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photo 연합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photo 연합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 작업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면서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제주항공은 올 1월 안으로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연을 거듭하면서 5월 현재까지도 두 회사의 인수합병은 불투명한 상태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이스타항공 안팎에서는 “이러다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한 제주항공의 모회사 애경그룹은 한 달 만인 12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695억원이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재정 상황과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인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양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임금체불이다. 인수합병 협상 초기에는 체불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과 각종 비용을 제주항공이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임직원 1600여명의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3월부터 현재까지는 아예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체불 비용이 약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이미 희망퇴직한 직원들의 임금 48억원도 지불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등의 이슈를 직접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때문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창업주이자 인수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이상직 전 회장(21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에게 약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체불 및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 4월 22일 민주노총에 가입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상직 전 회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가면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사 직원들의 반발로 ‘먹튀 논란’까지 이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상직 당선인도 제주항공에 인수를 신속히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고 질질 끌자 이스타항공 측의 불만도 쌓여갔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가면시위에서 “타 항공사는 국내선 운항으로 일부 적자를 줄이고 있다”면서 “적자 폭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선 운항까지 전면 중단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전면 운항 중단을 결정한 데에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다는 배경도 작용했다. 다른 항공사들은 국내선 운항으로 그나마 손실을 메우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이 그마저도 하지 않은 건 곧 제주항공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항공이 인수를 계속 미루면서 결국 이스타항공은 회사 매각과 경영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또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정 부실과 항공산업 불황을 이유로 매각대금을 당초 695억원에서 545억원으로 150억원가량 깎았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매각대금도 깎인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마무리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측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인수합병에 대한 제주항공의 의지가 최근 부쩍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악화된 경영 상황과 국책은행의 더뎌지는 인수자금 지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지난 3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타 시중은행들과 함께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1700억원을 빌려주는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해 이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주항공은 지난 5월 21일 17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난이 장기화하자 회사 주식을 팔아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에 쓰겠다는 것이다.

알짜노선만 취할 가능성도

경영 악화 외에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 항공사가 폐업하면 국토교통부는 해당 항공사가 가지고 있던 운수권과 운항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배분한다. 만약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팔리지 못하고 공중분해되면, 기존에 이스타항공이 가지고 있던 운항 노선을 다른 회사가 나눠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국토부는 항공사의 재정상황과 운항능력 등을 고려해 배분하게 되는데, 이스타항공이 가지고 있던 단거리 노선 중 상당수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회사인 제주항공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고 알짜배기 노선만 취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실제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이미 지불한 계약금(119억원)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물러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금을 포기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한 직후부터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재정상황 등을 이유로 “오너 일가의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19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키워드

#뉴스 인 뉴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