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에반스(38)는 애플TV의 드라마 시리즈 ‘디펜딩 제이콥’에서 급우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4세 아들 제이콥을 구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시 검찰 소속 전직 검사 앤디로 나온다. 에반스가 제작도 겸한 이 드라마는 윌리엄 랜데이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마블 만화의 수퍼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캡틴아메리카로 나와 유명해진 에반스는 고향 매사추세츠의 자택에서 영상 인터뷰에 응했다.

- 이 재난의 시기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내 고향인 매사추세츠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 환난의 때에 가족과 가까이 있기 위해서 귀향했다. 지금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난의 시기로 모두 함께 이 어두운 때를 헤쳐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실히 두렵고 또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들과 함께 단단히 뭉치려고 애쓰고 있다.”

- 요즘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원래 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콕’ 스타일이다. 집에서 마당과 부엌 사이를 오가며 지낸다. 잘못하다간 정신이 혼란해지기 쉬울 때다. 독서를 많이 하고 개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 거의 20년 만의 TV 출연인데 요즘처럼 사람들이 두문불출하며 TV를 보는 때에 이 시리즈가 방영되리라 생각한 적이 있는가. “아니다. 운이 아주 좋았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가 번창하면서 재주 있는 영화인들이 흥미진진한 TV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데 이 드라마도 그중 하나다. 지금이야말로 영화와 TV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는 때다. 나도 영화에서 TV로 건너가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온 것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8편의 에피소드를 여러 감독이 아니라 모튼 틸덤 혼자서 연출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은 것이다.”

- 젊었을 때 보고 즐긴 TV 프로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 난 TV를 별로 많이 보진 않는다. 그러나 젊었을 땐 ‘사인펠드’나‘오피스’ 같은 코미디를 즐겨 봤다. 그런 프로들은 보면 따스함을 느끼고 극중 인물들과 연결되는 기분이었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디펜딩 제이콥’과는 정반대의 쇼를 즐겼다.”

- 앤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평정을 잃지 않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앤디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상황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자기감정을 노출하지 않게 마련이다.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 웃는 것은 감정의 노출로 여긴다. 그러면 자신의 약점이 노출된다고 생각한다. 앤디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연히 과묵할 수밖에 없는데 침묵과 감정을 자기 안에 가두는 것이 그에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 이 드라마는 제이콥을 둘러싼 여러 인물을 사건과 관련해 의심이 가도록 묘사했는데 당신은 사람을 믿는 편인가. “사람을 믿느냐 아니냐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고 본다. 난 어렸을 때는 사람들을 믿는 편이었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덜 믿게 됐다. 내 직업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믿고 안 믿고는 관계에 달린 문제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마련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둘러싸이면 사람들이 이중인격자구나 하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나로 말하자면 어떤 날은 사람들에 대해 신뢰감을 갖다가 또 어떤 날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 믿는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경우 그것을 쉽게 떨쳐버릴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 그렇게 된 이유를 파고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도 그런 내용을 담았는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 묻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로 만들려고 하던 작품이 중단되기라도 했는가. “지금은 모든 작품의 제작이 보류된 상태다. 나도 작품 몇 개가 제작이 보류되었다. 제작을 하다가 중단된 것은 아니고 제작 준비 초기 과정에서 보류돼 큰 문제는 아니다.”

- 과거보다 집에서 운동을 많이 하는지. “그렇다. 과거보다 잠자는 시간도 규칙적이다. 요즘에는 밤 9시 반에 취침해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수도사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유가 많아져 매사를 신중히 생각할 수 있다. 책임감을 비롯해 여러 가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된 것 같다. 삶이 과속하지 않고 건전한 진동과 리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아버지요 남편이자 검사인 앤디 역을 즐겼는가. “난 특히 아버지 역할을 즐겼다. 나는 아버지와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어 이 역으로 그 사랑의 깊이를 탐구하는 것이 즐거웠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 누군가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것이냐는 문제는 결국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 만화 관련 웹사이트를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가. “미뤄졌다. 그걸 시작하려면 우선 DC 만화가 활성화해야 한다. 늦여름이면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으로선 모든 것을 예측하기가 힘들어 코로나19 물결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 캡틴아메리카는 세상을 위기에서 구했는데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아이언맨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아이언맨이 캡틴아메리카보다는 바이러스 같은 문제를 이해하는 머리가 낫기 때문이다. 그라면 아마도 이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 미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되었다고 보는가. “그 문제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전까진 그 물음에 대해 답하고 싶지 않다.”

- 미래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모르겠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우린 지금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는데 그 배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2주 후 또는 3개월 후면 정상적이 될 것이냐는 진짜로 대답하기가 힘든 질문이다. 우린 그저 모두 새 질서가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지에 대해서 숨죽이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질문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 불확실하다. 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많아 나로선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 아들이 살인혐의로 기소된 앤디 같은 경우가 당신에게 일어났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라도 하겠는가. “내 가족이 무슨 일을 하든지 그들을 언제나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가족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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