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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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물리학과 박규환 교수 연구실 벽에 ‘眞光不輝(진광불휘)’라는 한자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지난 10월 28일 찾아가 만난 박 교수는 이 한자에 대해 “‘진짜 빛은 반짝이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선친이 마음 수양을 하라며 써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액자 속 글귀는 최근 주목받은 그의 연구와 관련이 있다. 그는 ‘완전 무반사 원리’ 연구를 해냈다. 무반사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순간 어리둥절했는데 그는 “응용 분야가 매우 많다”라고 말했다. 국방 분야에서 레이더의 추적을 막는 스텔스 기술의 완성에 사용될 수 있고,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에 태양전지의 효율을 올리는 데 쓸 수 있다고 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8년까지 5년간 ‘완전 무반사 원리’ 연구를 했다.

박규환 교수는 광학자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방의 눈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고양이와 같은 포식자와는 달리 밤에 눈이 빛나지 않는다. 약한 동물은 포식자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빛 반사를 없애는 쪽으로 눈을 진화시켰다. 나방 눈 표면에는 나노 사이즈의 돌기들이 있다. 돌기가 있으면 빛 반사가 잘 안 된다. 나방 눈의 무반사 현상이 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나노는 10억분의 1(10–9)을 의미한다. 나노 크기의 돌기를 가졌기에 나방 눈이 반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1970년대에 발견됐다. 그렇다고 해서 나방 눈과 같은 무반사 기술이 빛을 완전히 반사시키지 않는 건 아니다. 달리 말하면, 빛을 100% 흡수하지는 않는다. 특정 파장의 빛과, 일부 입사각도에서만 무반사가 일어난다. 입사각도가 사방팔방이고, 온갖 색이 합해진 ‘백색광’은 흡수하지 못한다.

광학자는 대부분 빛의 무반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무반사는 학문적으로 연구할 게 없고, 기술적인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게 학계 분위기였다. 인기 없는 연구 주제였다. “물리학에도 학자 사이에 유행하는 연구 분야가 있다. 나는 다른 길로 갔다. 인기 많은 건 그만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파보자고 생각했다. 목디스크가 생길 정도로 무반사 연구를 했다.” 박 교수의 연구는 2018년 한국광학회 학술대상을 받으면서 인정받았다. 논문은 같은 해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광학)에 실렸다.

박 교수 연구의 핵심은 ‘비국소적인(non-local) 메타 물질’을 쓰면 완전 무반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어떤 원리, 어떤 물질이 무반사에 필요한가를 밝힌 셈이다. ‘비국소적인’이라는 말의 뜻에 관해 박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소적이라는 건 어떤 지점을 손으로 누르면 그 지점만이 반응하는 걸 가리킨다. 그런데 때로는 어느 지점을 눌렀는데, 다른 지점도 반응하면 이걸 비국소적이라고 한다. 어느 지점의 물질이 다른 지점의 빛들에 반응하면 비국소적인 현상이다.” 또 다른 낯선 용어는 메타물질이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없는 물질을 실험실에서 만든 것, 즉 인공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실험으로 완전 무반사 구현

박 교수는 학술지에 이 이론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고했다. 그런데 논문 심사자가 “현실적으로 만들 수 없다면 연구가 의미 없는 거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박 교수는 실제로 무반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파라는 비교적 긴 파장의 빛 반사가 99% 차단되는 걸 실험으로 구현했다. “마이크로파로 실험한 것은 간단하게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층으로 된 구조체를 잘 조합하면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그리고 입사각도 75도까지는 빛 반사를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다. 빛 반사율이 1% 미만이니, 99%의 무반사를 이끌어낸 것이다.”

박 교수는 무반사 연구의 어려움과 관련해 두 가지를 말했다. “이론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석적인 이론을 만들고 컴퓨터 계산을 통해 완전 무반사가 되는 걸 확인하면 되었다. 그런데 검증을 하기 위한 컴퓨터 코드나 알고리즘이 개발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코딩을 하고 알고리즘을 짜야 했다. 두 번째는 ‘무반사를 구현할 수 없고 이론만 있으면 뭐하냐’는 지적을 받았을 때다. 결국 이론부터 구현하는 검증 실험 설계까지를 혼자 한 후에 마이크로파 실험은 학생과 같이 진행했다.”

박규환 교수의 실험실 이름은 ‘나노 광학 실험실(Nano Optics Lab)’이다. 나노광학(Sub-wavelength optics)은 빛의 파장보다 짧은 나노 크기에서 일어나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그리고 새로운 응용소자를 탐구한다. 박 교수는 “지난 10년간 나노 광학을 연구해왔다”라고 말했다. “인류가 빛을 이해해온 단계를 보면 크기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일상에서 우리 눈으로 접하는 크기의 문제를 연구했다. 빛의 직진, 반사와 같은 거다. 19세기를 지나면서 빛의 파동이라는 성격을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파동의 크기인 ‘파장’이라는 단위가 나왔다. 사람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은 파장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미터는 10–6m)가 안 된다. 0.4~0.7마이크로미터다. 그런 크기의 구조체가 빛과 상호작용을 하면 빛의 파동성이 두드러진다. 물리학자는 빛에 관해 오래 연구해왔고, 그 결과로 빛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노 크기의 광학을 하게 되면서 빛의 특성과 관련한 새로운 걸 많이 발견했다.”

