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케이블채널인 FX의 가정드라마 ‘브리더스(Breeders)’와 영국 ITV의 수사물 ‘컨페션(Confession)’에 나오는 영국 배우 마틴 프리먼(49)과 최근 영상 인터뷰를 했다. 할리우드도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비상사태여서 영상 인터뷰만 가능한 상황이다. ‘브리더스’는 힘든 부모 노릇에 관한 코미디로 프리먼의 실제 아버지 경험을 참고한 작품이다. ‘컨페션’은 2011년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반장 스티브 풀처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혐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물의 끝에 사직한 실화를 다뤘다.

프리먼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인간을 닮은 소인 호빗족으로 나와 낯익은 연기파 배우다. 프리먼은 런던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인자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활발하고 자상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 ‘컨페션’의 주인공 풀처의 얘기를 알고 있었는가. “감독 폴 윌리엄스가 그 내용을 다룬 TV 뉴스를 발췌해 보내줘서 그때야 알았다. 이어 연구에 들어가 관계자들을 만났다. 풀처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그를 몇 차례 만났다. 그리고 이에 관련한 책도 읽었다. 연구를 꽤 한 셈이다.”

- ‘브리더스’에서 당신이 맡은 주인공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노발대발하는데 실제로 당신도 아이들에게 그러는지. “가끔 그런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끌어안고 웃고 입 맞추고 또 대화를 나눈다. 둘을 섞어서 하는 셈이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브리더스’는 코미디라는 구조 안에서 부모 노릇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진실하게 얘기하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만 그 역할을 잘한다는 것은 실로 힘든 일이다. 특히 가족을 자주 떠나 있어야 하는 나 같은 일을 하는 아버지는 더 힘들다. ‘브리더스’는 부모 노릇 외에도 결혼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가. “친구나 부모와 그에 관한 얘기를 나누긴 했지만 우리들의 문제는 전적으로 내 전처와 함께 풀어나갔다. 어떤 때는 아이들 문제로 새벽까지 잠을 못 자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심각한 좌절감에 빠지곤 한다. 때론 못할 말을 해놓곤 크게 후회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다가도 이를 지키지 못하곤 했다. 이런 일들은 TV 코미디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브리더스’의 제작과 출연에 응한 것이다. 부모 노릇에 관한 상담 프로그램을 해도 될 것 같다.”

- 신인배우 때 당신에게 조언과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 후원자는 없었으나 가장 유사한 사람이라면 내가 15살부터 21살까지 참여한 런던 서부 교외에 있던 청소년 연극단의 책임자인 에릭 야들리다. 런던의 드라마학교에 들어가기 전 난 여기서 연기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야들리도 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우린 그 후로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다. 난 연기를 선택했을 때 가족의 전적인 호응을 받은 행운아였다. 요즘 젊은 배우들로부터 후원자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곤 하는데 이는 큰 영광이다. 그들의 부탁에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응한다.”

- 당신은 풀처처럼 분석에 능한 형사가 될 가능성을 지녔는가. “난 상당히 분석적이긴 하나 유능한 형사가 될 자격에 대해선 의문이다. 더구나 풀처처럼 살인사건 같은 것에 책임을 질 생각은 전연 없다.”

- 풀처는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침착한데 당신은 어떤가. “어떤 때는 그렇고 또 어떤 때는 아니다. 이상하게도 난 어떤 일의 중대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자신을 통제하고 침착해진다. 이에 반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선 완전히 자제력을 잃곤 한다.”

- 풀처를 만났다고 했는데 그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보안에 관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2015년부터 외국 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더 이상 경찰과 같은 보안에 관련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수사물 ‘컨페션’의 한 장면.
수사물 ‘컨페션’의 한 장면.

- 런던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참으로 가공할 일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사태가 곧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 큰 피해를 주는 것을 보고 나서야 대재난임을 깨달았다. 이럴 때 무서워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난 얼마 전만 해도 촬영 때문에 LA에 있었는데 촬영이 끝날 무렵에 상황이 급변했다. 나도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가끔 산책 정도만 한다. 집 밖에 큰 정원이 있는 것이 다행이다. 런던 사람들은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인명을 잃고 있으니 무서운 일이다. 난 지금 집에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그리고 이 재난이 속히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우린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 일하면서 돈을 벌고 정상적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고 괴이한 때다.”

- 사람들이 길에서 당신을 만나면 연기한 것들 중 어떤 역으로 인사를 하는가. “대부분 ‘하이 마틴’이라고 하지만 때론 ‘셜록’(탐정 셜록 홈스로 나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호빗’이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 유명 인사인 당신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코로나19에 대해 더 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는가. “절대로 아니다. 모두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난 집과 정원이 있어 운이 좋을 뿐이다. 유명 인사와 이번 사태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난 내가 유명 인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난 단지 배우일 뿐이며 이 사태에 대한 어떤 대처방안도, 또 깊은 통찰력도 없다. 이런 일이 처음 있기 때문이다.”

- ‘브리더스’의 내용은 당신의 경험에서도 아이디어를 빌렸다고 들었는데. “나뿐 아니라 각본가들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원용했다. 그들은 다 부모들이다. 따라서 우리들의 개인적 경험을 종합한 것이다. 흔히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버지도 어머니 못지않게 부모 노릇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버지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 집에서 각본을 읽으면서 다음 출연을 위해 제작진과 얘기를 나누는가. “언젠가 현장에 복귀할 것에 대비해 각본을 읽고 있다. 그리고 다음 출연 영화를 위해 감독과도 대화를 한다. 미국과 영국의 에이전트와도 얘기했다. 많지는 않으나 가능한 한 일을 하고 있다.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주로 밖에서 일하던 내 과거 작업과 너무나 다른 경험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이번 재난으로 직접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삶의 여유를 가지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작품을 창작해 스크린 위에 구체화하기 위해 진력할 것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가 구상한 얘기들이 스크린 위에서 작품화하도록 보다 많은 일을 하겠다.”

- 당신 아이들은 자기 얘기가 ‘브리더스’에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이들은 ‘브리더스’의 착상에서부터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삶의 전부를 나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나를 잘 알고 있어 ‘브리더스’의 내용에 대해 특별히 놀라지 않는다. 내가 자기들에게 노발대발한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린 이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것을 만든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내게 자신들의 얘기이니 이익의 일부를 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난 그것을 학비와 신발을 사주는 것으로 지불할 것이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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