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할리우드 통신]  ‘작은 아씨들’ 감독 그레타 거위그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문화/생활
[2596호] 2020.02.24
관련 연재물

[할리우드 통신]‘작은 아씨들’ 감독 그레타 거위그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배우이자 감독인 그레타 거위그(36)와의 인터뷰가 최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거위그는 미 남북전쟁 시대 한 가정의 4자매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아씨들’(현재 한국서 상영 중)을 감독했다. 그동안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진 ‘작은 아씨들’은 미 여류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이 원작이다. 30대의 이 여성 감독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하는 중이다. 2014년 ‘프랜시스 하’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18년에는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레이디 버드’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코미디·뮤지컬부문)을 탔다. ‘레이디 버드’는 오스카 감독과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작은 아씨들’은 올 해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30대에 이런 업적을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거위그는 예쁘고 똘똘한 인상이었다. 10대 소녀처럼 앳되어 보였는데 밝고 명랑한 태도로 질문에 두 손과 제스처를 써가며 성심껏 대답했다. 거위그는 최근 개봉한 ‘결혼 이야기’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노아 바움백의 애인으로 둘 사이에는 작년 3월에 태어난 아들이 있다. ‘작은 아씨들’과 ‘결혼 이야기’는 2020년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나란히 올랐다.
   
   
▲ 영화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조 마치로 분한 시얼샤 로넌.(오른쪽)

   - ‘작은 아씨들’을 만들게 된 경위는. “난 전 생애를 통해 소설 ‘작은 아씨들’을 사랑해왔다. 특히 작가 지망생인 둘째 조 마치의 얘기는 내 얘기나 마찬가지다. 내가 어렸을 때 잠들기 전 어머니가 읽어주던 책이 ‘작은 아씨들’이었다. 조 때문에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조는 꿈이 있고 대담하고 야심이 큰 여자로 나도 그런 성향을 지녔다. 그런데 소니사의 제작자 에이미 패스칼이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패스칼을 찾아가 내가 반드시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졸라 승낙을 받고 출연배우들 선정까지 맡았다. 그림처럼 아름답고 스케일이 큰 영화로 만들려고 애썼다. 이 영화는 여자가 작가가 되는 것이 무엇을 뜻하며 또 그 과정은 어떤지를 말해주는 여자의 얘기다. 내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두 번째 영화로, 스크린이라는 화폭에 이런 큰 얘기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나로선 대단한 일이다. 내 안 깊이 있는 것을 드러내 하나의 세상을 창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영화를 찍는 과정은 어땠는가. “운이 좋아 이야기의 무대이자 소설이 실제로 쓰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찍을 수 있었다. 그곳에 있자니 마치 작가의 품 안에 안긴 기분이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글을 쓴 ‘오차드 하우스’는 초월주의 작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집 바로 건너편에 있다. 거기서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살면서 글을 쓴 월든호수가 있다. 거기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는 나다니엘 호손의 집도 있다. 그곳이야말로 미국과 민주주의의 개념이 잉태된 곳이다. 실제 그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거기서 2주 동안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집과 묘지를 비롯해 곳곳을 탐방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책을 출간했을 때 나이가 나와 같은 36세여서 특별히 영적으로 연결되는 기운을 느꼈다. 그가 글을 쓴 책상 앞에 앉아 있자니 감정적으로 그 장소와 연결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집을 그대로 디자인한 세트에서 찍었다. 글이 쓰인 현장에서 촬영을 하니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 당신 애인인 노아가 ‘결혼 이야기’를 연출했는데 그 작품에 대해 당신에게 자문이라도 구했는가. “‘결혼 이야기’는 천재적 작품이다. 지난해 ‘작은 아씨들’을 찍으면서 추수감사절이 돼 잠시 집에 돌아왔을 때 노아가 내게 그 영화의 초본을 보여줬다. 그것을 보고 2시간 내내 울었다. 그리고 ‘그만해요. 너무 좋아요’라고 소리쳤다. 그와 나는 모두 스케일이 큰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족과 인간관계의 이야기야말로 대하서사적일 수가 있다고 본다.”
   
   - 영화의 다채로운 색채와 장면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데 무엇이 그런 장면 묘사에 영감을 주었는가. “19세기 그림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여러 번 들러 19세기 미국 화가들의 그림을 열심히 공부했다. 영화 중 자매들이 노니는 해변 장면은 윈슬로 호머의 그림을 본뜬 것이다. 그 그림은 매사추세츠주의 해변을 무대로 그린 것인데 우리가 찍은 해변 장면은 그림 속 장소와 거의 똑같은 크레인 해변에서 촬영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전부 그림을 참고로 했다. 특히 유럽의 장면은 모네와 세잔의 그림을 참고로 했다. 보는 사람들이 다 영화 속에서 사는 느낌을 갖도록 하려고 많은 시간을 연구하고 준비했다.”
   