빛을 제어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지난 10~20년간 특히 그랬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나노 구조체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결이 맞는 빛 다발인 레이저 발생 장치를 아주 작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응용 분야가 나왔다. 예전 같으면 큰 렌즈를 써서 할 수 있는 걸 요즘은 나노 사이즈 구조체를 갖고 한다. 원자와 분자도 빛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공적으로 많은 노벨상이 나왔다. 최근에 와서는 생명현상과 관련된 바이오시스템도 빛으로 제어한다. 박 교수는 또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불순물과 결함을 알기 위해 나노광학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의 선폭이 10나노미터로 좁아지니 거기에 불량이나, 불순물이 끼여 있으면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노광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된다고 했다.

박규환 교수는 “지난해 여름 나노광학 연구를 위해 ‘KU Photonics(고려대학교 광학)’를 만들었다. 고려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 그리고 융합대학원(KU-KIST) 소속의 젊은 교수 9명이 참여한 연구소다. 아주 잘하시는 분들이다. 매달 모이며, 학생도 훈련시킨다. 아직 학교 조직도에 없지만 단과대학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 나노광학을 세계적으로 선도(leading-edge)하자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빛으로만 ‘독’과 ‘약’ 구별되는 탈리도마이드

박규환 교수는 ‘고려대학교 광학’ 연구진 3명과 지난해 ‘나노광학 기반의 카이랄 센서 기술’ 연구도 시작했다. 전자과 김수진 교수, 물리학과 공수현 교수, 융합대학원의 이승우 교수와 최소 2년 반을 연구할 거라고 했다.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기초연구실(BRL)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성과를 내면 5년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카이랄 센서 기술’ 연구는 빛으로 ‘독’과 ‘약’을 구별할 수 있는 데 기반한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물질은 화학구조식에서 ‘독’이 될 수 있는 물질과, ‘약’이 될 수 있는 물질이 구별되지 않는다. ‘카이랄’은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하는 것이며,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오른손 물질은 ‘약’이나 왼손 물질은 ‘독’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됐다. 그런데 이를 복용한 임산부 일부가 팔다리가 짧은 기형아를 낳았다. 오른손 탈리도마이드는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제약회사에서 숙취 해소 약을 만들 때 잘못하면 거울상으로 뒤집힌 ‘왼손’ 탈리도마이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 물질은 질량이 똑같다. 그러니 질량분석기로 구별할 수 없다. 이 경우 빛을 이용해 구별이 가능하다. 빛은 ‘독’인지 ‘약’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원형 편광’은 오른손 물질과 왼손 물질에 다르게 반응한다. 뱅글뱅글 돌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빛이 원형 편광이다. 문제는 그 차이를 알아내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것. 박 교수는 “나노 구조체를 붙이면 그 차이를 알아내는 감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나노광학의 중요한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박규환 교수는 지난 10월 24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물리학회 행사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고, 이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도 연구를 소개했다.

나방 눈을 1만8000배 확대한 모습. 돌기들로 빽빽하다. ⓒphoto 애스크네이처
나방 눈을 1만8000배 확대한 모습. 돌기들로 빽빽하다. ⓒphoto 애스크네이처

입자물리학에서 시작해 광학자로

박규환 교수는 원래 광학자가 아니었다. 그가 서울대 물리학과 학부(1978년 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의 브랜다이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는 입자물리학자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빅뱅 이후 우주의 안정성’에 관해 썼다. 이후 그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그의 연구 분야 궤적을 보면 입자물리학→ 끈이론→ 수리물리→ 광(光)솔리톤→ 광학이다. 박 교수는 “나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로렌스 애벗)가 이론물리학자였으나 지금은 생물학과 교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메디컬센터에서 신경과학 교수로 일한다. 지금 와서 보니, 내가 옛 지도교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나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입자물리학 다음으로 연구한 끈이론은 당시 물리학의 최고 두뇌가 몰리는 분야였다. 그는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2D conformal field theory’를 연구했다. ‘2D conformal field theory’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고, 했던 일은 행렬(matrix)을 무한대×무한대로 키우면 로저 펜로즈(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세계적인 수리물리학자)가 만든 ‘트위스터 이론(twister theory)’이 된다는 걸 증명한 거다.” 나는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로저 펜로즈는 세계적인 학자이고, 그의 이론을 확장하는 연구를 했다면 그건 상당한 성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1990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스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그룹에서 2년간 연구했다. “호킹과는 소통이 쉽지 않았다. 그러니 그와 일을 같이 했다기보다는(오늘날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로 일하는) 게리 기번스, 폴 타운젠드와 연구했다. 호킹 관련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런 얘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케임브리지에 있을 때 옥스퍼드에 있는 로저 펜로즈 교수가 초청해 옥스퍼드로 가서 세미나를 하기도 했다. 로저 펜로즈의 ‘트위스터 이론’을 연구한 게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트위스터 이론을 발전시켜 난류(turbulence)와 같은 비선형적인 현상을 수학으로 완벽하게 풀어보려고 했는데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이를 할 수 있는 수학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후 한국에 와서 경희대 교수로 일하면서 10년간 솔리톤(soliton)을 집중 연구했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이다.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은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리학이 자연과 만나야 하는데 떨어져 있다. 나는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자연을 원했다. 그래서 솔리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솔리톤 연구, 빛을 천천히 가게 하기

