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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0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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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양자컴퓨터 낙관론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이게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대전 대덕연구특구의 표준과학연구원 내 첨단동 지하의 ‘LAB-B19’호실. 높이 2m가 좀 더 되는 푸른색 철제 빔으로 만든 사각형 구조체가 두 개 서 있고 각각의 구조체 안에는 원형 구조물이 들어 있다. 이 구조체들은 많은 장비와 연결돼 있다. 양자컴퓨터를 보기는 처음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원형 구조물의 자기장 차폐물을 벗기니 원통형의 흰색 냉동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양자컴퓨터냐”고 묻자 정 박사는 “그게 아니다. (방 안의 장비들을 가리키며) 이 모두가 양자컴퓨터다”라고 말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원형 냉동기 내부는 절대온도 0.007캘빈이다. 냉동기 옆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에는 ‘7.***’라는 글씨와, ‘T under’라는 글씨가 보인다. 정 박사는 냉동기 내부 온도라고 했다. 냉동기 내부를 이처럼 절대온도 0도에 아주아주 가깝게 유지하는 건 이렇게 낮은 온도에서 양자컴퓨터가 필요로 하는 양자물리학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냉동기 안에는 장비들이 들어 있다. 냉동기 안에 넣은 시스템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실험실 문 안쪽에는 한 장의 사진 이미지가 종이에 프린트된 게 있었다. 실험실의 한 학생은 “IBM이 공개한 자신들의 양자컴퓨터 사진이다. 우리가 구축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 최고의 양자컴퓨터 개발팀
   
   정연욱 박사는 초전도 양자컴퓨터 연구자다. 그는 “한국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연구 분야에서 우리 팀이 단연 앞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최소 정보단위인 큐비트로 어떤 걸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류되는데, 정 박사가 하는 ‘초전도 큐비트’와 ‘포획된 이온’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기업 구글은 지난해 10월 자신들이 만든 양자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앞선다는 의미의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구글의 양자컴퓨터가 바로 ‘초전도 큐비트’를 사용한다.
   
   정 박사 그룹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4월에 모집한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개발’ 연구과제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정 박사는 “당시 외국인 전문가들이 와서 심사를 했기 때문에 더 공정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많고, 과제 수행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자랑했다.
   
   실험실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같은 건물 1층 작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세미나용 책상을 앞에 두고 정연욱 박사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정 박사는 구글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는 구글의 양자우월성 실험을 주도한 물리학자를 잘 알고 있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팀장은 존 마르티니스(샌타바버라-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정연욱 박사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2년부터 미국 표준연구기관인 NIST(콜로라도 볼더)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때 ‘펠로(fellow)’이던 존 마르티니스의 실험실이 정 박사 실험실 바로 앞에 있었다. 정 박사와 존 마르티니스는 같은 양자전자기부(Quantum Electromagnetics Division) 소속이었고, 프로젝트만 달랐다고 한다. 당시 정연욱 박사는 ‘조셉슨 전압표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존 마르티니스는 양자컴퓨터 관련 ‘초전도 큐비트’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한다. 정연욱 박사는 “마르티니스는 완벽주의자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마르티니스는 NIST에서 몇 명과 초전도 큐비트 개발을 하다가 2004년쯤 샌타바버라-캘리포니아대학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10년간 연구한 뒤 2014년 이 팀의 핵심 멤버들과 함께 구글에 적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샌타바버라-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과의 존 마르티니스 교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그는 이 대학 교수이면서 구글의 연구과학자(research scientist)로 돼 있다.
   
   정 박사는 “양자우월성 이야기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3~4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에 마르티니스가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논문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구글의 양자우월성 발표 뒤에 경쟁업체인 IBM이 구글 팀의 논문 내용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정 박사는 “의미 있는 반론이나 IBM은 약점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연욱 박사를 만나기에 앞서 고려대 조동현 교수(물리학과 원자물리학 정밀측정)로부터 들은 “양자컴퓨터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얘기를 전하자 정연욱 박사는 “조동현 교수의 말이 정확하다. 5년 후에 양자컴퓨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다 거짓말이다. 그런 컴퓨터는 앞으로 상당 기간, 내가 죽기 전까지 나오기도 힘들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정 박사 역시 “일각에서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암호가 다 깨지고 인공지능이 양자컴퓨터로 되고, 대한민국 수퍼컴퓨터의 다음다음 모델은 수퍼컴퓨터가 아니라 양자컴퓨터라고 말한다. 그런 일은 가까운 시일에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과잉기대는 양자컴퓨터를 오히려 죽인다”
   
