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두 달간 확진자 수는 8000명이 늘었다. 2월 하순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던 확진자 수 그래프는 3월 중순 들어서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집단 감염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방역당국 역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를 볼 때 아직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동안은 확진자와 사망자의 증가 추세에만 온 사회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발병 이후 두 달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미치고 있는, 앞으로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파괴적인 신종 감염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가.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정식 명명한 코로나19의 영문명 ‘COVID-19’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살펴보자.

C Consumer trend: 소비 시장의 변화

코로나19는 아직도 근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신종 감염병으로 보건 분야에서 전 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의외로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는 소비 분야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는 최근 두 달 사이 일반적인 소비 방식이 되어 버렸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지 않고 소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언택트 소비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키오스크(Kiosk) 같은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인 주문이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 등에서 접대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대신 터치 몇 번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 키오스크 주문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경향은 가속화됐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같은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은 전화로 말을 주고 받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택트 방식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아예 음식을 받는 것도 ‘언택트’해졌다. 대다수 배달앱에서 배달원과 마주치지 않고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방식으로 주문해줄 것을 권유하고 있고, 온라인 마트 배송이나 택배 배송까지 배달원을 만나지 않고 물건을 수령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언택트 방식은 소비를 넘어서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당장 개강을 한 대학 강단에서는 언택트 방식의 강의가 자리 잡았다.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든,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기존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교수들은 학생들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에서는 화상회의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 내용을 공유한다.

이 현상을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변화로만 볼 수 없다. 언택트 방식이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가 서서히 언택트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적되어온 바이다. 매년 소비업계와 사회의 트렌드를 짚어내면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함께 책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해온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이미 2019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언택트’를 꼽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언택트 기술이 소비 문화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단순히 ‘편리함’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는 전화를 받고 거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택트는 사람들이 가지는 대인 관계에 대한 어색함, 공포심, 회피하려는 심리적인 원인을 읽어낸 기술입니다. 편리함이라는 효용까지 얻을 수 있어서 확산되는 것입니다.”

언택트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서 오프라인에서의 소비, 대인 관계가 소멸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소비 분야를 예로 든다면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온라인으로 충분히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온라인 소비가 소비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목적 지향적인 것이 된다면, 오프라인 소비활동은 무엇인가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으로 변할 것입니다. 언택트 사회는 오프라인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분리, 나아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는 것으로 변화한다는 얘기입니다.”

O Ongoing crisis: 지속될 경제 위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가 복합적인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원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의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원유 소비량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하락세를 맞고 있던 유가가 급락하게 된 데는 외부적인 요인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협상이 결렬된 것이 결정적이다. 아마도 미국 셰일가스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감산이 아니라 증산을 결정한 러시아의 결정에 못 이겨 다른 산유국들이 되레 증산을 하게 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이 곧바로 타격을 받았고, 미국 증시가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악화되는 코로나19 위기와 더불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에 위기가 닥친 한국 경제에는 더 큰 타격이 온 셈이다. 금융시장에서의 경고등이 울리기 전에도 국내 소비·생산활동은 멈추다시피 한 상태였다.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알려주는 지표였는데 2월 두 지수는 각각 96.9와 65에 그쳤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하락폭인데 1월에 비해 급격히 하락한 두 지수의 하락률은 2003년 1월 이후 최대였다.

여기에 금융위기가 겹쳤다. 경제 수장들도 일제히 실물경제와 금융의 ‘복합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3월 17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실물·금융 부문의 복합 위기까지 직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한국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언급했고, 각국의 경제학자들은 이미 경기침체와 불황이 시작되었다고 단호히 밝히기도 했다. 단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다. 이후에도 계속될 경제 위기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인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복합 위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정부에서는 ‘L자형’ 침체, 그러니까 급격히 하락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L자형 침체를 넘어서 기존의 위기를 뛰어넘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3100조원이 넘는 기업·가계 대출, 지난 3년간 꾸준히 하락해온 경제성장률, 급격히 악화한 국가채무비율,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외환보유액, 모든 부문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습니다.”

결국은 기존의 경제 정책 기조를 수정하고 전환해야 할 타이밍을 맞았다는 것이 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확충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책 기조를 위기 탈출을 위한 개혁·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V Virus outbreak: 재출현할 신종 감염병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2년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출몰했다가 2015년에 한국에서 감염 사태를 일으켰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있었다. 그전에는 2002년 중국 광둥성과 홍콩을 중심으로 발병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있었다. 사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했다. 한국에서는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지만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코로나19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발병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의 야생동물 거래 시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게 대략적인 추측이다. 왜냐하면 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가 그랬듯이 야생박쥐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책 ‘바이러스 쇼크’를 쓴 최강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설명을 따라 이들 신종 감염병의 기원을 따라가보자.

