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엘비파크는 구성이 매우 단출한 커뮤니티다. 실질적인 게시판은 세 개, 즉 ‘MLB타운’과 ‘한국야구타운’, ‘BULLPEN’밖에 없다. 사이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엠엘비파크는 미국 프로야구 리그인 MLB와 한국 프로야구 KBO를 중심으로 하는 야구 커뮤니티다.

맨 처음 시작도 소규모의 개인 사이트에서 시작했다. 규모가 커진 것은 지난 2006년 기성 매체인 ‘동아닷컴’에 인수되고 나서의 일이다. 지금 엠엘비파크의 도메인이 ‘donga.com’으로 끝나는 이유다. 동아닷컴 산하에 있는 사이트의 특성상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서도 별도의 순위를 매기지 않고 있다.

다만 다른 언론사 홈페이지에 비해 donga.com의 순위가 월등히 높은 점(8월 기준 25위), 월 방문횟수가 4172만회에 달하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중에서는 5위권 안에 들 것으로 예측된다.

엠엘비파크의 접근성은 매우 좋은 편이다. 굳이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게시물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댓글을 달고 글을 쓰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지만 별달리 까다로운 것은 없다. 회원등급이 나뉜다거나 활동영역이 달라지는 일이 없어 모든 회원에게 자유로운 권한이 주어진다. 다만 댓글을 달고 글을 쓴 회원의 지난 게시물을 모두 찾아볼 수 있고, 가입일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종종 정치적인 글을 올린 회원의 가입일을 확인해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그간 쓴 게시물이 없는 경우에는 ‘알바’로 취급하는 이용자들이 있다.

엠엘비파크에서 중요한 것은 야구다. 야구에만 두 게시판을 할당할 정도다. MLB타운과 한국야구타운 게시판에서는 야구 외의 다른 잡담은 허용되지 않는다. 야구 경기가 있는 시간이면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온다. TV 같은 대중매체 콘텐츠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감상을 올리며 공유하는 것을 ‘소셜 시청(social viewing)’이라고 하는데 야구에 관한 한 소셜 시청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 엠엘비파크의 야구 게시판이다.

야구 게시판에는 모든 구단의 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판 댓글은 야구 게시판뿐 아니라 엠엘비파크의 특징 중 하나다.

모든 대화가 허용되는 ‘불펜’ 게시판

‘불펜’이라고 부르는 BULLPEN 게시판은 일종의 자유게시판이다. 여기에서는 모든 주제의 대화가 허용된다. 야구 커뮤니티지만 불펜에서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축구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게시판의 상당수가 축구 글로 뒤덮인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도 인기 주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리는 날에는 게시판이 관련 게시물로 가득하다.

엠엘비파크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소셜 시청이 자주 이뤄진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롤드컵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도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오지만, TV 예능 프로그램 같은 기존 미디어 매체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온다.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일어나거나 이슈가 생길 때마다 게시판에서는 활발하게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런 게시판의 특징 때문에 이슈에 관심 없는 이용자와 이슈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이용자 사이에서 ‘관련 글을 올리지 말라’는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엠엘비파크 이용자의 성별을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야구라는 주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펜에서 주로 다뤄지는 이슈를 보면 남성 이용자들의 흥미에 맞게 진행될 때가 많다. 걸그룹 팬이 많아서 걸그룹에 대한 갑론을박이 항상 펼쳐지는 곳이 불펜이기도 하다. 해마다 걸그룹, 여자배우 등을 대상으로 인기 투표가 이뤄진다.

또 하나 인기 있는 주제는 ‘19금’ 콘텐츠와 관련된 것이다. 엠엘비파크에서 시작한 유행어 중 하나로 ‘주번나’라는 것이 있다. ‘주변이 번잡할 때는 나중에 보라’는 의미의 축약어인데 남들이 보면 민망할 수 있는 수준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서 붙이는 단어다. 엠엘비파크에는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 댓글이 많은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정렬돼 게시판 아래에 표시되는데 이용자들은 이를 두고 ‘담장’이라고 표현한다. 게시물이 마음에 들어 추천하면서 ‘담장에 걸려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엠엘비파크식 덕담이다.

민망한 ‘주번나’ 콘텐츠 가득

그런데 이렇게 담장에 거의 매일 올라가는 게시물 중 하나가 성인 콘텐츠다. 일본 AV(Adult Video) 배우의 사진이나 영상 캡처는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퍼온 일반인 사진도 자주 올라온다. 그때마다 이용자들은 ‘좌표를 찍어달라’거나 ‘품번(AV 동영상 번호)을 알려달라’는 댓글을 가득 남긴다. 그래서 엠엘비파크의 메인 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동아닷컴에서 제공하는 ‘화끈한’ 콘텐츠가 상시 노출된다.

이런 콘텐츠가 활발하게 오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엠엘비파크의 대다수 남성 이용자들은 페미니즘에 매우 적대적인 편이다. 여성 이용자가 많은 ‘여초 커뮤니티’에 대한 비판도 수시로 제기되고 페미니즘 이슈에 비판적으로 서술한 글은 많은 추천을 받는다.

인종 문제에서도 폐쇄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에 반대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무슬림에 대한 인식 또한 매우 부정적이라서 ‘할랄 음식’을 만드는 공장이 국내에 생긴다는 소식에 비판적인 글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원래 불펜은 친문 성향이 강한 게시판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아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띠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좀 다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민주당 지지층이 현격히 줄고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불펜 이용자의 대다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공정성’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불펜 이용자들이 정권에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이유도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문제에서 비롯됐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번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 중에서도 가족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불펜 이용자 중에는 20~30대 남성이 많은 편인데 부동산 문제, 취업 문제 등을 겪으면서 불공정함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편이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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