   현재 한국의 정부와 과학기술자 커뮤니티 일각에서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에 수천억원을 쏟아붓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데 정연욱 박사 역시 이를 극도로 경계한다고 했다. “양자컴퓨터는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시간도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과잉기대’와 ‘부풀려 말하기(overselling)’가 되면 이 분야가 빨리 죽는다. 확 돈 태우고 확 죽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 정연욱 표준과학연구원 박사와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의 양자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같은 점과 다른 점은 어디일까. 같은 지점은 수천억원을 쏟아붓자는 일각의 생각에 조심스러워하자는 거다. 두 사람의 다른 지점에 대해 정연욱 박사는 “조동현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게 아니라 기초연구를 하자고 한다. 반면 나는 실용적인 입장이다. 초보적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지금부터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구글이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건 명명백백하다”라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는데 양자컴퓨터는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컴퓨터가 아니다. 지금의 컴퓨터가 하는 계산은 거의 영원히 지금의 컴퓨터가 할 것이다. 물론 양자컴퓨터를 디지털컴퓨터처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양자컴퓨터는 비싸고, 오퍼레이션도 까다롭고, 덩치도 크다. 양자컴퓨터로 그런 일을 하는 건, 비유적으로 말하면 최고급 경기용 자동차인 페라리를 몰고 배추 배달을 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도대체 왜 필요할까. 정연욱 박사는 “지금 컴퓨터가 못 한다고 알려진 계산이 있다. 그중의 특별한 몇 개 계산은 양자컴퓨터가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양자컴퓨터가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계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디지털컴퓨터를 쓰다가 중간에 특정한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하면 100만배 빨라지는게 있다고 하자. 그때 시키면 된다.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양자컴퓨터에 계산을 하라고 던진다. 예컨대 열차표 예매를 들어보자.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PC로 표를 예매하나 그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른다. 앞으로는 그중의 일부를 양자컴퓨터가 수행할 수도 있다. 그 계산을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양자컴퓨터가 클라우드 상태로 처리하는 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양자컴퓨터 사용 모델이다.”
   
   양자컴퓨터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계산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자 정 박사는 “지금은 몇 개 없다. 어렵기만 한 것들이다.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지금은 모른다. 초보적인 수준의 양자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스케일의 구글 머신이 있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달려들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용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애플이 처음 내놓았을 때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때도 지금 아이폰이 하고 있는 많은 일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정 박사는 “양자컴퓨터도 앞으로 진화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글이 만든 건 인공적인 양자계
   
   그는 양자컴퓨터가 실현될지 아닐지도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양자컴퓨터에 대한 투자 흐름을 보면 오랫동안 그랬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기술 개발은 단기, 장기로 나눠 볼 수 있다. 가령 달 여행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고 시간도 10년 걸릴 거다. 양자컴퓨터는 달 여행보다 더하다.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시간이 10년 걸릴지 20년 걸릴지 모른다. 미국도 초석을 다져왔다. 지난 10년간 많은 돈을 양자컴퓨터에 썼다. 그럼에도 미국 덩치를 생각하면 큰돈은 아니다. 양자컴퓨터라는 토픽을 가지고 양자 엔지니어를 육성하고 양자역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그러다가 싹수가 보이면 계속 가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는 거다. 그런 일이 지난 20년간 일어났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는 2014년이다. 구글이 이해 9월 존 마르티니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5년 후에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
   
   그는 구글이 지난해 10월 한 일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구글은 인공적인 양자계(system)를 만든 것이다. 100% 양자역학 논리로 돌아가는 기계다. 물론 구글이 당장에 쓸모 있는 일을 못 했는지 모른다. 난수 발생, 이건 단순한 수학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의 단 하나의 문제라도 고전적인 컴퓨터가 못 하는 걸 했다는 게 중요하다. 구글은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게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다.”
   
   정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 1988학번으로 서울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1999)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초전도. 석사 때는 초전도 센서를, 박사 때는 초전도 디지털 회로를 연구했다. 초전도는 절대온도 0캘빈에 가깝게 내려가면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정연욱 박사는 “나는 초전도 소자를 만드는 데 특장이 있다. 소자(device) 제작 기술에 에지(edge)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 박사는 미국표준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2002~2004)으로 일하던 중 ‘조셉슨전압표준’을 연구하며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조셉슨접합 수가 많을수록 좋은 회로다. 당시 1볼트 칩에 조셉슨접합이 3만2000개 들어갔다. 내가 이걸 3년 만에 5배로 늘렸다. 칩당 15만개를 집어넣었다. 전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콜로라도 볼더는 자연풍광이 좋고,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정연욱 박사는 2005년 대전에 있는 표준과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표준과학연구원에서도 조셉슨전압표준 관련 업무를 몇 년 더 했고 이후에는 온도 표준을 새로 정의하는 연구를 했다. 2009년쯤인가, 당시 상급자인 이호성 박사에게 양자컴퓨터 연구를 해야겠다고 말하자 이호성 부장이 흔쾌히 승락했다.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 속도는 게걸음과 빠른 걸음을 반복해왔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세계적으로 1995년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가 1999년 박사학위를 받을 때는 양자컴퓨터가 미래 기술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런데 2002년에서 2006년까지는 기술 향상이 주춤했다. 열심히들 하는데 기술이 안 올라갔다. 여기까지인가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리고 2007년, 2008년쯤인가부터 미국 정부가 큰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대형 연구과제를 진행시켰다. 중앙정보국(CIA)이 돈을 댔고, 미국에서는 이 분야 한다는 사람들이 다 연구에 몰려들었다. 기술이 다시 올라가는 게 보였다.”
   