“최근 들어 신종 바이러스들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배후로 박쥐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중국 사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호주 헨드라 바이러스, 말레이시아 니파 바이러스, 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등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으로 박쥐를 지목하고 있다.”(‘바이러스 쇼크’ 중)

단지 박쥐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해서 박쥐 그 자체를 신종 감염병의 원흉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대다수의 병원체는 특정 숙주에만 질병을 일으킨다. ‘종간 장벽’ 때문에 박쥐의 바이러스는 곧바로 인간에게 감염병을 일으키기 어렵다. 그러나 매개체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사향고양이를 섭취한 인간에게로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며 옮겨간 것이 사스의 기원으로 추측되고 있다. 메르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인간으로 옮겨 왔고, 아마 코로나19도 박쥐와 인간 사이에 어떤 매개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다 보면 신종 감염병의 발발이 한두 번의 사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최강석 교수의 글을 읽어보자.

“최근 사람에게서 출현한 신종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중략)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야생동물은 철새류, 특히 오리류와 박쥐류이다. 이 야생동물들은 공통적으로 날개를 가지고 있고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기회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도 한 원인이다. 한번 발병한 변종 바이러스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국제 교류가 활성화된 지금에 와서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자면 1950년 2520만명이었던 전 세계 해외여행 인구는 2018년 14억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만 해도 6억9460만명이었지만 15년 사이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19를 넘어서는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또 생겨날 수 있다. 전염성과 치명률이 얼마나 높으냐의 문제일 뿐이다.

I International cooperation: 국제 공조

단 며칠, 몇 달 만에 전 세계를 전염시킬 신종 감염병의 재출현이 확정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전 세계적인 방역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직면한 세계의 모습은 ‘공조(共助)’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이고 개별적이다.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경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여행은 금지되었고 교류는 거의 멈췄다. 국경을 통제하자는 목소리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높아지고 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국가도 많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17일, 앞으로 한 달간 외국인의 EU 입국을 아예 금지하는 ‘여행 금지 조치’ 도입에 합의했다. 더 강력한 조치는 EU 내에서도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EU 회원국 대다수와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 26개국은 솅겐협정에 따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었다. 출입국 절차 없이도 누구나 국경을 넘나들 수 있었던 하나의 지역 협의체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너졌다. 프랑스는 솅겐협정 가입국의 국민들까지 입국을 금지했고 독일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과 맞닿은 국경을 통제했다. 유럽만큼이나 통행이 자유롭던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도 닫혔다. 지난 3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이미 유럽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이후에 생긴 조치다.

국제 공조는 없다. 보건 방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11일에 이르러서야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한국 언론에서 잘못 보도하듯이 공식적인 팬데믹 선언은 아니다. 단지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을 뿐이다. 3월 19일 현재 세계 148개 국가에서 20만명 넘는 확진자를 낸 질병에 대해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은 전 세계의 방역 공조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소한 지역 단위에서라도 방역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동북아방역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외교·경제·환경 분야에서처럼 보건·방역 분야에서도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많은 신종 감염병이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한국이 적극적으로 방역협의체 조성에 앞장서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번 코로나19에서 동북아 3국의 국경 폐쇄, 인구 이동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소모적으로 진행되었는지 되짚어 보면 그렇습니다. 동북아방역협의체는 다가올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해 정보를 주고받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D Depression: 지연된 우울증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번진 코로나19 사태에서 각 개인이 우울감을 느끼고 불안에 사로잡히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코로나19같이 전염성 강한 질병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우울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이 우울감이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도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입니다.”

일상적인 우울감이 병리적인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개인적인 정신 건강의 문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환경적인 부분이다. 재난 상황이 끝나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인 문제, 재난으로 입은 신체적·물질적 피해와 지속적인 스트레스, 해소되지 않는 사회적 불안 같은 것이다. 결국 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인들에게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간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는 상당한 공포를 안기며 부분적으로 사회를 마비시켰지만 이번 코로나19는 그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변화했고 사회는 출렁이고 있다. 질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일차적인 방역에 힘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코로나 이후의 사회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한 때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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