   - 이 영화와 ‘레이디 버드’ 모두 여성이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독자적인 뜻을 펴기가 힘들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데 두 영화 사이에 시간이 100년 넘게 흘렀는데도 여성의 문제는 답보 상태라고 여기는가. “아니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조 마치는 시대를 초월한 여성이다. 그로 인해 나를 비롯한 많은 여성이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린 현재도 이와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영화를 통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여자들의 세상은 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느낀다. 우린 보다 많은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지금 15세 소녀들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품는 것이다. 그들이 표본으로 삼을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우린 끊임없이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머니가 된 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제 겨우 7개월짜리 엄마여서 잘 모르겠다. 단지 잠을 과거보다 훨씬 적게 잔다. 예술과 함께 어머니 노릇이야말로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일이다. 생의 큰 기쁨을 맛보고 있다. 어머니가 되면서 변신하고 있는데 앞으로 만들 영화들에도 그 변신이 녹아 있을 것이다. 예술 활동과 어머니 노릇은 정말로 흥분되는 일이다.”
   
   -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28세의 아일랜드 여류작가 샐리 루니의 ‘정상적인 사람들’과 ‘친구들과의 대화’를 잇달아 읽었다. 루니는 모르는 것이 없는 아주 특별한 작가다. 요즘은 생물의 진화와 행동에 관한 로버트 사폴스키의 ‘비헤이브’를 읽고 있다. 약간 얄궂지만 좋다. 무엇이 내 흥미를 유발해 작품 활동에 쓸지 모르는 일이어서 다양하게 읽으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소설이지만 너무 상상의 세계에만 빠져들지 않도록 논픽션도 많이 읽으려고 한다.”
   
   - ‘레이디 버드’에 이어 ‘작은 아씨들’에서도 주인공인 조 마치로 시얼샤 로넌을 기용했는데 앞으로도 이 배우를 계속해 쓸 것인지. “글쎄 시얼샤가 날 원할지 모르겠네. 난 그를 배우로서 사랑한다. 그는 작품 밖에 서서 분석하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영화 제작에 있어 나의 진정한 동반자다. 그는 영화 제작에서 내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 영화에서 조 마치가 글을 쓸 때 입은 군인용 재킷도 시얼샤의 아이디어에 따라 만든 것이다. 왜냐하면 조가 글을 쓰는 것은 마치 전투와도 같은 남성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시얼샤가 준 아이디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가 더 깊이를 지니게 됐다고 본다. 그는 영화 내내 내 곁에 서서 나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의 동반자라고 해도 좋다.”
   
   - 레이디 버드와 조는 다 불 같은 성격을 지녔는데 당신은 어떤지. “난 아니다. 난 소심한 사람이라 누구와 다투어본 적이 없다.”
   
   - ‘레이디 버드’와 이 영화를 감독하면서 영화 출연이 뜸했는데 앞으로 연기를 그만둘 것인지. “아니다. 난 연기를 사랑한다. 그러나 난 늘 각본가와 감독이 되고 싶었다. 10년간 배우로서 활동하며 배운 것을 감독하는 일에 기부하는 셈이다. 감독과 연기를 고루 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은 출연할 작품이 없지만 봄에 뉴욕에서 체호프의 연극 ‘세 자매’에 출연할 예정이다. 상대역은 오스카 아이삭이다. 그를 생각하면 겁나면서 한편으로는 흥분된다. 그는 줄리아드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했지만 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난 언제나 연기로 돌아올 용의가 있다. 그러나 연기와 감독 중 하나를 고르라면 감독을 택할 것이다.”
   
   - 어렸을 때 읽은 책의 여주인공들 중 당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은 누구인가. “먼저 조 마치다. 그는 가장 깊은 연결감을 갖는 여자다. 다른 작품들로는 ‘비밀의 정원’과 ‘소공녀’가 있다. 또 ‘그린 게이블의 앤’도 좋아한다. 그리고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카퍼필드’ 및 ‘위대한 유산’도 좋아하는 책들이다. 난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을 나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내게 큰 영향을 준 여성은 이루고자 하는 일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결단력과 큰 야망을 지닌 조 마치다. 어렸을 때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고 책 속의 주인공처럼 얘기를 하면서 동네를 도는 일로 소일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