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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03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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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헌터스’서 나치 사냥꾼 역 알 파치노의 욕망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알 파치노는 80 나이에도 정정했다. 굵은 음성으로 요란한 제스처를 써가며 질문에 대답했는데 흥분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흔들면서 고함을 질렀다. 원기왕성하고 삶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유머와 농담을 섞어가며 신나게 인터뷰에 응한 그를 만난 것이 즐거웠다.
   
   알 파치노는 스트리밍업체 ‘아마존’이 만든 10회분 시리즈 ‘헌터스’에서 나치 사냥꾼으로 나온다. 1970년대 말 뉴욕에서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미국 내에 나치 제4제국을 세우려는 전직 고위 나치들을 수색해 가차 없이 처단하는 역이다. 알 파치노와의 인터뷰는 최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 ‘헌터스’ 시리즈는 ‘눈에는 눈으로’ 식의 복수극인데 당신은 ‘눈에는 눈으로’ 식의 사람인가, 아니면 용서하는 사람인가. “난 ‘눈에는 눈으로’ 식의 사람은 아니다. 극 중에서는 그런 역을 맡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내가 맡은 마이어 오퍼만 역은 유대인 수용소에서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인물이다. 나치 잡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광신도 같은 행위로 결코 정의롭고 영웅적인 행동은 아니다. 난 무엇보다 마이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아주 색다르고 독창적인 인물이다.”
   
   - 실제 인물을 연기할 때와 허구의 인물을 연기할 때 다른 점이 있는지. “그건 각본에 달린 문제다. 허구의 인물을 연기할 때는 자기 안에서 허구의 인물인 제삼자와 연결되어야 한다. 내가 마이어와 연결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밖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 “실제 인물인 형사 프랭크 서피코를 그린 영화 ‘서피코’를 만든 시드니 루멧이다. 그 영화를 찍을 때 서피코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았다. 서피코가 말한 대로 사실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서피코의 증언을 반영하자고 루멧을 못살게 굴었다.”
   
   -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들과 계속해 사귀면서도 왜 결혼은 안 하는가. 최근에 헤어진 이스라엘 태생의 배우 메이탈 도한이 한 말(40세의 도한은 “파치노와 지난 2년간 사귄 것은 큰 축복이나 파치노는 구두쇠”라고 말했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결코 결혼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 내가 (여자들과의) 관계만 계속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최근에 나와 헤어진 메이탈이 한 말을 읽지도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정치 얘기를 안 하듯이 사생활인 애정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 자서전을 낸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팬들에게 인정받는 배우와 책에서 묘사된 배우는 다른 점이 많아 그런 요청을 피해왔다. 난 언제나 내게 일어난 일들을 그대로 수용한다. 또 내가 연예계에서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쓰면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일들에 대해서도 피력할 것이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그런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고백하면 과연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 전체 내용과 상관없이 글 중에서 일부만 잘라내 서로들 주고받을 것이 뻔하다. 책을 쓰면 그런 일을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좌우지간 내 얘기는 흥미가 있기 때문에 쓰긴 쓸 것이다. 글 잘 쓰는 작가도 골라놨다.”
   
   - 그 나이에 아직도 당신을 밀고 가는 추진력은 무엇인가. “행동거지에 조심하고 적응하라는 것이다. 특별히 유명세를 타는 배우들은 더 그렇다. 나의 경우에는 운도 따라주었다. 내가 1970년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연기 지도를 한 리 스트라스버그가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이봐 친구야, 그저 적응해야 해’라고. 단순한 말이었지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적응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 후 내 좌우명이 되었다. 이 말을 특히 요즘 젊은 배우들에게 해주고 싶다. 그들은 약물을 비롯해 여러 가지 나쁜 길로 들어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요즘 나치에 관한 작품이 여러 편 나오는데 우연인가 아니면 하나의 추세인가. “어쩌다 영화인들이 나치라는 주제에 과거보다 새롭게 흥미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우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한 영화인이 특정한 주제를 지닌 작품을 만들어 화제가 되면서 다른 영화인들도 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은 있다고 본다.”
   
