와서 지나치면 아쉬운 ‘연남방앗간’이다. 1970년대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전국에서 찾은 장인들의 참기름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실제 방앗간은 아니다. 과거 방앗간이 그랬듯이 동네 사랑방 같은 소통의 공간을 내세우며 만든 로컬 브랜드 편집상점이다. ‘참깨라테’ 등 참깨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 외에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누군가의 상점’ ‘누군가의 책방’ ‘누군가의 작업실’이 자리 잡고 있다. 팝업스토어, 작가와의 협업,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는 이 공간들의 주인공은 그 누군가이다.
   
   연남동과 연희동의 경계,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연남장’은 로컬 창작자들의 라운지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래된 4층의 유리가공 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동네 소통의 場(장)’을 자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창작 스튜디오, 코워킹 스페이스, 전시공간, 레스토랑&카페로 이뤄져 있는 공간 중에서 연남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1층 레스토랑&카페이다. 이곳에서는 팝업스토어, 공연, 콘퍼런스 등 ‘로컬과 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살롱 역할을 하고 있다. 팝업 식당을 운영하다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콘퍼런스가 끝나고 재즈 공연이 이어지는가 하면 플리마켓이 열린다.
   
   연남방앗간과 연남장은 단순히 음식이나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연남동이라는 동네를 경험하고 소비하게 하는 곳이다. 두 곳은 모두 도시콘텐츠 전문 기업인 어반플레이의 작품이다. 도시재생, 동네, 골목상권 등을 키워드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로컬 비즈니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도시에도 OS(Operating System)가 필요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네 창작자들에게 판을 깔아주고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듯, 동네 창작자들을 키우고 유통하는 공간콘텐츠기획사인 셈이다. 그동안 도시재생 하면 문화기획자들이 정부 사업을 받아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용역으로 전락해 소모되다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어반플레이는 그 판을 뒤집고 주도적으로 동네를 브랜딩하고 동네를 팔고 있다. ‘연남방앗간’ ‘연남장’은 로컬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지점에 있다. 어떻게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경리단길, 서촌 등 F&B(식음료)에 기반해 순식간에 떴다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을 고민한다면 이들의 작업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 핫플레이스 연남동의 간판상점이 된 ‘연남방앗간’의 내부와 외부 photo 어반플레이

   로컬이 새로운 도시 성장동력으로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는 ‘로컬’이라는 단어가 뜨기 전부터 ‘로컬 전성시대’를 내다보고 공간 콘텐츠에 주목했다. 홍주석(37) 대표를 만나 동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컬숍,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비즈니스 등 ‘로컬리즘’이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홍 대표는 관련 세미나, 콘퍼런스 등에 불려 다니느라 정작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제는 공간 콘텐츠가 사람을 모으고,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가 하나가 될수록 로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전의 성심당, 부산의 삼진어묵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처럼 독특한 콘텐츠는 온라인 트래픽을 일으키고, 결국 새로운 오프라인 트래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물주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콘텐츠로 인해 공간의 가치가 상승한 것인데, 건물주는 건물의 가치가 올랐다고 착각하죠. 콘텐츠는 어디를 가든 그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콘텐츠만 있으면 건물주는 찾아오게 돼있습니다.” 홍 대표는 “5~10년 후에는 거꾸로 부동산들이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물주에게 콘텐츠를 구해주는 일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반플레이를 시작한 4~5년 전만 해도 로컬 비즈니스 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할 줄은 홍 대표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도시재생은 지자체 주도 아래 담장마다 벽화 그리기 바빴다. 어반플레이도 공간디자인업, 부동산개발업, 관광산업에 한 발씩 걸쳐 있는 생소한 개념의 회사였다. 현재는 로컬 생태계가 급팽창하면서 전국에 로컬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가 100여개, 팀으로 하면 1000여개에 달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말이다. 투자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홍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로컬 비즈니스에 들어오고 일반 투자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VC(벤처캐피털)들이 가세했다”고 말했다.
   
   어반플레이의 작업을 보면 그 변화의 방향을 더 이해하기 쉽다. 어반플레이는 연남방앗간과 연남장 외에 연남동, 연희동에서 새로운 공간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한 곳은 지난 6월 선보인 ‘정음철물’이다. 전파사와 철물점을 겸하면서 30년 가까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을 외관은 그대로 두고 ‘동네 집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하는 철물 편집숍으로 만들었다. 공간을 나눠 큐레이션한 부품을 파는 매장, 유튜브 ‘철물TV’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매장 한편에서는 신진 디자인 브랜드의 팝업 전시도 열린다. ‘내 집은 내가 고친다!’를 내걸고 연희동의 집수리를 도맡아 왔던 쿠움파트너스와 건축자재를 다루는 프로젝트데이, 어반플레이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이 모여들면서 그들과 동네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5년 내에 정음철물 100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 연희동의 30년 가까이 된 철물점을 집수리 플랫폼 ‘정음철물’로 만들었다.(왼쪽) 로컬 창작자들의 라운지 역할을 하는 ‘연남장’에서는 끊임없이 공연, 콘퍼런스, 전시 등이 열린다. photo 어반플레이