   정연욱 박사는 2010년쯤 ‘초전도 큐비트’ 1개를 만드는 과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양자컴퓨터가 아니었다. 지금은 큐비트를 여러 개 돌리고 양자컴퓨터를 하겠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시작한 게 10년이 되었다. 나의 40대를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갈아넣었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큐비트 수와 큐비트의 질, 즉 정밀도 두 개로 보아야 한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다. 구글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가 53개다. 정연욱 박사에 따르면 큐비트 수가 50개를 넘어서면 양자컴퓨터의 능력이 현재 디지털컴퓨터 중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수퍼컴퓨터의 메모리 수준으로 올라선다. 구글의 양자컴퓨터가 양자우월성을 돌파했다는 건 그들이 가진 큐비트 수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정 박사는 큐비트 수가 60개가 되면 수퍼컴퓨터보다 성능이 1000배 이상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큐비트 수만 좋아서는 안 되고 큐비트 한 개의 질이 어떤가, 그 큐비트들이 서로 연결되었을 때 제대로 작동되느냐 하는 것을 같이 봐야 한다.
   
   
   구글의 정밀도 따라가는 중
   
   정연욱 박사 팀은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정 박사는 자신의 팀이 한국 최고의 초전도 큐비트 연구팀이라고 했다. 정 박사는 2012년쯤 첫 번째 큐비트를 돌렸다고 했다. 그리고 큐비트 2개를 서로 연결해 ‘양자얽힘’ 상태를 구현한 데 성공한 게 2016년 혹은 2017년이다. 그리고 재작년과 작년에는 큐비트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은 양자물리학의 핵심 원칙인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결맞음(coherence)’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정연욱 박사는 “결맞음 시간, 즉 T1이라고 부르는데, 이걸 127마이크로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수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관련 연구과제를 따낸 바 있는데 이를 보면 연구의 진척 상황을 알 수 있다. 정 박사는 “연구재단 과제는 양자컴퓨터를 작게라도 보이라는 것이다. 큐비트 5개로 돌아가는 양자컴퓨터를 3년 안에 만들어야 하고, 또 요구하는 정밀도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큐비트 1개의 신뢰도는 95%, 큐비트 2개 때는 신뢰도 80%가 되어야 한다. 큐비트는 쓸 때뿐 아니라 읽을 때도 정확히 읽어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양자컴퓨터에 0 혹은 1을 쓸 때도 읽을 때도 에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큐비트를 읽을 때의 신뢰도는 90%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연욱 박사는 “이건 하면 된다”고 했다.
   
   표준과학연구원은 내부적으로 또 다른 목표가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은 정밀측정과학을 하는 곳이다. 때문에 요구하는 정밀도 수준이 외부 과제보다 높다. 정 박사는 “내부 목표는 큐비트 2~3개이고, 정밀도는 99.9%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정밀도는 몇 년 전에 99.6%를 달성했다. 이는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구글의 현재 정밀도는 99.9% 이상인데 정 박사팀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5개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는 양자컴퓨터가 아니다. 이건 양자컴퓨터를 하기 위한 장난감(toy) 머신”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박사는 당초 표준과학연구원이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력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정 박사의 표준과학연구원 팀은 연구원 4명과 학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 박사는 “우리는 양자컴퓨터를 한다기보다는 현재로서는 그걸 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큐비트 수를 늘리려면 팀원을 늘리면 된다. 큐비트 두 개당 박사 한 사람을 갈아넣으면 된다. 물론 한국에는 이걸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미국도 양자 스마트(Quantum Smart)한 연구자가 별로 없다. 그러니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현재의 50큐비트가 100큐비트가 되면 양자컴퓨터 개발에 마일스톤을 찍을 것 같다.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 10년에서 20년이면 결판이 날 것이다. 되든지 안되든지. 2030년, 2035년이면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에게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연욱 박사는 “결맞음이 왜 깨지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와 헤어져 표준과학연구원 정문을 걸어나올 때 시간을 보니 인터뷰를 시작한 지 5시간이 넘은 오후 6시30분이었다. 5시간 취재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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