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는 변화와 혁신의 현장이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이르지만, 급성장에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고, 혁신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불확실한 환경에 맞서 날것으로 자신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지난 4월 미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0년 아시아 글로벌 리더 300’인에 한국인 25명이 선정됐다.

그중 21명이 스타트업 CEO였다. 우리 사회 리더로 급부상한 이들의 성공 뒤에는 숱한 실패와 도전이 있다. 스타트업 프런티어들의 창업 스토리를 통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실전기술을 배울 수 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은 릴레이 인터뷰이다.

매회 인터뷰의 주인공이 다음 인터뷰 대상을 지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경제 전쟁터의 선발대”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조인스타트업’은?

스타트업과 스타트업형 인재들을 연결해주는 인재기획사. 열정 레벨이 높은 청년들의 잠자는 스타트업 DNA를 깨워주고 키워주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준다. 스타트업들에는 꼭 필요한 인재를 수혈해준다. 인재매칭 사업이지만 ‘조인(join)’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 새로운 경제 전쟁터에서 선발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성공하면 히어로가 되지만 총알을 가장 먼저 맞고 가장 많이 쓰러지는 사람들이다.”

‘조인스타트업’ 서비스를 하는 장영화(48) 오이씨랩 대표는 ‘이 시대의 개척자’라는 단어로 스타트업 창업가를 정의했다. 장 대표도 굳은살이 박일 때까지 그 전쟁터에서 숱하게 넘어지고 부상을 입었다. “언제 가장 힘들었냐”는 뻔한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날마다 힘들다. 하루도 당연한 날은 없다. 그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극복할 때 짜릿함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다.”

10년 전 스타트업계에 들어온 장 대표는 “불안이 일상화된 시대, 삶을 견디는 힘을 키우는 곳이 스타트업이다”라고 말했다. 비정형화된 환경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시장과 부딪치면서 키운 맷집은 책으로는 배우지 못하는 실전형 기술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가는 기존의 것에 하나를 보태는 n의 삶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제로 투 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제로 투 원’의 기술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생존 근육이고 최고의 스펙”이라는 것이 장 대표의 생각이다. 속도와 다양성의 시대에 최적화된 인재상이다. 우리가 스타트업계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장 대표가 꼽는 ‘스타트업형 인재’의 조건은 주어진 일보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 안정보다 모험에 가슴이 뛰는 사람, 남 일보다 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장 대표는 그런 인재들을 한눈에 알아본다. 스타트업형 인재로 크기 위해서는 먼저 가슴 뛰는 ‘내 일’을 찾아야 한다. 장 대표도 ‘내 일’을 찾기 위해 20여년간 사투를 벌였다.

장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에 다녔지만 학업은 재미가 없었다. 전공 공부 대신 엉뚱한 공부만 하다 4학년 때 ‘민법’ 수업을 듣고 법학에 꽂혀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취준생에서 고시생으로 방향을 바꿔 5년 만에 변호사가 됐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얻었지만 일상에 익숙해질수록 자신이 정체돼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돌파구로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터뷰 기사를 잡지사에 기고했다. 일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일’을 꿈꾸게 됐다. 법률 문턱을 확 낮추고 동네사랑방 같은 법률사무소를 만들겠다면서 호기롭게 ‘법률사무소 겸 북카페’를 차렸다. 재무계획도 없이 선한 의지만 갖고 도전한 첫 번째 창업의 결과는 참패였다. 사무실 유지비도 벌기 어려웠다.

