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에는 거의 모든 세계가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자꾸 커지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제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유튜브는 우리가 알고, 보고, 겪는 거의 모든 것을 재생한다.

한국에서 유튜브는 확실한 대안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TV나 신문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는 추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전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면 유튜브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뉴스 동영상을 시청했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전체의 40%로 38개국 평균 26%보다 훨씬 높았다. 터키, 대만, 멕시코에 이어서 유튜브 뉴스 시청률이 높은 국가가 한국이다.

유튜브를 보는 한국인 중 굉장히 많은 수가 뉴스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은 유튜브 시청 습관 조사마다 등장하는 얘기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뉴스를 소비하는 경로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였지만 유튜브도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이 조사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는 응답은 81.1%, 유튜브로 본다는 응답은 31.9%였다. 유튜브로 본다는 응답자가 카카오로 본다는 응답자 26.2%보다 많았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이용시간도 조사했는데, 정치정보 습득을 위해 유튜브로 개인 뉴스 채널이나 기존 언론사 채널의 뉴스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57.4분을 동영상 시청에 쓰는 걸로 나타났다.

이제 유튜브는 단지 동영상 시청 플랫폼이 아니라 포털사이트라 할 만하다.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를 보면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수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의 60%는 유튜브로도 정보를 검색한다. 10대 이용자의 경우 그 비중이 69.6%, 50대의 경우는 66.6%로 청소년과 장·노년층에서 유튜브를 통한 검색 서비스 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올해 발표한 ‘Z세대의 미디어와 가치 연구’ 보고서를 보면 80%의 Z세대, 즉 청소년들은 “유튜브가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유튜브에서 ‘~하는 법’을 검색했을 때 원하는 검색 결과를 못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박을 자르는 법부터 머플러를 매는 법, 화장하는 법은 물론, 대화하는 법, 연애하는 법부터 외로움 극복하는 법까지 보여주고 들려주는 ‘~하는 법’ 동영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전문가들은 동영상에 전문성을 첨가하기도 한다. 올바른 의학 지식, 미용 상식 같은 동영상은 늘 인기가 있다. 인문학·과학 가리지 않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유튜브다. 유튜브로 글쓰기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다. 나스미디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동영상은 예능, 영화, 음악, 드라마 순이었다. 많이 보는 1인 방송 콘텐츠는 먹방, 게임, 요리·맛집, 뷰티, 운동 순이었다. 이 결과는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유튜브가 트렌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세상을 만든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펭수’는 교육방송 EBS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로 대중에 선을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는 온라인상에서만 신드롬을 일으킬 법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 스타 펭수를 섭외하려는 공중파 TV 채널, 기존 미디어의 대기 행렬이 줄을 잇고 기업과 공공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미 이런 경향은 몇 년 전부터 두드러진 일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얻은 폭발적 인기는 전 세계 대중문화의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였는데 ‘강남스타일’의 인기 역시 유튜브 뮤직비디오 동영상 하나에서 시작했다. 그것이 전 세계 서로 다른 언어권의 대중문화에 보급되는 과정은, 유튜브가 현실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유튜브의 트렌드 매니저인 케빈 알로카는 “단순하면서도 공개적인 비디오 보급이 문화적 힘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2010년부터 유튜브에 근무하면서 대중문화와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는 그는 이제는 유튜브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 ‘유튜브 컬처’에서 그는 “유튜브 문화가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결합되고 인터넷 문화가 대중문화가 되면서, 우리의 웹 비디오 사용 방식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이 세상에 미치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그러니 이제는 유튜브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때다. 유튜브가 세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진정성’과 관련이 있다. ‘유튜브가 진짜 세계를 보여준다’는 믿음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현실에 ‘진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있다는 얘기다.

왜 한국에서 유독 유튜브의 뉴스 동영상 시청 비율이 높은지를 연구한 연구자들은 기존 매체에 대한 신뢰도에서 답을 찾는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서 보면 조사 대상국 38개국 중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는 38위로 가장 낮았다. 미디어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대신 찾는 것이 포털사이트와 유튜브다.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는 정치 성향에 달렸다. 중도층은 68%가 네이버 뉴스를 이용한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은 37%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성향 이용자들의 유튜브 뉴스 동영상 이용률은 각각 49%, 48%로 그보다는 훨씬 높다. 김선호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 유튜브가 정치적인 색깔이 뚜렷한 콘텐츠가 많이 유통되는 채널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뚜렷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유튜브 뉴스 동영상은 좀 더 믿을 만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개인 뉴스 채널을 신뢰하는 사람의 정치 성향이 보수이거나 진보라는 점을 밝혀냈다. 중도 성향의 사람들은 유튜브의 개인 뉴스 채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왜 사람들이 유튜브 개인 뉴스 동영상을 보는지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차별화된 뉴스를 추구하는 사람, 기존 미디어를 거부하고 자신과 유사한 견해를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만드는 버블

유튜브 뉴스 동영상 시청은 뉴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의 뉴스 동영상은 일차적으로는 현실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현실을 뉴스의 설명에 따라 재구성한다.

