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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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박용섭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실을 찾아갔다. 박 교수는 한국물리학회 대중화특별위원장으로 2년간 일한 바 있다. 연구 분야는 반도체, 그중에서도 유기반도체다.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인데도 박 교수 실험실에는 5명 안팎의 학생들이 있었다. 실험실 한쪽의 대형 장치가 눈길을 끌었다. 같이 간 사진기자가 그 장치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 준비하는 동안 박 교수에게 장비에 관해 잠깐 물었다.

박 교수는 초(超)고진공을 만드는 장치라고 했다. “대기압이 760토르다.(장치의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디지털 수치를 가리키며) 그런데 저 안의 기압은 지금 1.33×10-9이다. 대기압보다 0이 12개가 적은 압력이다. 초고진공이다. 여기에 유기반도체 시료를 넣고 X선을 쪼인다. 그러면 아인슈타인이 원리를 밝힌 ‘광전(光電)효과’에 따라 전자가 튀어나온다. 전자를 분석해서 그 물질의 성질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다.”

물리학회 회원 70% 반도체·응집물질 연구

박 교수에 따르면 물질의 성질 대부분은 그 안에 있는 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박 교수는 “전자 구조를 알아내고자 한다. ‘전자의 구조’가 아니라 ‘전자의 상태에 대한 구조’를 알아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소자(device)는 상당 부분 서로 다른 물질들의 이종접합으로 만든다. 실리콘으로 소자를 만들 때도 덩어리 물질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고 몇 개 물질을 접합한다. 접합의 성질을 알아내는 게 반도체 물리학에서 중요하다. 이 일을 하는 데 유용한 장비다”라고 말했다.

이 장비의 이름은 ‘광(光)전자분광기’. 이름 속의 ‘광전자’는 빛을 쪼였을 때 고체 표면에서 튀어나오는 전자를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연구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상대성이론으로는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 박 교수는 “분광은 에너지나 파장에 따라 빛을 나눠 보는 것인데 이 장치의 경우 빛이 아니고 광전자를 본다. 그래서 이걸 사용하는 분야를 ‘전자분광학’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기자가 촬영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잠시 진행되던 인터뷰를 멈췄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실험실을 나와 같은 층에 있는 박 교수의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박 교수는 주간조선의 취재에 응한 게 “일반인의 물리학자에 대한 시선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인이 많이 아는 천체, 입자물리학은 대학 교원 수에서도 많아야 절반이고 그 이하인 곳이 많다. 한국물리학회 회원의 70%는 반도체와 응집물질물리학자”라고 설명했다.

박용섭 교수는 반도체와 응집물질물리학 연구자가 많은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연구비를 덜 어렵게 따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은 연구비를 수주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자를 원한다. 또 연구의 유용성 문제가 있다. “물리 연구가 유용성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건 아니나, 무용하다는 것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그는 말했다.

박 교수는 그래핀이라는 탄소화합물 예를 들었다. 그래핀은 연필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내면 들러붙어 나오는 2차원 물질이다. 발견자는 2010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래핀 연구를 하는 이유는 그래핀 자체로 재밌는 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되면 실용성도 있다. 재밌는 연구를 해서 유용한 걸 만들 수 있으니 물리학자는 연구를 한다. 예컨대 그래핀에 있는 전자는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빛알갱이, 즉 광자는 질량이 없다. 그래핀 안의 전자는 빛과 달리 실체가 있다. 그런데 질량이 없는 듯이 행동한다. 물리적으로 신기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연구하고 실제 써먹을 데가 있는지를 보는 거다. 그래핀은 튼튼하고 전기가 잘 통하는 등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훈련된 물리학자는 그걸 보는 순간 ‘이걸로 뭐가 되겠구나’ 하는 걸 알아차린다. 그래서 이론과 실험 물리학자 할 것 없이 달려들고, 연구에 유행이 생긴다. 새로운 물리학을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새로운 소자를 만들고 싶어하는 게 물리학자의 60~70%가 하는 일이다.”

박 교수는 입자물리나 천체물리학과는 달리 반도체나 응집물질 관련 대중교양서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책을 쓰는 사람은 모두 이론가다.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나 같은 실험가는 학생들과 실험실에 있지 자리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다. 책을 써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다. 참, 예외적으로 책을 쓴 실험가가 있다. 한림대 고재현 교수가 최근에 ‘빛 쫌 아는 10대’라는 책을 냈다.”

물리학 대중화 앞장서온 학자

그는 고체물리학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 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대해 설명한 후 자신의 연구는 무엇인지를 말해줬다. 우선 고체물리학에 대한 그의 설명.

“원자가 뭉쳐서 분자, 고체를 다 만들어낸다. 자연에 원소는 92개가 있을 뿐인데, 이렇게 다양한 물질이 있을까? 물리학자는 그게 궁금하다. 원자가 2~3개 붙으면 분자가 되고, 원자가 무한히 많이 붙으면 결정이 된다. 물리학자는 이 고체 성질을 알고 싶은 거다. 전기가 통하는지 여부, 찌그러뜨림에 견디는 힘과 같은 특징을 모두 전자가 결정한다.