로펌으로 돌아갔지만 ‘내일이 당연한 일상’에 자신을 가둘 수는 없었다.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뽑아 보니 ‘교육·협상·경영’ 세 단어로 압축이 됐다. 그 키워드로 할 일을 찾은 끝에 기업체 임원 교육기관 ‘세계경영연구원’에 들어갔다. 임원 대상 강의는 즐거웠다. 그 기간은 ‘나’의 세 가지 키워드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피는 좀 더 야생의 삶을 원했다. 정해진 방식, 정해진 역할의 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도 ‘제로 투 원’의 삶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었다. 조직을 나와 6개월 기한을 두고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 기간 ‘제주올레’를 기획하던 서명숙 이사장팀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가 제주를 오가다 2010년 이재웅 다음 창업자를 만나 ‘혁신기업가 학교’를 만들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시절, 혁신기업가를 꿈꾸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가치를 나누는 장을 마련했지만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형태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태동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능성을 봤지만 창업의 영역은 달랐다. 3년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목한 것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아니라 미래의 창업가들인 청소년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2013년 청소년에게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심는 ‘앙트십스쿨’을 만들었다.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공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문제해결 능력 기르기이다. 사회문제든 일상의 문제든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과정은 마치 사고의 스위치를 전환한 것처럼 사회를 보는 관점을 변화시켜준다. 앙트십스쿨 7년째, 학교 울타리 안이라는 제한된 환경이지만 학과 과목 밖에서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을 제안하면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지난해까지 앙트십스쿨의 교육에 참여한 학교는 전국 502개교에 2만1000명이 넘었다.

앙트십스쿨을 하면서 갈증이 일었다. 청소년 교육이 현실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대안으로 스타트업과 인재를 연결해주는 ‘조인스타트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장 대표는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이야말로 성장을 위한 최고의 훈련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어떤 곳보다 속도가 빠른 스타트업에서 부딪치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걸 알기까지 장 대표도 법전과 싸우며 10년이 걸렸다.

“아니, 왜 변호사를 그만두고 창업했어요?”

스타트업계에 들어와 장 대표는 같은 질문을 골백번도 더 받았다. 아예 그 이유와 과정을 자세히 글로 써 소셜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변호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 대표는 “20대로 돌아간다면 바로 창업을 했겠지만, 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바로 시대의 변화를 입증하는 증거인 셈이다. 장 대표는 “창업가들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올해 오이씨랩은 새롭게 변신했다. 앙트십스쿨은 직원을 대표로 앉히고 독립시켰다. 장 대표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기업을 꾸려가는 것이 멋있다. 나보다 더 잘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박수만 쳐주면 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조인스타트업에 전력하고 있다.

‘조인스타트업’에는 장 대표가 온몸으로 겪은 경험이 녹아 있다.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해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 도와준다. 누구나 창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 내가 창업가의 피인지, 조력자의 피인지 자기 탐색을 하게 코칭해준다. 커리어의 방향을 전환하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다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거꾸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출신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조인스타트업은 500명 이상의 인재를 스타트업에 취업시키고 대기업으로 이직을 연결했다. 커리어 코칭 클래스 등 커리어 성장관리 솔루션, 비즈니스 입문 교육인 ‘루키 업’ 프로그램과 인재 매칭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조인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현실은 치열하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기도 하고, 규제에 꺾이기도 하고, 작은 조직이다 보니 한 사람이 들고 나는 일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도 자신의 일을 찾고 싶어 하는 구직자도 그래서 잘 만나야 한다. 장 대표는 ‘매’의 눈으로 이들을 연결하고 있다.

조인스타트업은 4년 경험을 바탕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앱을 론칭한다. 성장 DNA를 나누는 커뮤니티를 통한 그룹 코칭 방식이다. “성장 DNA가 있는 사람들은 커뮤니티가 다르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면 에너지가 업되는 걸 느낀다. 그들의 에너지를 앱에 넣을 예정이다.” 장 대표의 말이다. 스스로를 씨앗 보부상이라고 말하는 장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모두 유니콘(Unicorn)이 될 수는 없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승부하는 ‘유닛콘(Unique+corn)’이 되면 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런 유닛콘들의 성장을 도와 유니콘 이상의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내 일’을 꿈꾸고 있다.

다음 추천 주자는?

자산관리 서비스 앱 ‘에임’ 이지혜 대표

추천이유 “금융 스타트업은 난이도도 높고 규제도 높다. 돈의 단위도 크다. 불신의 벽, 규제의 벽을 뚫고 5년 동안 신뢰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돈에 대한 확고한 그의 철학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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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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