▲ ‘아마존’이 만든 10회분 시리즈 ‘헌터스’에서 나치 사냥꾼 역을 맡은 알 파치노.

   - 젊었을 때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했는가. “난 10대 때부터 뉴욕의 빌리지에 있는 카페극장에서 연기도 하고 극장 청소도 하면서 살았다. 그때 빌리지에는 카페극장이 많았다. 우린 그런 극장들을 전전하면서 1주에 16회 공연이라는 강행군을 했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에게 모자를 내밀어 받은 돈으로 먹고살았다. 일종의 유랑극단인 셈이다. 언제나 다음 끼니는 어디서 채워야 하나 염려 속에 살았지만 그렇게 연기 수업을 하던 그때를 지금도 사랑한다. 그때만 해도 브로드웨이 진출은 언감생심이었다. 이렇게 먼저 무대에서 연기 수련을 했는데 ‘인디언 원츠 더 브롱스’라는 연극이 히트하면서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 젊은 배우들에게 하고픈 조언은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자양분이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거의 안 읽는데 책을 들기 귀찮으면 휴대폰으로 책 녹음한 것을 들어도 좋다. 나도 요즘 내 휴대폰으로 ‘클럽’이라는 책을 듣고 있다.”
   
   - 이 나이까지 연기하리라 생각했는지. “연기에 대한 욕망과 취향만 있다면 나이가 큰 문제는 아니다. 그것이 있다면 밀고 나가면 된다. 그것은 때로 재능을 앞질러 간다. 연기에 대한 욕망과 취향을 여전히 갖고 있는 나는 행운아다. 여하튼 지체하지 말고 꾸준해야 한다.”
   
   - 당신이 끼고 있는 반지를 여러 영화에서 봤는데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가. “이 반지는 나와 아주 가까웠던 그 누군가에게 받은 것으로 빼지 않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일종의 행운의 부적과도 같은 것이지만 어떤 때는 내 역에 맞아 끼고 나온다.”
   
   - 자녀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30세의 딸과 19세의 남매 쌍둥이가 있다.) “큰딸은 영화인이다. 단편을 비롯해 영화를 제작하고 각본을 쓰고 감독도 한다. 최신 작품이 곧 나올 예정이다. 아들은 비디오게임 미술가이다. 상당히 재주가 있다. 막내딸은 따로 자기가 하는 일이 있다. 이 아이는 나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 때도 나와 동반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참작하기 위해 내가 나오는 작품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눈다.”
   
   - 당신은 정치에 대해 언급하기를 회피하는데 그 침묵도 일종의 의견 표시인가. “그렇게 봐도 좋다.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을 보면 말이 없어도 그의 느낌과 생각을깨달을 수가 있지 않겠는가. 과거 유명했던 권투선수 조 루이스가 한 말이 있다. ‘나는 링에서 내 얘기를 한다.’ 그 말을 좋아하는데 이야말로 예술적 표현이다. 나도 내 작품으로 얘기를 하고자 한다. 그래서 날 오랫동안 잘 아는 사람들은 내게 정치 얘기를 묻지 않는다.”
   
   - 영화나 TV 작품이 시대를 반영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보는가. “그것은 작품의 부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를 위해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작가나 감독은 나름대로 자기 작품에서 시대 반영을 시도할지는 모르나 난 인물의 개성을 보고 작품을 고른다. 그런 극 중 인물이 시대를 반영하는 인물이 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 속 인물의 것이지 실제의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 이번 역을 위해 과거 영화 속의 나치 사냥꾼들에 대한 조사라도 했는가. “그들에 관해 읽고 연구하지 않아도 난 내 삶을 통해 그들을 잘 알고 있다. 난 살면서 나치의 만행을 겪은 사람들을 알았기 때문이다.”
   
   - 음악은 당신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젊었을 때 정신적으로 나를 극 중 인물의 위치에 옮겨 놓기 위해 자주 음악을 이용했다. 난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은 우리를 자극하고 우리에게 기쁨을 줄 뿐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악은 배우인 내게 매우 유용하다. 난 아직도 옛 축음기를 갖고 있다. 그것으로 음악을 듣긴 하지만 연주회장에 가서 직접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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