물질 연구자는 우선 내부 구조부터 알아내고자 했다. 어떤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가 궁금했다. 191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브래그(Bragg) 부자가 사용한 X선 회절이 대표적인 연구법이다. 그들은 X선을 고체 표면에 쪼여 물질 배열 구조를 알아냈다.”

브래그 부자 중 아들 브래그는 DNA이중나선구조를 왓슨과 크릭이 1953년 발견했을 때 케임브리지대학 캐번디시연구소 소장이었다. 제임스 왓슨이 쓴 책 ‘이중나선구조’에 브래그가 등장한다. 박용섭 교수가 브래그에 관해 말했을 때 브래그가 무엇을 연구했는지,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프란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X선을 DNA에 쪼인 X선 회절 사진 결과를 손에 쥐었기에 DNA가 이중나선구조로 되어 있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도 떠올랐다.

박 교수는 “자, 그러면 고체의 내부 구조는 알아냈다. 그런데 원자는 왜 그렇게 붙어 있을까? 이게 궁금하다”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과학자들이 궁금해한 건 결합해 있는 이유다. 같은 탄소로만 이루어졌지만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왜 구조가 다르고, 원자와 원자 간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며, 전자는 그 안에서 왜 돌아다니며 전기를 통하게 하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이게 고체물리학의 시작이다.”

박용섭 교수는 “현대 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며 양자역학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상대성이론은 속도가 아주 빠르거나, 중력이 매우 센 곳에서 작동한다. 양자역학은 크기가 작은 세계에서의 운동법칙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의 세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다. 지구에서는 광속에 가까운 운동을 할 일이 없고, 중력이 그리 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리이고,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떠받치고 있는 원리이다.”

박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양자역학으로부터 나온다고 단언한다”면서 “특정 물질이 어떤 성질을 갖느냐 하는 건 양자역학적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물질은 양자역학 위에 서 있다. 고체물리는 양자역학 위에 구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빛과 물질, 전기를 통하는지 아닌지를 드러내는 전도성, 온도, 초전도현상, 자석은 모두 양자역학적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를 알게 됐고, 반도체로 유용한 소자를 만들게 됐고, 엄청난 산업이 생겼다. 또 실리콘 반도체와 유사한 일을 실리콘보다 더 잘하는 물질은 없을까 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원리에 기반한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LG가 2020년 CES에 내놓은 OLED 디스플레이. ⓒphoto LG
LG가 2020년 CES에 내놓은 OLED 디스플레이. ⓒphoto LG

양자역학에서 출발한 반도체 산업

박 교수의 얘기가, 고체물리학을 지나 자신의 분야인 ‘반도체’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건 컴퓨터 메모리 소자와 CPU연산 소자이다. 특히 메모리 소자는 실리콘 말고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여러 개 있다. 거의 산업화까지 가 있는 연구도 있고, 이런 식으로 메모리 소자를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있다. 현재의 메모리보다 용량도 크고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소자(device)’가 무엇인데, 물리학자는 소자, 소자 하는 것일까? 계속되는 박 교수의 설명이다. “진공관이 소자다. 전기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다. 전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다. 에디슨의 백열전구를 개량해서, 미국의 리 디포리스트(Lee de Forest)가 1906년 극을 3개 넣어서 만든 것이 삼극진공관이다. 모든 소자의 기본은 전류 통제다. 1940년대까지는 진공관으로 전자 소자를 만들었다. TV, 라디오 다 진공관으로 했다. 그러다가 삼극진공관을 대신할 전자 소자로 ‘트랜지스터’가 나왔다. 벨연구소가 1940년대 게르마늄과 실리콘으로 만든 트랜지스터를 내놓았다. 그리고 일본 기업 소니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면서 반도체 산업이 생겼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오후 너무 늦은 시간까지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교수가 퇴근해야 실험실에 있던 학생들도 성탄절 전야를 즐기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박 교수에게 자신의 연구를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용섭 교수는 “나는 표면과학의 도구를 사용해 유기반도체를 연구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물질 중에서 실리콘과 같은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로 된 걸 연구한다고 했다. 다음 질문은 당연히 ‘유기반도체와 무기반도체의 차이가 무엇이냐’였다. “실리콘은 무기물이다. 실리콘보다 좋은 성능을 가진 새로운 반도체를 사람들은 찾아왔다. 당연히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물질이 사용되지 않았다. 반도체 만드는 기업들이 그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공정 하나를 바꾸는 것도 꺼린다.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공정을 바꿨다가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리콘을 버리고 다른 물질을 쓰자는 제안은 더더욱 그렇다. 박 교수는 “실리콘 반도체는 주기적으로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왔다. 하지만 수많은 엔지니어의 피땀을 갈아넣어 예상되는 한계를 극복하며 지금까지 왔다. 안된다고 하는 걸 다 뚫어왔다. 때문에 새로운 반도체가 들어설 틈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기물이 실리콘이 친 벽을 뚫고 반도체 산업에 들어왔다. 빛 때문이었다. 실리콘은 빛을 낼 수가 없으나, 일부 유기물은 빛을 낸다. 박용섭 교수는 “유기반도체 일부에 전기를 통하면 빛이 나온다. 발광다이오드를 제작하면 유기LED, 즉 OLED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내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삼성 갤럭시 화면 디스플레이가 유기반도체로 만든 OLED”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반도체라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깜짝 놀랐다.