독일의 철학자 귄터 안더스는 이미 60년 전에 이런 사실을 예견했다. 안더스가 미디어 이론을 내놓을 당시 뉴미디어는 TV였다. 신문과 책 같은 활자매체가 TV에 밀려나고 있었다. 안더스는 TV가 보여주는 수많은 그림 속에 무능력해지는 사람들을 두고 ‘탈문자적 문맹’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이 사람들은 TV의 그림, 즉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TV는 현실을 모방하지만, 현실은 다시 TV의 그림을 모방한다. 다시 말하면 현실은 모방의 모방으로 왜곡되는 것이다.

한국의 유튜브 채널 중에 가장 성공한 채널로 꼽히는 ‘영국남자’는 어떻게 357만명의 구독자와 9억60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영국남자의 주된 콘텐츠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사회·문화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179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동영상은 ‘삼겹살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과 관련한 것이다. ‘치맥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동영상도 1400만번 이상 시청됐다. 사람들은 영국남자의 동영상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관찰하기를 즐긴다. 좋은 반응이 나오면 기분 좋아하고, 비판적인 반응이 나와도 꽤나 쉽게 수용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유튜브 동영상이 ‘진짜’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믿음 그대로 현실을 인식한다. 애초에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동영상 시청이 곧 현실 인식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 유튜브는 대안 미디어라고 할 수 있지만, 유튜브는 스스로를 미디어 산업이 아니라 테크놀러지 산업으로 규정한다. 이미 유튜브는 현실 세계를 너무 많이 반영하고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미디어로 분류되지만, 유튜브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유튜브는 단지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많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뿐이다.

이 알고리즘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유튜브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선택하고 시청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동영상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자율성을 방해한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유로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맞춤형 정보가 많아서’를 꼽는다. 하지만 이 다양성과 적절성은 사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버블’이다. 비누거품이 많은 걸 가리듯이 유튜브 버블도 콘텐츠 선택의 과정을 가리면서 유튜브의 동영상 시청을 객관적이고 다양하며 자유롭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택’한 그대로 세상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자유와 선택, 현실 인식이 하나로 이어지는 유튜브에서는 ‘팬덤’이 쉽게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내 취향에 맞게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유튜브 동영상으로 세계를 배웠으니, 그 세계는 옳고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은 단단하고 확고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 개인적으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일어나는 데 그치지만, 전체 사회로 보면 조금 더 위험하다. 각자 열정적인 팬덤에 맞춰 세계가 분절(分節)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버블이 터질 때

만약 유튜브 이용자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하더라도, 유튜브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도 의지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이용자들이 유튜브에서만 머무를 수 있도록 인도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생활습관이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43.6%나 됐다. 유튜브 이용자의 42.8%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유튜브에 접속한다. 유튜브에서는 모든 것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한창 유행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 장르 중 ‘ASMR’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어로 쉽게 설명하자면 일상에서 내는 소음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파도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은 자연적인 소음 외에도, 공책에 글씨를 쓸 때 나는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 같은 것들이다. ASMR이 조용한 자극을 통해 오히려 안정감을 얻게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의도적으로 이 ASMR을 만들어내 반복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ASMR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와는 별개로 아주 작지만 확실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유튜브는 얼마든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늘 인기가 있는 영상 중에는 피부에 난 여드름을 짜는 동영상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여드름 짜는 영상’ 중에는 아예 외국어 자막까지 붙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많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역겹지만 계속 보게 된다’ ‘쾌감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케빈 알로카는 이를 두고 개인적이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가지고 있는 욕구를 유튜브가 충족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유튜브는 이용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즐기고 있는 특정 뇌 반응들을 자극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발”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늘 인기를 얻는 동영상들은 숨겨진 자극과 욕구에 대한 것이다. 귀엽고 신기한 반려동물의 모습,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더그아웃에서 반응하는 야구선수들, 살인 사건에 숨겨진 미스터리 같은 주제가 그렇다.

이런 ‘재미 추구’ 경향은 유튜브를 중독적으로 이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정보공학자 제인 클로바스에 따르면 재미를 추구하고 자극을 해소하기 위해 유튜브를 이용할수록 유튜브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이지만 이렇게 유튜브에 중독된 사람들은 반복되는 자극에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또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유튜브가 극단적인 자극으로 향하기 쉬운 이유다. 혐오 발언, 통제되지 않은 자극적인 장면 같은 논란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다.

결국 유튜브는 거대한 ‘유튜브 버블’을 만들어낸다. 유튜브 버블이란, 실제 사회와는 달리 유튜브로 형성된 분절적이고 과장된 세계를 말한다. 자유롭게 유튜브를 시청하고 자신의 주관을 성립해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 세계가 아닌지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자극들이 유튜브를 통해 계속해서 충족되는 것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가 만들어내는 과장된 세계, 흥미롭고 자극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유튜브 버블은 커져가고 있을 뿐 누구도 규제할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튜브 버블은 활자매체에서 TV로, TV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미디어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유튜브가 아니라도 어떤 버블이든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 버블을 생겨난 그대로 흘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무분별한 촬영을 금지하는 ‘노(NO) 유튜버 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유튜브 버블이 어떤 한계를 맞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유튜브 버블의 끝이 무엇일지, 서서히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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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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