   도시개발의 판을 뒤집다
   
   어반플레이의 또 다른 프로젝트는 ‘연희대공원’이다. 정원이 넓은 연희동 주택 두 채를 한 곳은 반려동물 관련 창작자와 콘텐츠로 채운 ‘연희동물원’, 한 곳은 식물을 콘셉트로 한 ‘연희식물원’으로 만들었다. 11월 개장 예정이다. ‘연희회관’도 있다. 동네의 식품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공유주방, 식음료 관련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만들고 식음료 관련 이벤트 등을 열 예정이다. 책과 관련한 창작자들의 라운지 공간도 고민 중이다.
   
   홍 대표는 “7~8개 공간을 묶어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실험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 열린 ‘연희 걷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이다. 어반플레이의 이름을 알린 ‘연희 걷다’는 주민, 동네 상점, 작가들이 모두 참여한 지역 축제다. 다양한 이벤트로 축제 기간 골목골목 사람들을 불러들이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어반플레이가 만든 공간들처럼 지역 내에서 이런 앵커스토어(간판상점)들이 필요하다. 동네의 색깔을 만들고 커뮤니티 기능을 담당하면서 동네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반플레이의 공간 프로젝트는 80~90%가 건물 임대가 아닌 건물주와 매출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매출 셰어 방식이다. 공간 협업자들과도 마찬가지다. 홍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월세 오르는 것보다 권리금이 더 문제입니다. 초기 투자금도 회수 못 했는데 나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건물주와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파트너와 일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이들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건물주들에게 계속 알려줘야죠.” 도시개발이 부동산 소유에서 운영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프랜차이즈에서 개인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낯설다 보니 건물주를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것이 아직은 일이다.
   
   홍 대표는 어떻게 로컬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챘을까. 그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전공 수업시간마다 설계나 도면 그리기보다 ‘어떻게 이 공간을 쓸 것인가’ 하는 공간 기획에만 머리가 돌아갔다. 설계사무소에 취업해 도면만 보고 사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싶었다. 유학을 갈까, 방송 PD에 도전할까 고민하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간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매일 밤 모여앉아 ‘딴짓’할 궁리로 날밤을 샜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이다 보니 하룻밤에도 온갖 프로젝트가 수없이 만들어졌다 사라졌다. 그중 살아남아 수업시간에 올린 프로젝트가 실제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홍 대표가 석사 논문으로 쓴 것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도시이용형태 연구’였다. 사람들에게 GPS를 나눠주고 북촌 관람 형태를 추적했다. 그때 확인한 것이 ‘콘텐츠만 있으면 골목길 어디든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논문의 결론은 ‘대로변보다 온라인 트래픽이 높은 골목길이 뜰 것이다’였다. 2010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의 생각대로 시장이 폭발하면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쏟아졌다. 그들을 따라가기는 싫고 ‘관광벤처’사업으로 창업 자금을 받아 일단 연남동에 사무실을 얻었다. 2013년이었다. 창업도 아니고 작업실도 아닌 곳이었다. 그런데 전시기획 일이 계속 들어왔다. 연남동, 연희동을 베이스캠프로 3~4년간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했던 것이 현재의 어반플레이를 만든 토대였다. 잡지만 모아 전시를 한 ‘잡화점’을 통해 ‘이런 콘텐츠도 팔릴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전 성심당과 함께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도시의 변화를 그릴 수 있게 됐고 어반플레이도 급성장했다. 네이버와 서울산업진흥원이 투자를 하면서 ‘용역’에서 ‘스타트업’으로 포지션이 달라졌다.
   
   공간프로젝트와 함께 2015년부터 어반플레이가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온라인 미디어 ‘아는동네’이다. 동네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면서 다양한 로컬콘텐츠를 제공하고 매거진 ‘아는동네’ 시리즈를 내고 있다. 최근 나온 ‘아는 동네 아는 강원’까지 다섯 권이 나왔다. ‘아는 동네’ 취재를 통해 쌓인 사람, 장소 등 로컬 관련 데이터가 2만건을 훌쩍 넘었다. 어반플레이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는 연남동·연희동의 모델을 가지고 전국으로 나갈 계획이다. 일단 강남 역삼동 쪽과 내년 지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동네’ 라는 상품이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동네를 브랜딩하고 동네를 파는 홍 대표와 어반플레이의 꿈은 도시가 콘텐츠 가득한 유쾌한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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