갤럭시폰 화면 유기반도체 성분은 1급 비밀

OLED의 ‘O’는 ‘organic’으로 유기물임을 뜻한다. 그리고 ‘LED’는 ‘빛을 내놓는 다이오드’라는 뜻의 ‘Light Emitting Diode’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OLED를 ‘유기발광다이오드’라고 표현한다. OLED라는 용어 속 용어의 뜻은 알겠는데, 다이오드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박용섭 교수는 “다이오드는 전기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다른 방향으로는 안 흐른다. 다이오드는 이런 특성을 갖고 있어, 가장 간단한 반도체 소자다”라고 말했다.

박용섭 교수는 “유기물로 만들 수 있는 반도체가 무기물로 만들 수 있는 것보다 종류가 100만배는 많다”라고 했다. 유기물과 무기물의 차이는, 생명체가 합성하는 탄소화합물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무기물은 결정구조를 이루며, 이에 사용되는 원소 한 개, 두 개, 세 개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원소들의 조합 숫자가 적어 가능한 반도체 종류가 많아야 수백 개다. 반면 유기물은 작은 것, 큰 것, 고분자(폴리머) 등 물질의 다양성이 대단하다.”

박 교수는 “유기반도체의 특성이 빛을 많이 내는 것 말고는 딱히 실리콘과 같은 무기반도체보다 낫지 않다. 그런데 이걸 갖고 뭘 만드려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내 갤럭시 전화기를 다시 가리켰다.

“이 디스플레이는 붉은색, 노란색, 청색(RGB) 세 개의 픽셀들이 가득 차 있다. 픽셀 하나하나의 크기는 수십~수백마이크로미터다. 아주 작다. 무기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그렇고, 그렇게 작게 만들어 배열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기물로는 만들기가 비교적 쉽다. 유기물에 전류를 흘렸는데 빛이 나오는 걸 물리학자가 발견한 순간, 바로 디스플레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유기반도체는 무엇일까. 박 교수에게 내 갤럭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들어간 유기반도체를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업체들의 1급 비밀이란다. 박 교수는 “갤럭시는 나올 때마다 새로운 유기반도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물질을 쓰는 이유는 전기효율과 픽셀 수명 향상을 위해서다. 전기를 덜 사용하면서 원하는 정도의 빛을 내는 물질을 디스플레이 업체는 끊임없이 찾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의 일부 소자가 타서 망가지는 ‘번인(Burn-in)’으로 인해 특히 청색 물질의 수명이 짧다. 그래서 수명이 긴 물질을 계속 찾는다.

박 교수는 자신을 ‘표면과학의 도구를 사용해 유기반도체를 연구한다’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표면과학은 무엇이고, 표면과학의 도구는 무엇이 있을까. 박 교수는 “유기물질은 어떤 때는 20층을 쌓는다. 그러면 물질의 성질보다도 물질과 물질 사이의 (접촉면인) 계면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즉 물질과 물질 간의 인터페이스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예컨대 전자가 계면 사이를 잘 흘러가느냐, 못 흘러가느냐를 본다. 표면 위에 물질을 한 층 한 층 쌓아가면서 ‘계면’의 특성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면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면서 표면을 보는 방법으로 광전효과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박 교수의 실험실에 들어가서 본 광전자분광기가 바로 그 도구다. 이제 박 교수의 설명이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박용섭 교수는 서울대(1982년 입학) 사범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하고, 미국 시카고 인근의 명문 사립대학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1994)를 받았다. 그는 박사 공부를 하면서 인근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자성 박막 실험을 했다. 그리고 박사후연구원으로 뉴욕주 로체스터대학에서 유기반도체를 연구했다. OLED가 막 나오던 때였다. 로체스터에는 카메라필름 생산업체 코닥과, 복사기업체 제록스가 있었다. 그는 로체스터대학에 몸담고, 연구는 제록스와 코닥의 연구자들과 함께했다. 로체스터대학 용리 가오(Yongli Gao) 교수와 코닥의 칭 탱(Ching Thang) 박사와 연구했다. 박 교수는 “칭 탱은 노벨상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Alq3이라는 작은 분자에서 빛이 나오는 걸 발견했다. 그와 논문을 5~6편 같이 썼다. 칭 탱은 지금은 홍콩과학기술대학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1997년 귀국, 대전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2006년까지 9년 반을 일한 이후 경희대로 옮겨왔다.

박 교수는 요즘은 역(逆)광전자분광장치(Inverse photoemission spectroscopy)라는 실험 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박 교수는 웃으며 “전자와 논다”라고 말했다.

취재는 3시간여 진행되었다. 성탄절 전날에 찾아온 방문객이 빨리 돌아가주길 기다릴 실험실 학생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기사를 쓰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전화로 여쭙겠다는 말을 하고 연구실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다. 광전자분광기는 왜 초고진공이어야 했을까?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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