어떤 파도는 물 깊이가 얕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사라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며 아주 멀리까지 이동한다. 펄스가 모양을 바꾸지 않는 이 현상은 솔리톤이라고 불리는데 19세기에 발견됐다. 모양을 유지하는 파도를 만들어내는 현상에 ‘온(on)’이라는 입자 이름이 붙어 있다. 이는 안정적인 모양을 유지하기 때문에 입자와 같이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선형적인 현상인 솔리톤은 플라스마 안에서도 1960년대에 발견됐다. 박 교수는 “경희대에서 일하면서 10년간 솔리톤의 수학적인 구조 등 여러 가지를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1997년쯤 자연에 솔리톤 이론으로 기술되는 게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학술지에서 솔리톤 이론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수식을 봤는데, 자신의 연구와 비슷한 수식이 전혀 다른 분야에 등장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광학, 원자물리학과 같은 분야였다.

박 교수는 이후 이 분야에 응용하면 좋겠다고 보고 솔리톤 연구를 계속해서 ‘굉장히 긴’ 논문을 썼다. 하지만 학술지에 보냈더니 아무도 심사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학술지 편집자가 심사를 부탁한 7명의 학자는 돌아가면서 모두 내용을 모르겠다며 거절했다. “8번째로 논문 심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광학자였다. 이 사람이 ‘당신이 쓴 논문 내용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광학에 있다. 그 난제를 풀어내면 이 논문이 옳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그 광학 문제를 푼 논문을 써서 보냈다. 그 결과 내 첫 번째 논문은 심사 없이 출판됐다. 첫 번째 논문은 나중에 러시아 과학자가 이따금 자신의 논문에서 인용했다. 그들만 내 논문을 이해했다.” 그때 쓴 논문 제목이 ‘결 맞는 광 펄서 전파를 위한 장이론’으로 1998년 6월 미국 물리학회 학술지 ‘피지컬 리뷰 A’에 실렸다.

솔리톤 연구는 ‘광(光)솔리톤’ 연구로 진화했다. 광통신의 신호를 솔리톤으로 만들면 안정적으로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박 교수는 1999년 5월 최고의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CW교통신호를 이용해서 솔리톤 광신호 제어하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념비적인 논문”이라면서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1~2년 후 하버드대학의 물리학자 리나 하우(Rena Hau) 교수가 원자 물리학의 다른 방식으로 연구해 ‘빛을 천천히 가게 하는 걸 구현했다’는 논문을 썼다. 하버드대학에서 그 연구를 엄청 띄웠다. 빛을 세우거나 천천히 가게 하는 이 연구는 내가 먼저 한 것이다. 나는 논문 홍보를 할 줄 몰랐다.”

실험하는 이론학자, “교수의 교수인 셈”

박규환 교수는 2000년에 미국 로체스터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광학’으로 연구 분야를 다시 바꿨다. 로체스터대학의 솔리톤 권위자인 비선형 광학의 대가 조 애벌리 교수와 공동연구했다. 실험가인 로버트 보이드 교수와도 함께 일했다. 그리고 연구년을 마치고 경희대에서 고려대로 옮겨왔다.

박 교수는 2010년쯤부터는 이론 연구뿐 아니라 실험도 하고 있다. “실험을 알아야 이론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론만 하면 현장에서 뭔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실험가가 발견한 걸 이론으로 해석하는 등 그들의 연구를 도와주거나 연구에서 보조역할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 또 (나의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며, 그들이 취업하는 데도 좋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욕심을 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교수들의 교수’로 불린다. 같은 대학의 후학인 최원식 교수는 언젠가 언론에 쓴 글에서 “나 말고도 많은 실험 과학자가 그에게 해석을 부탁한다. 그는 교수의 교수인 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 후배 교수가 귀띔해주지 않았으면 박규환 교수를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그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학자가 아니었다. ‘무반사’형이었다. ‘진짜 빛은 빛나지 않는다’는 선친이 써준 글귀를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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