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포스터 ⓒphoto 뉴시스·넷플릭스
킹덤 시즌2 포스터 ⓒphoto 뉴시스·넷플릭스

코로나19 사태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표적 기업 넷플릭스(Netflix)다. 이런 넷플릭스가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인터넷망을 운영하고 있는 통신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터넷 통신망 사용 비용을 두고 넷플릭스를 향해 ‘공짜 무임승차를 더 이상 방치할 없다’는 통신사들과 ‘인터넷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한 넷플릭스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비대면·비접촉으로 대표되는 언택트(Untact)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상 콘텐츠 시장 역시 같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극장들이 올해 초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감염자가 다녀간 극장 폐쇄 등 영업중지 사태까지 벌어지며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다. 반면 인터넷과 모바일은 물론 이들 기기와 연동된 TV 등 온라인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 등 각종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 기업들은 뜻하지 않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중 특히 눈에 띄는 곳이 바로 넷플릭스다.

한국 가입자, 2018년에 비해 10배 증가

코로나19 공포가 OTT 업계 1~2위를 다투는 넷플릭스에 어떤 반사이익을 선물하고 있는지 실태부터 보자. 지난 4월 21일 넷플릭스가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액은 57억676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6%나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각각 9억5800만달러와 7억900만달러로 꼭 1년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모두 2배 이상 급증했다.

가입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덕분에 1분기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4분기와 연초만 해도, 넷플릭스 측은 물론 시장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약 700만명에서 800만명쯤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입자가 무려 1577만명이 늘어났다. 시장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가입자 증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분기에 나타난 이 상황에 힘입어 지난 3월 말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1억8286만명에 이른다.

올 1분기 넷플릭스의 실적 호황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과 경영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터넷 시장과 OTT 관련 시장조사 자료들을 통해 최근 한국 시장 속 넷플릭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가입자들의 넷플릭스 영상 콘텐츠 결제금액부터 보자. 지난해 12월 270억원 정도이던 결제금액이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으로 치달았던 지난 3월 362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와 함께 3월 방영된 드라마 ‘킹덤 시즌2’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 결제금액은 한국 사용자들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결제액을 합산한 것으로, 한국 사용자들이 넷플릭스에 지불한 결제 총액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사업 파트너 격인 LG유플러스를 통해 비용을 지불한 사용자도 있고, 애플 아이튠스 등을 통해 결제한 비용도 있다. 이런 경우까지 모두 포함하면 한국 사용자들의 넷플릭스 결제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입자 수도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올해 초 빠르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는 약 27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것은 2018년과 비교해 10배쯤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2018년 12월 127만명, 2019년 10월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니 최근 5개월여 만에 7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취재에 응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가한 넷플릭스의 한국 사용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3월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 트래픽 2.3배 늘어” SKB 주장

이렇게 한국 내 사용자 수와 서비스 사용을 위한 결제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넷플릭스의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넷플릭스의 한국 내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망 운영자인 SK브로드밴드는 5월 초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자사의 인터넷망에서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이 지난해 12월 말 대비 2.3배 늘었다”고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에서 덩치를 키우고 많은 돈을 벌어가는 이면에는 한국 내 인터넷 트래픽 사용량과 점유율 급증이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몇몇 인터넷망 운영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를 향해 “한국에서 더 이상 공짜는 없다”며 “인터넷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의 인터넷 통신사들에 인터넷망 사용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訴)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단 한국의 인터넷망 사업자, 특히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의 인터넷망 사용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대거 제공하면서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대용량 트래픽 유발자’로 보고 있다. 이런 대용량 트래픽 유발자들이 인터넷 환경 악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이를 활용해 수익만 챙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한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즉 인터넷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증설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분담 차원에서라도 일정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내 인터넷망 사용료에 대한 넷플릭스의 입장 역시 단호하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미 인터넷 사용 대가로 인터넷망 운영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한국의 인터넷망 운영 기업들은 이미 인터넷망 사용자들로부터 인터넷 트래픽과 관련해 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인터넷망 사용료를 추가로 내라고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와 콘텐츠를 동등하게 차별 없이 다루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통신망 운영자들에게 망을 이용하는 사용자와 관련 콘텐츠에 대한 차별과 차단을 금지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통신망 운영자가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의 핵심인 사용자 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17년 12월 통신망도 일종의 상품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망 중립성 원칙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과 대용량 콘텐츠 기업들이 등장한 2010년대 초부터 망 중립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인터넷 및 통신 설비 복구 훈련을 하고 있는 통신사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인터넷 및 통신 설비 복구 훈련을 하고 있는 통신사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인터넷망 사용료 내라”에 소송전 불사

SK브로드밴드 중심의 몇몇 통신사와 넷플릭스 사이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양측의 대립이 자칫 사업자들 간 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시각도 크다. 실제 양측의 주장이 맞서며 대결 양상이 격해지고 있다. 주간조선 취재에 응한 한 관계자는 “협상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 내 인터넷망 비용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양측 입장과 자세는 애초부터 상대에 이해를 구하거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사안을 들여다봐 달라”며 재정 신청을 제출했다.

SK브로드밴드의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던 넷플릭스가 올 4월 중순 맞불을 놓았다.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을 위한 소’를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넷플릭스가 인터넷망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에 줘야 할 돈, 즉 부채가 없다는 점을 한국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인터넷망 사용료 다툼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확산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인터넷망 중립성 등을 강조하며 사실 전 세계에서 인터넷망 운영자들과 대립해왔다. 하지만 사용자와 트래픽이 급증하고 수익이 발생하면서 넷플릭스의 인터넷망 점유율 확대에 대한 불편한 시선 역시 급증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과 프랑스의 거대 인터넷망 운영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버라이즌과 AT&T, 또 오렌지 등 미국과 프랑스의 대형 인터넷 통신사들에는 넷플릭스가 관련 비용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LG유플러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며 넷플릭스를 향한 ‘한국 차별’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인터넷망을 운영하는 한국 인터넷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의 주장을 비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초기부터 사실상 넷플릭스의 의도대로 계약을 체결해준 한국의 대형 인터넷망 사업자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인터넷·통신 계열사인 ‘LG유플러스’다. 몇 년 전 LG유플러스는 자신들의 IPTV로 넷플릭스를 서비스하기로 계약했다. 이 계약은 LG유플러스를 통해 가입한 IPTV 이용자들이 사용료로 낸 돈 중 일부만을 LG유플러스가 가져가고 나머지 모든 돈을 넷플릭스가 챙기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 파트너 역할을 한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자신들의 인터넷망 사용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이런 계약에 대해 시장은 물론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가입자 늘리기에 집착한 단기적 시각의 굴욕적인 계약”이라며 “시장에 반하는 잘못된 선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향후 인터넷 실소비자들의 사용 환경 악화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한국 내 인터넷망 사용료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번져 있다. 다툼이 법원으로 가긴 했지만 조속한 시간 안에 끝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자와 만난 한 시장 관계자는 “법원이 내릴 판결을 넷플릭스든 SK브로드밴드든, 양쪽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적 다툼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와 콘텐츠 기업의 갈등이 악화하고 있다. 이들 다툼이 한국의 인터넷 소비자들에게 불편과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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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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